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가수 숀. / 사진제공=엠넷닷컴 캡처
가수 숀. / 사진제공=엠넷닷컴 캡처
가수 숀의 신곡 ‘웨이 백 홈(Way Back Home)’의 음원 차트 1위를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소속사 디씨톰엔터테인먼트 측은 ‘검찰 조사 의뢰’라는 강수를 뒀지만 의혹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발생한 닐로 논란에 이어 또 한 번 사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음원차트의 공신력마저 의심받고 있다.

논란은 숀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미니음반 ‘테이크’의 수록곡 ‘웨이 백 홈’이 멜론 등 주요 음원사이트에서 트와이스, 마마무 등 아이돌 그룹을 꺾고 실시간 차트 1위를 차지하며 불거졌다. 누리꾼들은 ‘웨이 백 홈’의 이용 추이가 팬덤의 ‘총공’을 등에 업은 아이돌 그룹의 노래와 비슷하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총공’이란 특정한 노래를 집중적으로 스트리밍하거나 다운로드하는 이용 형태를 가리키는 것으로, 응원하는 가수의 음원 순위를 높이기 위해 팬덤 내에서 조직적으로 발생한다.

◇ “사재기·조작·불법마케팅 없었다”

숀 측은 “사재기나 조작, 불법적인 마케팅 같은 건 없다”는 입장이다. SNS 페이지를 통해 노래를 소개한 것이 전부이며, 이를 통해 ‘웨이 백 홈’ 이용자 수가 대폭 증가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음원 사재기 의혹은 혐의를 입증하기도, 해명하기도 어렵다. 음원 이용과 관련한 상세 정보가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숀 측은 의혹 해명을 위해 멜론, 벅스 등 주요 음원사이트에 ‘웨이 백 홈’에 대한 시간대별, 이용자별 음원 이용 내역을 제공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또한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사재기 여부 조사를 요구했으나 이에 대해서도 “콘텐츠 통계자료나 매출액 등을 조사하기는 하나 법을 제정하거나 규제를 하고 있지 않아 답변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 받았다.

결국 숀 측은 ‘음원 사재기, 차트조작 등 위계를 이용하여 음원차트 업체, 경쟁 가수, 숀, 디씨톰엔터테인먼트에 대해 업무방해 행위를 한 인물’이 누구인지 수사해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 하지만 조사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이미 5년 전에도 JYP, SM, YG, 스타제국 등 4개 연예기획사가 검찰에 음원 사재기와 관련한 조사를 의뢰했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불구속 처분된 사례가 있다.

◇ 사재기 방지한다더니…무색한 ‘차트 프리징’

특히 이번 논란은 음원사이트들이 새벽(오전 1~7시) 실시간 차트 운영을 중단하는 이른바 ‘차트 프리징’ 제도를 실시한 지 일주일 만에 벌어져 눈길을 끈다. 당시 멜론, 벅스, 소리바다, 엠넷닷컴, 지니, 네이버뮤직 등 음원사이트들은 구조적으로 음원 사재기를 방지하겠다며 차트 프리징을 시작했지만 무용지물이 된 격이다.

오히려 또 다른 사재기 요인을 만들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실시간 차트 운영이 멈추기 직전에 음원을 상위권에 올려놓으면 새벽 시간 내내 순위가 고정되는 점을 노린다는 것이다. 숀의 ‘웨이 백 홈’ 역시 비슷한 혐의를 받았다. 멜론을 기준으로 프리징이 시작되기 직전인 자정 3위에 음원을 올려놓았다는 의혹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발생하고 있다.

최광호 사단법인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사무국장은 차트 프리징을 도입하면서 “‘밴드 웨건 효과’를 노린 심야시간대 음원 사재기 시도를 원천 차단하겠다”고 밝혔지만 숀 사태로 인해 그 한계를 드러냈다.

◇ 실시간 차트, 이대로 괜찮을까?

음원 사재기를 둘러싼 논란은 결국 실시간 차트의 정당성에 관한 논의로 귀결다. 실시간 차트의 존재 자체가 사재기를 유발하는 요인이라는 주장은 수 년 전부터 있어왔다. 2015년 열린 음원 사재기 끝장 토론에서 실시간 차트 폐지를 주장한 신대철을 포함해 많은 비평가들이 문제 제기를 해왔다. 다만 음원사이트들은 정보 전달, 시장 규모 확대 등 실시간 차트의 순기능을 이유로 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가수 윤종신은 “실시간 차트, 톱100 전체 재생. 이 두 가지는 확실히 문제라고 본다”고 밝혔다. 숀의 사재기 의혹이 수면 위로 오른 지난 18일, 자신의 SNS를 통해서다. 그는 “많은 사람이 확고한 취향을 가지도록 유도하고 돕는 플랫폼이 돼야 한다”면서 “길게 보면 그런 플랫폼이 이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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