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침체에 빠진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서, 요즘 ‘오빠밴드’는 조금씩 상승세를 보여주며 기대를 모으고 있는 리얼 버라이어티 쇼다. 여전히 합주는 잘 안 맞고, 라인업마저 불안정한 밴드이기는 하지만, 그들이 음악을 하며 벌이는 다양한 행동은 음악을 잊고 살았던 직장인들에게 밴드에 대한 관심을 다시금 일깨우고 있다. 그런 그들이 드디어 일을 벌였다. 지난 3일 MBC 일산 드림 센터에서 쇼케이스를 겸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어쩌다 마주친 그대’, ‘한동안 뜸했었지’ 등을 연주하며 실력을 평가 받은 것. 이 내용은 곧 ‘오빠밴드’에도 방영될 예정이다. 이 날 있었던 기자들과 오빠밴드 멤버 사이에 오간 대화들을 공개한다.

오늘 공연을 스스로 평가한다면.
유영석
: 음악적으로 이야기하면 많이 부족하지만 한데 모인 것에 의의를 두겠다. 우리가 추구하는 음악이 뭐냐는 말을 듣는데, 사실은 우리는 음악을 하는 걸 추구하고 있다.
탁재훈 : 95점을 주고 싶다. (웃음)
신동엽 : 객관적으로 평가하면 좋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멤버대비 연주력을 생각하면 (웃음) 썩 나쁘지는 않다고 본다.
탁재훈 : 50점으로 정정하겠다.

“오빠밴드의 결과물이 컨츄리 꼬꼬보다는 낫지 않나”

개개인의 연주력도 문제지만 밴드를 위해서나 리얼을 추구하는 쇼의 성격을 생각해서라도 촬영 시간 외에도 자주 모여서 연습을 많이 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탁재훈
: 사실 바쁜 스케줄이지만 최대한 자주 모여서 연습을 하겠다.
신동엽 : 여기 계신 기자 분들이나 시청자들이나 모두 우리가 개인적으로 만나서 밴드 연습을 많이 하길 바랄 것 같다. 이 자리에서 스케줄을 따로 빼서 연습하자는 약속을 하고 싶다.
유영석 : 시청률이 오르는 것에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보다 실력이 좋아지는 것에 카타르시스를 느끼겠다.
홍경민 : 난 아예 우리 밴드 드럼 치는 친구에게 레슨 받고 있다.
탁재훈 : 그런데 난 악기를 하나하나 잃어가서…. 하모니카는 레슨 받는데도 없다.
서인영 : 연습해서 하나씩 다시 찾아가라. (웃음)
신동엽 : 사실 멤버들 중에 음악을 전문적으로 했던 경우는 오빠밴드의 결과물에 대해 아직 실망 한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우리가 컨츄리 꼬꼬보다는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 자주 든다. (웃음)
탁재훈 : 나도 컨츄리 꼬꼬 때보다는 기분이 좋다. (웃음)

신동엽은 베이스를 아내인 선혜윤 PD에게 생일 선물로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신동엽
: 어… 지금…
김구라 : 신동엽은 아내 얘기만 나오면 표정이 굳는다. (웃음)
신동엽 : 오빠밴드가 생기기 전에 생일 선물로 베이스 기타를 선물로 해달라고 말씀을 드렸다. 자꾸 아내 얘기만 나오면 극존칭을 쓰게 된다. (웃음) 친한 친구에게 부탁을 해서 좋은 베이스 기타를 사게 됐는데, 중간에 배달 사고가 나서 그 친구가 10만 원 정도 떼어먹었다. (웃음)

