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걸스 “미국과 유럽이 우리의 갈 길”
76. Nobody – Wondergirls. 지금 빌보드 차트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원더걸스의 ‘Nobody’가 빌보드 ‘Hot 100’ 76위에 오른 것을 볼 수 있다. 종합 싱글 차트인 ‘Hot 100’은 빌보드 음반 차트인 ‘Top 200’과 함께 빌보드 차트 중 가장 영향력 있고 진입하기 어려운 싱글 차트다. 아시아 가수가 ‘Hot 100’에 오른 것 자체가 30여 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23일 서울 청담동 트라이베카에서 기자 간담회를 연 박진영과 원더걸스는 할 말이 많은 듯 했다. 그들의 미국진출에 대한 이야기와 앞으로의 가능성에 대해 들었다.

미국에서 돌아온 소감은.

원더걸스
: 오랜만에 인사드려 기분 좋다. 이렇게 인터뷰 할 수 있게 돼 마음이 뭉클하다.

박진영 : 오랜만에 만나서 반갑다. 하필 빌보드에 오른 날 들어와서 76위 하자마자 자랑하려고 왔냐는 말도 들었는데 (웃음) 우연히 시간이 맞았다. 원더걸스가 너무 자랑스럽고, 고맙다. 지난 7개월 동안 어린 소녀들이 너무 고생했고, 세상에서 노래를 가장 잘 부르거나 가장 춤을 잘 추지는 않지만, 가장 열심히 하고 가장 속 깊은 가수들이라고 생각한다.

빌보드 싱글차트 ‘Hot 100’에 진입한 의미가 무엇인가.

박진영
: ‘Hot 100’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빌보드 차트다. 음반 차트인 ‘Top 200’은 음반 판매량을 기준으로해서 어느 정도의 열성팬만 있다면 초반에 많은 판매량으로 순위에 들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Hot 100’은 라디오 방송 횟수를 55% 반영해서 대중적인 인지도가 차트에 포함된다. 그래서 ‘Top 200’은 1980년 이후에 동양가수가 8번 진입했지만 ‘Hot 100’은 지난 30년 동안 없었다. 하루 여섯 시간씩 영어 공부를 하고, 공연 전 후 두 시간씩 관객들과 만나면서 여기까지 왔다.

“이제 원더걸스에게 남은 건 TV 출연”



박진영 “원더걸스의 다음 콘셉트도 복고”


선예 “할머니가 해주시는 집 밥이 그리웠다”
‘Hot 100’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뭔가.

박진영
: 미국은 철저한 하향식 프로모션이다. TV부터 출연해 이름을 알리는 건 미국에서 통하지 않는다. 반대로 팬들과 1:1 접촉부터 해야 한다. 그래서 일단 조나스 브라더스와 투어 공연을 하는 지역마다 100명, 200명씩 팬을 만드는 걸 목표로 했다. 그래서 미국에서 신인이 싱글 내고 빌보드 차트에 올라가는 시간은 빨라야 1년인데, 우리는 그걸 4개월 만에 했다. 8개월 정도 활동한 양을 4개월에 몰아서 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각 도시로 공연을 하러 이동하면 10시간 정도 걸리는데, 다른 도시에 도착하면 숙소에서 쉬는 게 아니라 공연장에 바로 갔다. 그래서 미리 조나스 브라더스를 보려고 모인 아이들과 인사하고, 다시 공연 끝난 뒤에는 관객들과 사진 찍고. 그렇게 해서 최대한 빠르게 팬들을 모았다. 그리고 트위터 등을 이용해서 인터넷을 통해 팬들을 결집시키고, 그 팬들이 라디오에 신청곡을 올리면서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이 다음에는 TV 출연이 남았다.

미국에서 여러 가지로 고생했을 것 같다. 기억나는 일들이 있나.

박진영
: 순회 공연을 하는 동안 비행기 대신 버스를 이용했다. 그래서 버스에서 잘 때는 늘 침대가 흔들려서 안 흔들리는 침대에서 자는 게 소원이었다. 일주일에 5일 정도 공연을 해서, 이틀 쉬는 동안 안 흔들리는 침대에서 자는 게 너무 좋았다.

