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음악으로 사랑받는 뮤지션들이 공백을 알차게 채운 신보로 돌아왔다. 정규 1집을 낸 래퍼 pH-1과 약 1년 만에 EP로 컴백한 듀오 볼빨간사춘기와 콸라다. 자신이 잘하는 것에 집중해 만족도를 끌어올린 세 뮤지션의 앨범을 소개한다.

래퍼 pH-1의 ‘HALO’ 커버. 사진제공=하이어뮤직
래퍼 pH-1의 ‘HALO’ 커버. 사진제공=하이어뮤직
◆ pH-1, ‘HALO’

pH-1이 자신의 음악성을 증명한 앨범이다. 첫 정규 앨범이라는 무게에 걸맞게 다채로운 트랙들을 선보였다. 프로듀서 모키오(Mokyo)와의 시너지가 훌륭했다. 1번 트랙 ‘Alright’부터 기분 좋은 사운드와 멜로디가 귀를 잡아끈다. 비트의 적절한 선택과 활용이 돋보이는 ‘Lights Out’은 타이틀곡으로 삼았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바밍타이거 유병언에서 이름을 바꾼 장석훈의 감각적인 피처링은 탁월한 수록이었다.

‘HALO’에는 장석훈 외에도 더콰이엇, 오왼 오바도즈, 팔로알토, 테드 박, 쿠기, 박재범, 지소울 등 굵직하고 쟁쟁한 아티스트들이 피처링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금도 수많은 협업 러브콜을 받고 있을 그들이 한결같이 pH-1의 앨범에 참여한 이유를 납득하게 하는 앨범이 바로 ‘HALO’다.

듀오 볼빨간사춘기의 ‘사춘기집1 꽃기운’ 커버. 사진제공=쇼파르뮤직
듀오 볼빨간사춘기의 ‘사춘기집1 꽃기운’ 커버. 사진제공=쇼파르뮤직
◆ 볼빨간사춘기, ‘사춘기집1 꽃기운’

또렷한 음악 색을 갖고 있는 뮤지션들은 그 독창성을 사랑받는 한편으로 변화도 요구받는다. ‘자신만의 것’을 보여주고 난 다음엔, 한결같이 사랑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시험대에 오르기 마련이다. 음원 강자라면 피해갈 수 없는 이 숙제를 볼빨간사춘기는 ‘사춘기집1 꽃기운’(이하 ’사춘기집1‘)으로 영리하게 풀어낸 듯하다. ‘RED PLANET’과 ‘RED DIARY’ 시리즈로 대중에게까지 매력을 확실히 각인시킨 볼빨간사춘기는 ‘사춘기집1’로 새로운 장을 펼쳤다.

메인 타이틀곡 ‘나만, 봄’은 볼빨간사춘기만이 할 수 있는 가사와 음악성으로 완성한 곡이다. 이번에도 볼빨간사춘기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하나씩은 살고 있을 귀여운 심술쟁이와 교감하며 발매 3일째에도 멜론과 벅스 등 주요 음원 차트 1위를 장악했다. ‘별 보러 갈래?’도 전작 ‘프리지아’를 좋아했다면 반길 만한 곡이다. ‘Seattle Alone’에서는 익숙한 작법과 창법에서 벗어나 어두운 내면으로 청자를 이끈다. 그간 잘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에 즐거운 경험이다. 새로움과 익숙함을 적절한 농도로 섞은 발라드 ‘Mermaid’로 ‘사춘기집1’은 마무리된다.

래퍼 콸라의 ‘DUMP TRUCK’ 커버. 사진제공=워너뮤직코리아
래퍼 콸라의 ‘DUMP TRUCK’ 커버. 사진제공=워너뮤직코리아
◆ 콸라, ‘DUMP TRUCK’

수많은 힙합 크루 중 올해 눈여겨봐야 하는 팀 중 하나는 단연 오사마리다. 힙합계의 숨은 실력자인 이들이 열일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2014년부터 ‘몬스타 트럭’ 정규 앨범 시리즈를 선보인 오사마리의 콸라는 올해 초부턴 ‘바보 트럭’(DUMB TRUCK) 시리즈를 시작했다. ‘바보 트럭’에는 호평 받았던 ‘몬스타 트럭’보다 더 발전한 음악이 실려 있다. 이제는 콸라가 틀을 깨고 나와 자신의 세계를 찾은 듯한 느낌이다.

콸라는 1번 트랙부터 시동을 제대로 걸었다. ‘Jeep’에선 해쉬스완이 기대 이상의 피처링으로 흐름을 힘있게 연결했다. 타이틀곡 ‘YovngTrucker’는 콸라의 실력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전에 니 스탈은 지루해’ ‘나 같음 접을게’라고 평가절하 하던 사람들을 조용하게 만들 만한 건재함이다. ‘Tricksta(feat. 수퍼비, 팔로알토)’에서는 시원하면서도 자유분방함이, ‘Follower(feat. 제네 더 질라)’에서는 의식의 흐름대로 내지르는 듯한 싱잉 랩이 돋보인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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