신동엽은 요즘 웃음을 잃은 캐릭터가 됐다. 늘 캐릭터를 만들어주던 메인 MC에서 이런 식의 캐릭터가 생긴 것이 어떤 기분인가.
신동엽
: 오빠밴드를 시작할 때부터 예상한 일이다. 연주를 잘 못하니까 프로그램에 녹아 들어서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예상도 했고. 내가 베이스를 열심히 해야 오빠밴드가 제대로 갈 수 있을 것 같다. 그 전까지는 베이시스트에 충실할 생각이다. 그리고 오빠밴드에서는 탁재훈이 멍석을 깔아서 재밌게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더 좋다고 본다. 서운하진 않다.
김구라 : 개인적으로 신동엽이 큰 선택을 했다고 본다. 버라이어티 쇼 첫 캐릭터로 웃음을 잃은 개그맨을 선택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김구라는 하는 일이 뭔가. 슈퍼주니어 공연 오프닝 공연도 신동엽이 섭외하던데.
김구라
: 잘 봤다. 내가 크게 하는 게 없는데다 요즘 오빠밴드에 로드매니저까지 생겨서 고민이 많다. 나도 연주를 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
신동엽 :김구라가 방송에서는 하는 일이 없는 것 같지만 굉장히 노력한다.
성민 : 구라 형이 가장 많은 노래를 알고 있다. 전체적으로 들으면서 모니터링을 한다.
김구라 : 니가 그런 말을 하니까 내가 눈물이 난다. (웃음) 그리고 나는 재훈의 히스테리를 다 받아주고 있다.
탁재훈 : 가수도 계약 다 끝나면 매니저 바꾸듯이 우리도….

“오아시스와 한 무대, 아니 대기실이라도 같이 쓰고 싶다”

일반적인 직장인 밴드에 비해 오빠밴드는 큰 공연에 자주 선다. 프로그램 홍보를 위해 특혜를 누리는 건 아닌가?
신동엽
: 특혜 받은 직장인 밴드가 맞다. 다만 그 특권을 계속 쓰지는 않고 오빠밴드를 알리는데 가끔 쓰겠다.
김구라 : 많은 분들 앞에 서는 것도 우리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런 공연을 안 한다고는 못하겠고, 납득할만한 선에서 간간이 하겠다.

‘오빠밴드’를 보면서 힘을 얻는 직장인 밴드들이 많다고 한다. 그 분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유영석
: 개인적으로 직장인밴드 경연대회 심사도 한 적이 있는데, 생각보다 너무 잘 한다. 프로들이 반성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 밴드들과 배틀도 하고, 패배도 하면서 경쟁심을 느끼게 하고 싶다.
홍경민 : 하늘을 나는 건 보통의 사람들이 이룰 수 없는 꿈일 수도 있지만 직장인 밴드는 이룰 수 있는 꿈이다. 그 꿈을 꾸는 분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

장래에 어떤 무대에 서고 싶나.
신동엽
: 일단 MBC <대학 가요제>에 나가고 싶다. 보는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우리로서는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연말에는 시상식이 많은데, 실력이 나아져서 정식으로 초대를 받고 싶다.
유영석 : 요즘에 연주를 팀 수준에 맞춰서 일부러 틀리고 있다. (웃음) 제대로 연주를 할 수 있을 때가 되면 어디든지 설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정모 : 게릴라 콘서트를 하고 싶다. 아무 예고 없이 찾아가서 공연을 하고 싶다.
홍경민 : 클럽 공연을 하고 싶다. 큰 곳이 아니라도 좋다.
탁재훈 : 얼마 전 한국 록 페스티벌에 온 오아시스와 한 무대에 서고 싶다. 무대가 아니면 대기실이라도 같은 걸 쓰고 싶다. (웃음)
신동엽 : 사실 재훈의 가장 큰 꿈은 KBS 공개홀에서 오빠밴드 공연을 하는 거다.
탁재훈 : 정말 이뤄질 수 없는 꿈이지만… 사운드는 거기가 제일 좋은 거 같다. (웃음)
서인영 : 댄스 가수로 활동 중이지만 밴드에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고 있다. 주얼리 무대에 오빠밴드를 세우고 싶다. 그래서 같이 다니고 싶다. 해외나 시상식에도 서보고 싶다.
성민 : 나도 해외에서 오빠밴드 공연을 하고 싶다. 오빠밴드로 와서 크든 작든 공연을 하면 기분 좋고 뿌듯할 거 같다.
김구라 : 목표는 크게 가져야 한다. 일본 부도칸 찍고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 갈 거다. 죄송하다. (웃음)

글. 강명석 (two@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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