선미 : 처음 미국에 갔을 때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말을 잇지 못하고 잠시 눈물) 밤마다 울었다. 내가 어려서 그런지 너무 외로웠었다. 그래도 나만 있는 게 아니라 멤버들, 박진영 PD님, 스태프들이 있었지만 적응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언어가 부족한 상태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게 힘들었다.

예은 : 조나스 브라더스하고 투어를 했는데, 처음에는 우리를 전혀 몰랐다. 그래서 같이 춤추고 노래해 달라고 소리를 질렀는데, 투어 끝나고 한 달 뒤에 조나스 브라더스 콘서트에 다시 참여하니까 ‘Nobody’를 같이 부르면서 기뻐해주더라. 너무 행복했다. 그리고 역시 영어가 힘들었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최대한 빠른 시간에 배워서 활동하는데 문제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미국에서는 멤버 중 누가 가장 인기 있었나.

선예
: 아무래도 피부색 때문에 그런지 몰라도 (웃음) 유빈이 섹시한 매력 때문인지 반응이 좋았다.

유빈 : 막상 우리를 잘 못 알아본다. 가끔 나를 선예라고 부를 때도 있다. (웃음) 아직 누가 인기 있다기 보다는 다섯 명이 함께 있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미국 팬과 한국 팬은 어떤 차이가 있던가.

예은
: 한국 팬들은 우리에게 소극적이지만 더 좋아한다는 느낌이 있다. 악수 한 번에도 살짝 만지고 도망갈 때도 있다. 그런데 미국 팬들은 우릴 아직 잘 모른다. (웃음) 우리를 스타라고 생각하지 않고 동네 친구 만난 것처럼 노래 잘 하더라. ‘옷 어디서 샀니’ 이런 식으로 친근하게 다가온다.

소희와 선미는 키가 더 큰 것 같다.

선미
: 나는 잘 모르겠다. 주위에서는 그러긴 하지만, 높은 힐을 신어서 그런 거 같다. (웃음)

소희 : 나는 이제는 안 크는…. 어, 나 컸어요? (웃음) 주위에서 컸다고들 많이 말해준다. (웃음)

“원더걸스는 초등학생을 집요하게 공략했다”



예은 “무대의 소중함을 알게됐다”


선미 “김치찌개집 가서 밥을 먹고 싶었다”
한국 와서 뭘 하고 싶었나.

예은
: 간장게장 먹는 거. 오늘 아침에 먹었다. (웃음) 어제 새벽에 들어왔는데 엄마가 새벽 기도를 가셔서 놀래켜 드리려고 베란다에 숨어 있었다. 그런데 엄마가 이미 내가 온다는 걸 알고 계셔서 파티 준비를 하셨더라. 너무 기뻤고, 서로 많이 울었다.

선예 : 할머니가 해주시는 집 밥이 그리웠다.

유빈 : 부모님이 원래 미국에서 사시는데, 어머니도 한국에 오셨다. 그게 너무 깜짝 선물이어서 너무 좋았다.

선미 : 한국 와서 김치찌개집 가서 밥 먹고 싶었다. (웃음) 가족들을 만나 너무 기쁘다.

소희 : 오자마자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된장찌개를 끓여 드렸다. (웃음)

예은 : 전에 한국에 있을 때 하루에 ‘Nobody’만 10번씩 부른 적도 있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우리가 ‘Nobody’ 한곡만 하루에 딱 한 번 무대에서 부를 수 있었다. 그 한 번이 그 날 하루를 좌우했다. 그러니까 무대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됐다. 미국에서 이렇게 많은 플래시를 못 받았는데, (기자 간담회) 시작했을 때 플래시를 받으니까 돌아왔구나 싶었다. 많이 그리웠다.

한국 활동에 대한 생각은 있나.

박진영
: 국내에서 활동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젠 원더걸스의 미국 파트너들이 원더걸스의 미래를 믿기 시작했다. 미국과 유럽이 우리의 갈 길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설마 되겠어?” 하는 걸 멋지게 깨고 싶다. 안 되더라도 멋있게 망하자고 생각하고 있다. 아직까진 안 망하고 잘 되고 있다. (웃음) 한국 활동은 원더걸스가 세계 프로모션을 할 때 할 예정이다. 물론 다른 나라보다 오랜 기간 활동하면서 원더걸스와 팬들의 갈증을 풀어줄 예정이다. 원더걸스가 지금 여기까지 온 건 그 팬들의 힘이다.

