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바야흐로 아이돌 전성시대. 다시 말하면 아이돌 포화상태다. [10덕 포인트]는 각양각색 매력을 가진 아이돌 바다의 한 가운데서, 어느 그룹에 정착할지 고민 중인 예비 ‘덕후’*들을 위한 ‘입덕’** 안내서를 제공한다. 떠오르는 신인, 그룹 인지도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한 멤버, 아이돌이라는 편견 때문에 주목받지 못한 명곡과 퍼포먼스까지, 미처 알아보지 못해 미안한 아이돌의 매력을 나노 단위로 포착한다. [편집자주]*덕후: 마니아를 뜻하는 말로, 일어 ‘오타쿠’에서 파생됐다
**입덕: 한 분야의 마니아가 되는 현상

◆ 자작곡, ‘우리’의 색깔

아이돌은 철저히 기획된 가수라는 편견, 이제는 옛말이다. 최근 작사·작곡, 더 나아가 프로듀싱에까지 참여하는 아이돌 멤버들이 늘고 있다. 이들이 전문 창작인들과 또 다른 점은 바로 팀의 멤버로서 다른 멤버들의 개성과 강점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것. 따라서 대중이 몰랐던 매력을 끌어낼 수 있는 음악으로 그룹의 스펙트럼을 넓힌다. 에프엑스·에이핑크·EXID·몬스타엑스·블락비 바스타즈의 또 다른 색깔을 알게 해준 엠버·정은지·LE·주헌·비범의 음악을 들어보자.

◆ 아이돌 자작곡 추천: 그룹 편

아이돌 자작곡 추천: 그룹 편
아이돌 자작곡 추천: 그룹 편
◆ 에프엑스 엠버, ‘굿바이 썸머(Goodbye Summer)’(2013년 7월 29일 발매)

에프엑스의 정규 2집 ‘핑크 테이프(Pink Tape)’ 수록곡 ‘굿바이 썸머’는 엠버와 Gen Neo가 함께 작업했다. 보컬 멤버인 크리스탈, 루나, 그리고 엠버가 불렀고 또 엑소의 보컬 디오가 피처링했다. 학창 시절의 첫 사랑을 그린 현실적이면서도 아련한 가사 덕분에 팬들 사이서 ‘기억 조작곡’으로 불리기도 했다. 서로 다른 음색을 가진 크리스탈, 루나, 엠버, 그리고 디오의 만남이 시너지를 발휘했다. 지난 2015년에는 ‘아이 저스트 워너(I Just Wanna)’라는 제목의 영어 버전으로 재탄생, 에릭남과 듀엣곡으로 엠버의 첫 솔로 음반 ‘뷰티풀(Beautiful)’에 실리기도 했다.

◆ 에이핑크 정은지, ‘새끼손가락’(2015년 4월 19일 발매)

에이핑크 데뷔 4주년을 기념한 팬송 ‘새끼손가락’은 정은지의 첫 자작곡이기도 하다. 로즈 피아노와 그루브한 드럼&베이스가 만들어낸 몽환적인 사운드, 동화 같은 멜로디에 에이핑크 멤버들의 미성이 어우러졌다. 무엇보다 에이핑크를 아껴주는 팬들의 마음을 연인과의 약속을 믿고 기다리는 이의 상황에 빗대 표현해 감동을 자아냈다. 정은지의 고음이 폭발하는 클라이맥스에서 윤보미의 맑은 음색을 거쳐, 김남주의 애절한 감정이 돋보이는 파트로 흐르는 구성이 매력적.

◆ EXID LE, ‘데려다줄래’(2016년 6월 1일 발매)

EXID의 첫 번째 정규 음반 ‘스트리트(STREET)’에는 래퍼 LE의 자작곡이 다수 실렸다. 그 중 EXID의 색과 LE의 색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곡은 1번 트랙 ‘데려다줄래’. 신사동 호랭이가 편곡을 맡았다. 세련된 사운드가 도입부부터 귀를 사로잡는다. 여기에 LE의 개성강한 래핑은 서정적인 멜로디와 어우러져 또 다른 시너지를 발휘했다. 그간 섹시한 매력과 중독성 넘치는 훅을 강조해왔던 EXID 타이틀곡에서는 만나지 못한 멤버 개개인의 음색이 단연 돋보이는 곡이다.

◆ 몬스타엑스 주헌, ‘하얀소녀’(2016년 10월 4일 발매)

몬스타엑스의 ‘더 클랜(The Clan)’ 두 번째 이야기 ‘길티(GUILTY)’에는 주헌의 감수성을 엿볼 수 있는 자작곡이 실렸다. 마지막 트랙 ‘하얀소녀’가 그 주인공. 몬스타엑스가 늘 파워풀한 곡을 타이틀로 내세웠다면, ‘하얀소녀’는 서정적인 멜로디로 멤버들의 음색을 강조했다. 특히 주헌은 ‘하얀소녀’에서 래퍼 아이엠에게도 보컬 파트를 맡겨 중저음의 담백한 음색을 뽐내도록 했다. 곡 말미 멤버들의 웃음소리와 환호 등을 배경으로 자유롭게 합창하는 부분이 킬링 파트.

◆ 블락비 바스타즈 비범, ‘타이트하게’(2016년 10월 31일 발매)

블락비 보컬 비범은 유닛그룹 블락비 바스타즈의 두 번째 음반 ‘웰컴 2 바스타즈(WELCOME 2 BASTARZ)’에 자작곡 ‘타이트하게’를 실었다. 어반 느낌의 R&B가 가미된 곡으로 일상적인 언어로 만들어낸 치명적인 가사가 인상적이다. 특히 비범과 유권의 감미로운 음색이 섹시한 분위기를 살렸다. 뿐만 아니라 래퍼 피오 역시 멜로디가 더해진 래핑을 선보였다. 악동 블락비, 그리고 블락비 바스타즈와는 또 다른 반전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