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그룹 워너원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그룹 워너원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지난 한 달간 가요계에서 가장 뜨거웠던 이슈는 단연 “워너원”이었다. 워너원은 지난달 7일 데뷔앨범 ‘1X1=1(투 비 원, TO BE ONE)’을 발표했다. 9월 7일 한터차트 기준으로 이 앨범은 56만 장 이상 팔렸다. 음원차트 올킬, 데뷔 쇼케이스로 고척스카이돔 2만5000석 매진, 음악방송 15관왕의 기록도 세웠다.

워너원은 엠넷 ‘프로듀스101’ 시즌2를 통해 탄생한 프로젝트그룹이다. 방송사와 시청자가 만든 그룹이라는 점에서 워너원의 인기가 갖는 의미가 남다르다.

◆ 아이돌과 팬덤의 변화

‘보이그룹 워너원’의 데뷔일은 2017년 8월 7일이다. 그러나 멤버 강다니엘 박지훈 이대휘 김재환 옹성우 박우진 라이관린 윤지성 황민현 배진영 하성운은 그보다 일찍부터 얼굴을 알리고 각자의 팬덤을 형성했다.

워너원을 배출한 ‘프로듀스101’ 시즌2는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방영됐다. 그동안 12주 연속 콘텐츠 영향력 지수(CPI) 1위를 유지했고, 최고 시청률 4.4%(닐슨 코리아 유료 플랫폼 집계)를 기록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워너원 멤버들이 ‘프로듀스101’ 시즌2 파이널 경연에서 각각 기록한 득표수를 모두 합하면 1105만 9469표에 달한다. 연습생 때부터 인지도, 화제성, 팬덤의 규모가 기성 연예인과 맞먹는 정도였다. 그러니 워너원의 출발선이 기존 신인 아이돌과 확연히 다른 게 당연하다.

팬덤의 성격도 기존 아이돌 팬덤과 사뭇 다르다. 워너원의 팬클럽 워너블은 대다수가 ‘프로듀스101’ 시즌2의 국민 프로듀서 출신이다. 워너원을 데뷔시킨 일등공신이란 뜻이다. 워너원의 데뷔 타이틀곡, 리얼리티 프로그램 구성도 팬들의 투표로 결정됐다. 팬들은 워너원을 ‘내가 만드는 그룹’이라고 인식한다. 따라서 워너원의 활동을 맹목적으로 지지하지 않는다. 지적해야 할 사항은 소속사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때로는 이를 공론화하기 위해 직접 보도자료를 만들어 언론사에 배포한다.

한 연예기획사 커뮤니케이션팀 관계자는 “소속사에 직접 의견을 보내는 팬들은 이전부터 있었지만 말 그대로 ‘일부’였다. ‘프로듀스101’과 워너원을 통해 그 일부가 ‘팬덤의 문화’로 발전하고 있다. 아이돌에 대한 팬덤의 영향력이 확장되는 계기”라고 설명했다.

◆ 아이돌의 新모델 제시, 그리고 우려

워너원이 시작부터 화려한 성공을 거둔 만큼 비슷한 형태의 그룹들도 잇따라 데뷔할 전망이다. 우선 ‘프로듀스101’ 시즌2 참가 연습생들로 구성된 프로젝트그룹 J.B.J와 레인즈가 오는 10월 데뷔한다. 역시 국민 프로듀서들이 만든 조합이다. J.B.J의 경우, 데뷔가 확정되기 전에 이들을 홍보하는 지하철역 전광판 광고가 등장했다.

방송사들도 ‘제2의 워너원’을 만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KBS는 비인기 아이돌들의 재기를 목적으로 하는 오디션 프로그램 ‘더 유닛’을 10월 중 선보인다. JTBC도 YG 한동철 PD와 손잡고 남자 아이돌 연습생을 대상으로 한 예능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한국매니지먼트연합(한매연)은 지난달 성명서를 통해 “방송사가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매니지먼트 사업에 진출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한매연은 “오디션 프로그램은 다양한 연습생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와는 달리 방송 미디어의 수익 극대화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중소 기획사는 단순 에이전시로 전락하고 대중음악산업은 방송 미디어간의 경쟁으로 변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너원이 데뷔한 지 이제 한 달이다. 그동안 워너원을 통해 아이돌의 새로운 형태가 제시됐고 팬덤의 모습도 달라졌다. 워너원이 불러온 변화가 가요계에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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