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바야흐로 아이돌 전성시대. 다시 말하면 아이돌 포화상태다. [10덕 포인트]는 각양각색 매력을 가진 아이돌 바다의 한 가운데서, 어느 그룹에 정착할지 고민 중인 예비 ‘덕후’*들을 위한 ‘입덕’** 안내서를 제공한다. 떠오르는 신인, 그룹 인지도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한 멤버, 아이돌이라는 편견 때문에 주목받지 못한 명곡과 퍼포먼스까지, 미처 알아보지 못해 미안한 아이돌의 매력을 나노 단위로 포착한다. [편집자주]*덕후: 마니아를 뜻하는 말로, 일어 ‘오타쿠’에서 파생됐다
**입덕: 한 분야의 마니아가 되는 현상

◆ 이대로 보내기 아까운 아이돌 수록곡

2016년, 많은 아이돌이 컴백하고 또 데뷔했다. 그만큼 다양한 음악이 세상에 쏟아졌다. 아이돌 시장의 특성상 타이틀곡은 강렬한 퍼포먼스를 내세우거나, 그 시기 트렌드를 쫓는 음악이 다수다. 이 가운데, 아이돌 음반에 수록됐다는 이유로 흘려보내기에 아쉬운 수록곡들을 선정했다. 2016년 하반기, 여자친구·나인뮤지스A·갓세븐·방탄소년단·아스트로·에이핑크의 수록곡을 소개한다. 키워드는 #반전.

◆ 월간 아이돌 수록곡 하반기 편

월간 아이돌 수록곡 하반기 편 / 사진제공=각 앨범 커버
월간 아이돌 수록곡 하반기 편 / 사진제공=각 앨범 커버
◆ 7月 – 여자친구, ‘바람에 날려(곤 위드 더 윈드)

여자친구는 올 여름 정규앨범 ‘LOL’을 통해 자타공인 ‘대세’로 거듭났다. 여자친구 특유의 청량미가 물씬 느껴지는 타이틀곡 ‘너 그리고 나(나빌레라)’ 말고도, 타이틀로 손색없을 수록곡이 있다. 11번 트랙 ‘바람의 날려’. 파워풀한 리듬과 화려한 스트링 섹션이 긴장감을 고조시키다 간주로 이어지는 덥스텝 사운드가 인상적인 곡이다. 1세대 아이돌 음악의 향수가 느껴지는 멜로디와 중반부 스캣 파트가 돋보인다. 메인보컬 유주의 보컬이 ‘슬픈 기억들은 모두 바람에 날리자’는 가사에 힘을 실으며 은하·엄지의 유리구슬 같이 청아한 미성도 킬링 포인트. 컴백 당시 음악방송에서 무대를 선보이기도 했다.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을 연상케 하는 안무도 곡과 완벽히 어우러졌다.

◆ 8月 – 나인뮤지스A, ‘몬스터(MONSTER)’

‘모델돌’ 나인뮤지스가 혜미·경리·소진·금조로 구성된 유닛그룹 나인뮤지스A를 내놓았다. 8월 미니앨범 ‘뮤지스 다이어리(MUSES DIARY)’로 데뷔했다. 그간 나인뮤지스가 섹시한 콘셉트로 사랑받았다면, 나인뮤지스A는 완전체와 또 다른 얼굴을 선보였다. 4번 트랙 ‘몬스터’는 발라드곡으로, 나인뮤지스 멤버들의 숨겨진 보컬 실력을 드러낸 곡이다. 미디엄 힙합 비트위에 어우러진 피아노 선율과 어쿠스틱 기타 라인의 조화가 돋보인다. 혜미의 감성적인 보컬과 경리, 금조의 여린 미성, 랩에 첫 도전한 소진의 담담한 래핑이 인상적이다.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나인뮤지스의 애절한 감정 처리가 이 곡의 반전 매력이다.

◆ 9月 – 갓세븐, ‘헤이(HEY)’

갓세븐은 9월 정규앨범 ‘플라이트 로그 : 터뷸런스(FLIGHT LOG : TURBULENCE)’ 타이틀곡 ‘하드캐리’로 파워풀한 에너지를 뽐냈다. 수록곡에는 좀 더 감성을 담았다. 추천곡은 6번 트랙 ‘헤이(HEY)’. 멤버 영재가 작사·작곡에 참여했다. 도입부를 시작으로 곡 전반에 깔리는 일렉 기타 사운드가 귀를 사로잡는다. 친구를 사랑하는 한 남자가, 그의 연인에게 경고하는 메시지를 다룬 가사가 인상적. 후렴구에 시원시원한 가창력을 뽐내는 제이비의 감성 보컬과 뱀뱀과 잭슨의 상반된 래핑이 특히 감상 포인트. 음악방송에서 무대를 선보인 바 없으나, 리드미컬한 곡 분위기가 갓세븐의 퍼포먼스까지 상상하게 만든다. 내년 2월 개최되는 갓세븐 팬미팅에서 무대를 만날 수 있을지 기대된다.

◆ 10月 – 방탄소년단, ‘스티그마(Stigma)’

방탄소년단은 10월 발표한 정규앨범 ‘윙스(WINGS)’에서 멤버 전원이 자작곡을 선보였다. 그 중, 칼군무 대표 아이돌로 꼽히는 방탄소년단과 전혀 다른 색깔이 깃든 수록곡이 있으니, 5번 트랙 ‘스티그마’가 그 주인공. 멤버 뷔의 솔로곡으로, 직접 작사·작곡에 참여했다. 네오 소울 스타일의 세련된 곡으로, 뷔의 강점 중 하나인 중저음 음역대의 도입부는 물론, 후렴구와 클라이막스에서 속삭이듯 애원하듯 몰아치는 가성처리까지, 뷔의 다채로운 보컬색을 만나볼 수 있다. 곡의 제목은 ‘낙인’을 뜻하는데, 가사 역시 자신의 잘못으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다는 죄책감을 노래해 한 편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 11月 – 아스트로, ‘물들어’

‘청량돌’ 아스트로는 올 한해 세 장의 앨범으로 대중을 만났다. 각각 봄과 여름, 가을을 앨범 타이틀로 삼아 계절마다 청량한 에너지를 한껏 뽐냈다. 11월 발표한 미니앨범 ‘어텀 스토리(Autumn Story)’에서 특히 이들의 매력이 깃든 곡은 4번 트랙 ‘물들어’. 이성과의 설레는 감정을 가을이 단풍으로 물들어 가는 것에 빗댄 가사로 계절감을 살렸다. 경쾌한 사운드와 서정적인 멜로디가 인상적이며, MJ의 감미로우면서도 발랄한 보컬과 진진, 라키가 로우톤으로 선보이는 래핑이 조화를 이뤘다.

◆ 12月 – 에이핑크, ‘그 봄날, 이 가을’

에이핑크는 12월 15일 첫 번째 스페셜 앨범 ‘디어(Dear)’로 팬들에 겨울 선물을 전했다. 신곡은 물론, 에이핑크의 기존 히트곡의 편곡 버전, 멤버 별 유닛 곡이 수록돼 의미를 더했다. 그 중, 추운 겨울을 달래기에 제격인 곡은 9번 트랙 ‘그 봄날, 이 가을’이다. 멤버 정은지와 오하영의 유닛곡이다. 두 사람이 작사에도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따뜻한 봄과 감성적인 가을의 사랑을 가사에 담았다.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를 기반으로 사랑스럽고 듣기 편안한 멜로디가 인상적이다. 특히 메인보컬 정은지의 명불허전 가창력을 물론, 막내 오하영의 깔끔한 미성이 조화를 이뤄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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