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팬텀싱어’ 포스터 / 사진제공=JTBC
‘팬텀싱어’ 포스터 / 사진제공=JTBC

“듣는 내내 황홀했다. 사실 이분들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멘토로서 참가자들의 노래를 감상한 윤상의 한마디.

하나, 둘 그리고 셋, 이제 드디어 넷이다. 남성 4중창의 그룹을 찾는 JTBC ‘팬텀싱어’의 행보다. 실질적인 참가 자격이 주어지는 1대 1 미션을 통해 진주를 발견했고, 듀엣으로 팀을 이뤄 대결을 벌였다. 이후 셋이 모여 트리오를 꾸렸고, 마침내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인 4중창의 본격적인 경합이 펼쳐지는 중이다.

출발은 흔히 봐온 음악을 소재로 하는 서바이벌 오디션의 또 다른 버전쯤이었다. 구미를 당기기 위한 홍보성 예고 영상을 보고도 시청자들은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방송가에 음악 예능은 쏟아지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서바이벌 형식의 오디션 프로그램은 방송사마다 간판으로 내세울 정도다. 대한민국에 노래 잘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다 알았고, 아무리 새로운 포맷의 형식을 띠고 있더라도 ‘거기서 거기’라는 것도 눈으로 확인했다.

그럼에도 ‘팬텀싱어’는 방송 전부터 다른 프로그램들과의 차별성을 설명했고, 또 멘토라는 이름으로 참가자들의 실력을 평가하는 윤상, 윤종신, 바다, 마이클리, 손혜수 김문정 음악감독 등도 “음악으로 다름을 증명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며 ‘완성도’를 다른 점으로 꼽았다.

JTBC ‘히든싱어’의 제작진이 다시 뭉쳐 만든 음악 프로젝트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야심 차게, 지난해 11월 11일 막을 올렸다. 첫 회는 미약했으나, 4중창의 본격적인 서막을 알린 8회까지의 여정 동안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그결과, ‘팬텀싱어’는 화제성 조사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 통계에서는 금요일 방송되는 비(非)드라마 부분에서 화제성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백인태, 유슬기 / 사진제공=JTBC ‘팬텀싱어’
백인태, 유슬기 / 사진제공=JTBC ‘팬텀싱어’
◆ 음악,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은 충분하다

‘팬텀싱어’가 화제성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건 제작진이 시작 전부터 강조한 ‘음악’ 덕분이었다.

사실 첫 회를 비롯한 초반은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흘러갔다. 심사위원 앞에서 긴장하는 참가자들의 모습과 호평, 혹평으로 엇갈리는 양상 역시 비슷했다. 비로소 ‘팬텀싱어’만의 빛깔을 내기 시작한 건, 듀엣 대결이 시작된 4회부터다. 본선 진출자 32인을 뽑고, 두 사람씩 짝을 지어 대결을 벌인 ‘듀엣’ 미션을 통해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한 것.

이벼리와 이준환의 ‘어느 봄날’, 곽동현과 이동신의 ‘카루소’도 이때 탄생했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참가자들이 모여 하모니를 낸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팬텀싱어’가 보여주고자 한 음악의 힘이었다.

무엇보다 ‘어느 봄날’은 동요였고, ‘카루소’는 이탈리아 곡이다. 테너와 로커가 이탈리아어로 된 노래를 소화하는데, 위화감이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벅찬 감동까지 끌어냈다. 소프라노의 음역대를 소화하는 소년 이준환과 연극 배우 이벼리의 호흡도 두고두고 회자됐다.

참가자들의 심상치 않은 실력에 프로그램은 금세 입소문을 탔고, 시청률도 상승했다. 첫회는 1.7%(닐슨코리아 기준, 이하 동일)였으나, 4회는 2.7%로 뛰었다. 7회는 3.0%까지 기록,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뛰어오르는 수치로 인기를 입증한 셈이다.

무엇보다 주목할만한 점은 ‘팬텀싱어’에는 성악 전공자들과 뮤지컬 배우들이 과반수이상이다. 성악곡과 뮤지컬 넘버 등은 가요와 배교했을 때 대중에게 생소한 분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금을 울릴 수 있다는 것, 거듭 강조해도 모자란 ‘팬텀싱어’가 표현하는 음악의 힘이다.

고은성/ 사진제공=JTBC
고은성/ 사진제공=JTBC

◆ 억지 눈물이 없다


또 하나, ‘팬텀싱어’의 다른 점은 ‘억지’가 없다. 여타의 오디션 서바이벌을 살펴보면, 늘 참가자들의 사연이 노래를 부르는 것만큼의 비중으로 소개됐다. 대부분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혹은 ‘엄친아’ ‘유학파’ 등의 이력을 내세우는 식이었다.

그러나 ‘팬텀싱어’는 그렇지 않다. 참가자들의 개인사를 조명하기 보다, 경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개개인의 개성을 알리는데 집중했다.

구구절절한 사연도, 심사위원과 패널의 과장된 표정 없이도 ‘음악’ 하나만으로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 그게 바로 ‘팬텀싱어’가 추구하고 나아가는 방향이다. 제작진과 멘토들의 자신감이 프로그램을 통해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는 중이다.

음악이 아닌 스토리텔링,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과장된 리액션, ‘팬텀싱어’에 없는 이 두 가지가 계속 부재이길 바란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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