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듀오 유리상자 / 사진제공=제이제이홀릭 미디어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듀오 유리상자 / 사진제공=제이제이홀릭 미디어
“데뷔 20년 동안 큰 어려움 없이 음악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이 유리상자에게 가장 큰 선물입니다. 앞으로도 큰 욕심은 없어요. 유리상자는 지금 하향곡선을 원만하게 그리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아쉬움도, 슬픔도 없습니다. 그냥 데뷔 초에 바랐던 것처럼, 많은 공연으로 관객들을 여는 유리상자가 되고 싶어요.”

남성 듀오 유리상자가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한 새 앨범 ‘스무살’을 1일 오후 6시 공개했다. 앨범 발매에 앞서 서울 대학로 학전 블루에서 음악감상회를 연 유리상자는 “감회가 남다르다”고 운을 뗐다.

학전 블루는 유리상자가 1997년 겨울, 데뷔 후 처음으로 단독 공연을 연 장소다. 박승화는 당시를 떠올리며 “그때의 꿈이 큰 극장 말고, 소극장을 가득 메울 수 있는 공연을 여는 것이었다. 첫 콘서트에서 그 꿈을 이뤘다. 공연 시작 전 문틈으로 가득 찬 객석을 확인하고, 이세준과 하이파이브를 했던 기억이 난다”며 웃었다. 이세준 역시 “20년 전과 비교하면 공연장 자리도 편해지고 분위기도 달라졌지만, 그때 그 기분이 되살아나고 있다. 앞서 리허설을 하면서도 마음이 벅찼다”고 덧붙였다.

유리상자는 이날 오후 8시부터 같은 장소에서 데뷔 20주년 기념 콘서트를 연다. 오는 3일까지 3회 공연을 펼친다. 이를 통해 ‘스무살’에 수록된 음악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앨범 ‘스무살’은 제목처럼 유리상자의 지난 20년을 담았다. 10개 트랙 중 다섯 곡이 신곡이다.

유리상자 / 사진제공=제이제이홀릭 미디어
유리상자 / 사진제공=제이제이홀릭 미디어
타이틀곡 ‘선물’은 이세준이 작사하고 박승화가 작곡했다. 유리상자 특유의 따뜻한 감성이 녹아있다. 이승화는 “유리상자 스스로에게, 20년 동안 아껴주신 모든 분들에게 선물이 될 만한 노래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박승화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우자에게, 새로 태어난 아기에게… 주위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가사로 풀었다”고 보탰다.

더불어 서정적인 멜로디의 ‘만약에 그대’, 이세준의 자작곡 ‘그럼 좋겠다’, 박승화의 자작곡 ‘그대와 함께라면’과 유리상자 특유의 애절한 음색이 돋보이는 발라드곡 ‘부탁’ 등이 새로 실렸다.

이 외에 유리상자의 음악 중 특히 많은 사랑을 받은 ‘사랑해도 될까요’ ‘순애보’ ‘처음 주신 사랑’ ‘좋은 날’ ‘신부에게’ 등을 새로 편곡해 실었다. 이세준은 “우리 색깔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편곡을 했다”며 “원곡에는 듣는 이의 추억과 사연이 담겼기 때문에 그만한 앨범을 만들기는 어렵다. 다만 가수로서 완성도에 대한 욕심이 20년 전과 달라졌기 때문에 현재 만족할 수 있는 색깔을 내고자 작업했다. 원곡보다 세련된 음악이 됐다”고 자신했다.

특히 ‘신부에게’는 후배 걸그룹 마마무와 호흡을 맞춰 눈길을 끌었다. 박승화는 “원곡은 박학기 씨가 함께 불렀다. 그 파트를 누구에게 맡길까 고민하던 차에 마마무라는 팀이 생각났다. 마마무는 실력이 뛰어난 요즘 후배들 중에서도 도드라지는 팀”이라고 애정을 보였다.

유리상자는 그동안 특유의 서정적인 음악으로 사랑받았다. 이에 대해 이들은 “다르게 이야기하면 비슷한 음악만 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너스레를 떨며 “우리도 활동하며 여러 취향과 음악에 대한 욕구들이 생겼다. 그러나 유리상자는 혼자가 아니라 둘이기 때문에 우리의 교집합을 찾아야했다. 그것이 지금 유리상자의 정서였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유리상자의 따뜻한 음악은 계속된다. 이세준은 “우리가 기억하기로 대한민국 남자 듀엣 중에 20년 동안 멤버 교체나 불화, 활동 중단 없이 꾸준히 활동해온 팀은 유리상자가 유일하다. ‘유리상자가 한 시대의 어떤 존재였다’고 내세우기엔 부족하지만 훗날 가요사를 짚을 때 ‘유리상자라는 팀이 이렇게 오래 유지됐다’고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승화는 “큰 욕심을 부리고 싶지는 않다”며 “하나 이루고 싶은 것은 1000회 공연의 기록을 세우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유리상자를 잘 닦아 놓고, 좋은 것들만 담아 여러분에게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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