‘샤이니 월드’란 이런 것이다
‘샤이니 월드’란 이런 것이다
2시간 40분 가량의 공연, 토크는 채 10분도 되지 않았다. 2011년 1월 1, 2일 양일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샤이니의 첫 번째 단독콘서트 ‘SHINee World’는 온전히 그들의 춤과 노래로만 이루어진 공연이었다. 2008년 5월 데뷔한 지 2년 반이 지난 뒤에야 소원하던 단독 콘서트를 열게 되었지만 샤이니는 자신들의 소감을 구구절절 이야기하는 대신 보다 많은 노래를 불렀다. 콘서트는 가수의 색깔을 가장 분명하게 드러내는 자리라는 면에서 그것은 가장 샤이니다운 선택이기도 했다.

사실 샤이니의 팀 컬러는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인터뷰나 방송에서 항상 예의바르고 진지한 태도를 보여 온 이들은 오로지 자신들만을 위한 무대에 오르는 순간 폭발적인 가창력과 퍼포먼스로 공연장 전체를 압도했다. 분위기를 강렬하게 고조시킨 인트로를 지나 헤비메탈 풍으로 편곡한 ‘아.미.고’, ‘줄리엣’ 등 다섯 곡을 연달아 소화하면서도 라이브에는 흔들림이 없었고 ‘누난 너무 예뻐’, ‘헬로’ 등에서는 자신들의 장기대로 격렬하지는 않지만 정교한 안무의 느낌도 잘 살려냈다. ‘루시퍼’를 비롯한 몇몇 댄스곡에서는 다리 부상을 당한 종현이 자신의 파트에서만 무대 위로 모습을 드러내고 SM 엔터테인먼트 소속 중국인 연습생 ‘이씽’이 군무를 소화하는 식의 연출로 빈자리를 메우기도 했다.

연습실의 모범생이 무대 위의 우등생으로
‘샤이니 월드’란 이런 것이다
‘샤이니 월드’란 이런 것이다
멤버 각자의 개성을 최대한 살리되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을 보여준 개인 무대 역시 흥미로웠다. 종현은 평소 존경하는 선배라고 밝힌 바 있는 휘성의 ‘Girls’를 부르며 직접 디제잉을 선보였고 미니앨범 2집에 수록된 ‘소년, 소녀를 만나다’를 재편곡해 부른 태민은 눈에 띄게 성장한 보컬 실력을 확인시켰다. 어셔의 ‘OMG’와 함께 퍼포먼스를 보이며 슈프림팀의 쌈디와 호흡을 맞춘 민호는 상반신 노출로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고, Key는 f(x)의 크리스탈을 파트너로 맞아 3OH!3의 ‘My First Kiss’를 부르며 장난스러우면서도 사랑스런 무대를 만들어냈다. 뮤지컬 출연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 온 온유는 15인조 오케스트라와 함께 무대에 올라 푸치니의 오페라 중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특유의 풍부한 음색으로 소화하며 아이돌 가수의 콘서트에서 보기 드물게 독특한 장면을 연출했다.

비록 전체적으로 통일된 콘셉트가 없고 공연의 맥을 끊는 영상이 지나치게 자주 등장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었지만 무대와 객석을 오가는 와이어 액션, 이동차를 이용한 2층 객석에서의 퍼포먼스는 인상적인 팬 서비스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콘서트에서 샤이니가 보컬만으로도 충분히 드라마틱한 효과를 낼 수 있는 그룹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켰다는 점이다. 그동안 정규앨범 2장과 미니앨범 3장을 발표하며 활동해온 만큼 샤이니는 자신들의 곡만으로 개인 무대를 제외한 공연의 모든 시간을 채웠고 이들의 안정된 화음은 ‘Your Name’, ‘화살’ 등 발라드에서 더욱 진가를 드러냈다. 풋풋하지만 빈틈이 없고, 소년 같지만 프로페셔널하다. 샤이니의 시작은 그랬고 여전히 그렇다. 연습실의 모범생이 무대 위의 우등생이 된 ‘좋은 예’란 이런 것이다.

사진제공. SM 엔터테인먼트

글. 최지은 f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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