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아이돌 전성시대다. 아니, 아이돌 포화상태다. [10덕 포인트]는 각양각색 매력을 가진 아이돌 바다의 한 가운데서 어느 그룹에 정착할지 고민 중인 예비 ‘덕후’*들을 위한 ‘입덕’** 안내서를 제공한다. 떠오르는 신인, 그룹 인지도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한 멤버, 아이돌이라는 편견 때문에 주목받지 못한 명곡과 퍼포먼스까지, 미처 알아보지 못해 미안한 아이돌의 매력을 나노 단위로 포착한다. [편집자주]*덕후: 마니아를 뜻하는 말로, 일어 ‘오타쿠’에서 파생됐다
**입덕: 한 분야의 마니아가 되는 현상

뮤지컬에서 활약 중인 f(x) 루나(왼쪽), 러블리즈 케이 / 사진제공=EMK, 에그플랜트
뮤지컬에서 활약 중인 f(x) 루나(왼쪽), 러블리즈 케이 / 사진제공=EMK, 에그플랜트
아이돌들의 활동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가요 무대는 물론, 이제 안방극장과 스크린도 넘어섰다. 최근 많은 아이돌들이 연극·뮤지컬 무대에 도전했다. 연극·뮤지컬은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갖추지 않으면 도전하기 쉽지 않은 분야다. 연극은 긴 호흡의 연기를 필요로 하고 뮤지컬은 노래와 춤, 연기를 동시에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뮤지컬에서 남다른 실력을 선보여 호평 받고 있는 아이돌들이 있다. 뮤지컬 ‘레베카’의 f(x) 루나와 ‘서른 즈음에’의 러블리즈 케이다.

◆ 뮤지컬 ‘레베카’ f(x) 루나

뮤지컬 ‘레베카’ 프레스콜에서 배우 민영기(막심 역)와 호흡을 맞추고 있는 루나/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뮤지컬 ‘레베카’ 프레스콜에서 배우 민영기(막심 역)와 호흡을 맞추고 있는 루나/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루나가 출연하고 있는 뮤지컬 ‘레베카’는 전 세계에서 1800여 회의 공연을 통해 160만여 관객을 동원한 흥행작이다. 국내에서는 벌써 네 번째 공연이다. 루나는 김선영, 신영숙, 옥주현 등 쟁쟁한 뮤지컬배우들이 맡은 댄버스 부인과 대립각을 세우는 나(I)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나(I)는 ‘레베카’에서 극이 전개되는 동안 가장 큰 변화를 보이는 인물이다. 루나는 그 변화를 자연스럽게 연기했다. 1막에서 사랑하는 남자 막심에게 순종하고 전 부인 레베카에게 패배 의식을 느끼는 나(I)의 모습은 사랑스럽게, 2막에서 나(I)가 레베카의 하녀였던 댄버스 부인과 갈등을 빚으면서부터는 눈빛과 말투, 목소리에 힘을 실어 표현했다.

무엇보다 인상 깊은 것은 나(I)와 댄버스 부인이 함께 부르는 넘버 ‘레베카 ACT2’에서 루나의 가창력이다. 극의 하이라이트이자 댄버스 부인의 카리스마가 폭발하는 넘버라 상대적으로 나(I) 역할이 잘 보이지 않는데, 루나는 빼어난 발성으로 댄버스 부인(김선영, 신영숙, 옥주현)과 호흡을 맞추며 존재감을 나타낸다. 루나의 활약은 오는 18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구.삼성전자홀)에서 공연되는 ‘레베카’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뮤지컬 ‘서른 즈음에’ 러블리즈 케이

뮤지컬 ‘서른즈음에’ 공연 중 B1A4 산들과 연기하고 있는 케이 / 사진제공=에그플랜트
뮤지컬 ‘서른즈음에’ 공연 중 B1A4 산들과 연기하고 있는 케이 / 사진제공=에그플랜트
지난달 20일 막을 올린 주크박스 뮤지컬 ‘서른즈음에’는 케이의 뮤지컬 데뷔작이다. 첫 공연 이후 뮤지컬 마니아들로부터 기대 이상이라는 호평을 얻고 있다.

‘서른즈음에’는 2017년 팍팍한 삶의 무게를 견디는 중년 현식과 1997년 꿈과 사랑을 찾는 젊은 현식의 모습을 오가며 극이 전개된다. 케이는 극 중 1997년 현식을 짝사랑하는 옥희 역을 맡았다. 옥희는 현식과 같은 동아리 ‘우동사’에 소속된 여성 보컬이다.

케이는 마치 제 옷을 입은 것처럼 옥희를 소화해내고 있다. 특유의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역할에 녹아들었고 노래를 깨끗한 미성으로 불러 귀를 사로잡았다. 특히 강승원의 곡들로 구성된 ‘서른즈음에’의 넘버는 성악 발성을 필요로 하지 않는 가요 위주여서 케이의 창법이 더욱 잘 어울린다는 반응이다. 케이 외에도 보이그룹 B1A4 산들이 출연하는 ‘서른즈음에’는 오는 12월 2일까지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공연된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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