원더걸스가 ‘Hot 100`에서 몇 위까지 할 수 있을 것 같나.

박진영
: 다음 주는 순위가 떨어질 거라고 생각한다. 라디오 방송 횟수는 더 올라가겠지만
싱글 판매량이 이번 주보다는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원더걸스가 이번 주에 ‘Hot 100`에 반영되는 싱글 판매량이 상당했다. 하지만 이번 주에는 그만큼 안 팔릴 거라서 떨어질 것 같다.

‘Nobody’의 싱글 판매량이 늘어난 이유는 무엇인가. 싱글 판매량을 반영하는 ‘Top single sales’ 차트에서 1위를 하기도 했다.

박진영
: 요즘 미국 초등학생은 인종 차별을 안 한다. 그래서 미국에서 원더걸스는 초등학생을 집요하게 공략했다. 그러기 위해서 생각한 게 ‘저스티스’라는 10대 초중반을 위한 의류 브랜드 매장에서 싱글 CD를 판매하는 것이었다. ‘저스티스’ 매장이 미국에 천 개쯤 있으니까, 여길 뚫으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저스티스’에 가서 얘기를 했는데, 거기 대표에게 원더걸스 영상을 보여주니까 직접 보고 싶다고 하더라. 그래서 원더걸스의 공연을 직접 보여줬는데, 역시 얘넨 중요할 때 잘 한다. (웃음) 공연을 굉장히 잘 해서 대표가 마음에 들어했고, CD를 비치했다. 가격은 아이튠즈와 똑같은 1불로 팔았다.

원더걸스가 미국인에게 통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박진영
: 미국도 요즘 음악 자체로 발생하는 수입이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음악이 아닌 사람에 투자한다. ‘360도 계약’이라고, 계약을 맺은 가수가 계약기간동안 버는 모든 수익을 나누는 계약을 한다. 그만큼 사람의 매력을 보고 뽑는데, 미국 관계자들은 원더걸스 자체를 굉장히 좋아했다.

“개인적으로는 2NE1이 음악적 취향이 비슷했다”



소희 “주의에서 키가 자랐다고 하는데”


유빈 “아직 우리를 잘 못 알아본다”
동양인이라서 차별 받거나 어려운 점은 없었나.

예은
: 투어를 하면서 많은 분들이 도와줬고, 모두가 우리를 아껴주셨다. 다만 가끔 우리가 한국에서 와서 영어를 아예 못 할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을 보면 조금 속상했다.

박진영 : 5년 전에 원더걸스가 나왔다면 절대 안 됐을 것 같다. 그런데 미국이 5년 사이에 인식 변화가 크게 있는 것 같다. 오바마 대통령 당선도 인종의 벽을 허무는데 큰 역할을 했고.

미국에서 낼 앨범의 콘셉트는 어떻게 할 건가.

박진영
: 복고다. 한국에서는 복고 콘셉트를 계속 했지만 미국에서는 ‘Nobody’가 처음이었고, 미국에서 이런 복고 콘셉트를 하는 팀이 요즘 없다. 다음 콘셉트도 비슷하게 갈 생각이다.

요즘 한국은 걸그룹이 유행이다.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선미
: 다들 굉장히 재밌고, 잘하는 것 같다. 저 무대 위에 같이 서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박진영 : 개인적으로는 2NE1이 음악적 취향이 비슷했다.

앞으로 남은 한국에서의 일정에 대해 말해 달라. 그리고 한국 팬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예은
: 한국에는 어제 새벽에 들어왔다. 그리고 다음 주에는 중국 공연을 할 것 같고, 돌아와서 남은 일정을 마치고 11월 초쯤 미국으로 돌아갈 것 같다.

유빈 : 한국 팬들을 만나게 돼서 너무 기쁘다. 앞으로 미국에 다시 가서 좋은 소식 많이 들려드리도록 노력하겠다. 너무 감사드린다.

선예 : 미국에 갔을 때 모든 게 새롭고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해서 하루 하루가 새로웠다. 한국 팬들이 늘 응원해줘서 끝까지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정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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