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가수 김현철. / 서예진 기자 yejin@
가수 김현철. / 서예진 기자 yejin@
“20대에 발표한 제 음악을 보면 잘난 사람은 저 하나입니다. 제가 최고였죠. 나이를 먹고 가장 큰 변화는 자신의 꼬라지(꼬락서니)를 아는 거예요.(웃음) 자신의 처지를 알고, 할 수 있는 걸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음악의 폭이 이 정도구나를 알고, 거기서 제 감성을 표현하는 거죠. 예전엔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점점 할 수 있는 게 줄어드는데,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에요. 음악을 하는 사람에게 옛 사람과 요즘 사람은 없어요. 음악을 발표하면 모두 하나의 음악을 하는 사람인 거죠. 이번에 젊은 친구들을 통해 그들의 목소리를 제 음악에 담은 건 큰 도전이었고, 좋은 결과물을 얻었습니다.”

가수 김현철이 지난 17일 발표한 열 번째 정규 음반 ‘돛’을 소개하면서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20일 서울 중구 CKL스테이지에서 ‘돛’의 음감회(음악감상회)를 열었다.

‘돛’은 지난 5월, 13년 만에 내놓은 미니음반 ‘프리뷰(Preview)’와 이어지는 음반이다. ‘프리뷰’에 수록한 5곡과 새롭게 만든 12곡을 더해, 17곡을 담았다.

타이틀곡은 ‘위 캔 플라이 하이(We Can Fly High)’와 ‘당신을 사랑합니다’로 정했다. ‘We Can Fly High’는 시티팝 장르로, 희망에 대해 풀어낸 곡이다. 부드러운 발라드 ‘당신을 사랑합니다’는 가수 박원이 불렀다. 이날 음감회에서 김현철은 ‘We Can Fly High’를 라이브로 열창했다.

13년 만에 새 음반으로 무대에 오른 김현철은 “감개무량하다”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사실 9집 가수로 마감할 줄 알았는데,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10집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김현철의 이번 새 음반을 통해 다양한 색깔을 지닌 가수들과 협업했다. 박원 외에도 박정현·백지영·정인·황소윤(새소년), 그룹 마마무의 휘인과 화사, 가수 죠지와 쏠 등이 참여했다. 특히 죠지는 김현철이 13년 만에 컴백한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했다.

“죠지를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그 친구가 단초가 돼 10집을 준비했거든요. 음악을 오랫동안 쉬고 있는데 죠지가 저의 곡 ‘오랜만에’를 리메이크하고 싶다고 찾아왔더군요. 곡을 들어보니 훌륭했어요. ‘나도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에도 음악을 다시 해야겠다고 생각한 여러 순간이 있었지만 결정적인 계기는 죠지 덕분이에요.”

그러면서 김현철은 선배만 후배에게 자극을 주는 게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는 “후배들이 선배들에게 주는 자극도 엄청나다. 누구에게 말도 못하지 않겠느냐”며 호탕하게 웃었다.

김현철은 다양한 장르의 17곡에 자신이 하고 싶은 메시지를 녹였다. 누군가를 향하는 동시에 자신의 이야기라고 했다.

가수 김현철. / 서예진 기자 yejin@
가수 김현철. / 서예진 기자 yejin@
시티팝이라는 장르가 인기를 얻으면서 김현철이 과거 발표한 노래도 재조명 받기 시작했다. 그는 이에 대해 “음악은 시대가 만든다고 생각한다. 시대가 변하면서 우리의 음악을 주목하고 좋아해 줘서 지금까지 음악을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요즘 시티팝을 좋아하는 것도 사실 젊은층이 아니라 시대가 좋아하는 것이다. 이 시대에 살고 있는 걸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김현철만의 음악 색깔을 묻자 그는 “나는 잘 모른다. 꽃이 스스로 어떻게 피어있는지, 자신이 꽃인 줄 모르듯 나 역시 음악을 하고 있지만 어떤 색깔이고, 메시지를 전달하는지 솔직히 잘 모른다”면서 “음악은 발표하고 나면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다. 듣는 사람의 소유물이 된다”고 답했다.

음반의 제목을 ‘돛’으로 정한 이유는 김현철의 음악 인생도 돛을 펴고 항해를 시작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했다. 1번 트랙에 시인과 촌장의 ‘푸른돛’을 오케스트라 연주로 재해석해 담은 이유다.

이외에도 김현철은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젊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은 ‘꽃’과 어린시절 추억을 떠올리며 지은 ‘그 여름을 기억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팝송 ‘레인보우 인 윈터(Rainbow In Winter)’ 등 풍성하게 채웠다.

음악이 빠르게 소비되는 음원 스트리밍 시대에 김현철은 두 장의 CD를 냈다. 곧 LP로도 두 장을 발표할 계획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17곡을 채운 CD를 두 장 발표하니까 주변에서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더군요.(웃음) 스스로도 ‘미친 거 아니니?’라고 물었으니까요. 그런데 그게 저의 DNA입니다. 물려받으면 바꿀 수 없듯이 이런 감성이 제 것이에요. 음악 한 지 30년이 흘렀고, LP부터 음원 시대까지 왔는데 제가 이렇게 고집하는 이유도 나름대로 분명 있을 겁니다. 저는 앞으로도 이런 종류의 음악밖엔 못할 것 같고요. 이런 음악을 더 잘하는 게, 더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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