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걸그룹 레드벨벳 /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걸그룹 레드벨벳 /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모든 모험은 첫 걸음을 필요로 하지.”

영국 작가 루이스 캐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대사다. 그룹 레드벨벳도 미니 4집 ‘루키(Rookie)’로 다시, 모험의 첫 걸음을 뗐다.

레드벨벳이 지난 1일 0시 신보 ‘루키’를 발매했다. 전작 ‘러시안 룰렛’ 이후 5개월 만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레드벨벳이 암묵적인 컴백 공식을 깼다는 데 있다. 이들은 데뷔곡 ‘행복’부터 ‘러시안 룰렛’까지, 레드 콘셉트와 벨벳 콘셉트를 번갈아 선보여 왔다. 레드 콘셉트가 ‘행복’, ‘아이스크림 케이크’, ‘러시안 룰렛’과 같이 발랄하고 톡톡 튄다면 벨벳 콘셉트는 ‘비 내추럴’, ‘오토매틱’, ‘7월 7일’과 같이 성숙하고 차분하다. 이 공식에 따르면 ‘러시안 룰렛’ 이후 레드벨벳의 콘셉트는 벨벳이어야 했다.

그러나 다시 레드 콘셉트로 돌아왔다. 여태 성적이 높았던 곡들이 대다수 레드 콘셉트인 것을 감안했을 때, 이 같은 선택이 의외인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레드벨벳은 평범하지 않은 길을 택했다. 이전의 레드가 빨간 색이었다면, ‘루키’에 묻어난 레드는 그야말로 ‘새빨갛다’.

레드벨벳의 ‘루키’는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연상케 한다. 앨리스 식 화법에서 ‘이상한’은 남들과 다른, 또 기묘하고 환상적인 것들을 뜻한다. 그런 의미에서 타이틀곡 ‘루키’는 단연 이상하다. 레드벨벳은 ‘루키’에서 랩과 멜로디를 오가는 보컬을 선보인다. 난해한 동시에 한 번 듣는 것만으로 경쾌한 비트 위에 톡톡 튀는 보컬이 귀에 맴돈다.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가 곡 발표에 앞서 ‘루키’를 ‘중독성 강한 후크송’이라 소개한 것이 납득된다.

레드벨벳 ‘루키’ M/V 캡처 /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레드벨벳 ‘루키’ M/V 캡처 /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뮤직비디오에는 레드벨벳의 이번 콘셉트가 보다 분명히 담겼다. 원색 의상을 입은 레드벨벳은 푸른 초원이나 알록달록한 세트장을 배경으로 레드벨벳 특유의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쨍한 색감이 영상의 주를 이루고 모든 것이 화려한 속에서 레드벨벳의 표정 연기는 무덤덤하거나 과장됐다. 그들 주위를 맴도는 꽃으로 뒤덮인 인형의 존재도 눈에 띄었다. 모든 요소들의 불균형이 그로테스크한 매력을 자아냈다.

반응도 괜찮다. 발매 2일차인 2일 정오 기준 멜론 10위, 지니3위, 네이버뮤직 9위, 엠넷 6위, 벅스 3위, 올레뮤직 8위, 소리바다 5위, 몽키3 5위 등을 기록하고 있다. 레드벨벳과 같은 날 컴백한 자이언티와 tvN ‘도깨비’의 OST가 음원차트에서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선방하는 중.

레드벨벳은 레드와 벨벳의 갈림길에서 또 다른 길을 개척했다. 이상한 나라로의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이것이 레드벨벳의 색깔이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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