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도 원더걸스의 ‘Nobody’를 부르는 사람들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원더걸스는 최근 미국의 3인조 그룹 조나스 브라더스가 소속된 조나스 그룹과 계약을 맺고, 오는 27일부터 시작되는 조나스 브라더스의 전미 투어에 오프닝 그룹으로 무대에 설 예정이다.

조나스 그룹이 계약한 최초의 해외 그룹이자 여성 그룹

조나스 브라더스는 국내에서는 생소한 이름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조나스 브라더스의 최신작인 는 지난해 빌보드 앨범차트 1위를 기록했고, 의 조사에 따르면 그들의 지난해 음반과 공연 수입, 디지털 음원 판매수입은 총 779억 원으로 미국 뮤지션들 중 9위였다. 또한 조나스 브라더스는 디즈니 채널의 TV 시리즈 을 통해 1억 명의 시청자들을 모았고, 각종 부가 상품과 3-D 영화 등을 통해 10대들에게 아이콘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이들이 소속된 조나스 그룹은 조나스 브라더스의 아버지인 케빈 조나스와 백스트릿 보이즈, 엔싱크의 매니저인 필립 맥켄타이어가 함께 만든 매니지먼트사로, 조나스 브라더스 이외에도 2007년 <아메리칸 아이돌>의 우승자인 조단 스팍스 등이 소속돼 있다. 원더걸스는 조나스 그룹이 계약한 첫 번째 해외 그룹이자 여성 그룹이기도 하다. 굳이 비유하자면, 원더걸스가 미국의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같은 아이돌 위주의 대형 기획사와 계약을 맺게 된 것.

특히 조나스 그룹이 조나스 브라더스의 전미투어 오프닝 그룹으로 원더걸스를 선택한 것은 원더걸스에 대한 조나스 그룹의 기대치를 보여준다. 미국에서 유명 뮤지션의 투어 오프닝은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엄청난 규모를 가진 미국 음악계에서 신인들이 가장 빨리 이름을 알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유명 뮤지션의 투어 오프닝에 서는 것이기 때문. 미국에서는 뮤지션의 규모에 따라 오프닝 무대에 서는 뮤지션의 등급도 달라진다. 전설적인 그룹 메탈리카는 지난 내한 공연 당시 역시 세계적인 밴드인 툴을 오프닝으로 세웠을 정도. 원더걸스는 현재까지 미국에 진출한 한국 뮤지션들 중 가장 빠르게 메이저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셈이다.

미국에서도 ‘Nobody’ 국내 콘셉트 그대로 활동

하지만 무엇보다 흥미로운 사실은 원더걸스의 미국 진출 싱글이 ‘Nobody’라는 점. JYP의 정욱 대표에 따르면 “조나스 그룹은 물론 원더걸스와 에이전시 계약을 맺은 세계적인 에이전시 CAA도 원더걸스가 ‘Nobody’처럼 레트로 콘셉트를 한국식으로 소화하는 것이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한 원더걸스는 음악은 물론 의상과 헤어스타일 모두 국내에서 활동했던 그대로 활동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한국 뮤지션들의 미국 진출은 현지 유명 뮤지션의 곡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정석이었다. 하지만 미국 관계자들은 100% 미국 음악보다는 그들의 스타일에 새로운 느낌이 가미된 곡들에 관심을 가진 셈이다. 이는 최근 미국 팝음악에 제 3세계 음악들이 대거 유입된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판단된다. 정욱 대표는 “음악도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영국과 미국의 팝 음악이 주류가 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안에서 지역색을 찾는 것으로 방향이 선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원더걸스가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Nobody’를 그대로 들고 가서 미국 메이저 시장에 진출할 기회를 잡은 원더걸스의 사례는 한국 음악 시장의 미국 진출에 중요한 참고 사례로 남을 것은 분명해 보인다.

글. 강명석 (two@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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