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헤이즈 ‘저 별’, 볼빨간사춘기 ‘우주를 줄게’, 이진아 ‘밤과 별의 노래’ 표지 / 사진제공=헤이즈공식SNS, 쇼파르뮤직, SM엔터테인먼트
헤이즈 ‘저 별’, 볼빨간사춘기 ‘우주를 줄게’, 이진아 ‘밤과 별의 노래’ 표지 / 사진제공=헤이즈공식SNS, 쇼파르뮤직, SM엔터테인먼트
올해는 독특한 음색을 가진 여자 뮤지션들이 유난히 선전한 해였다. 특히 싱어송라이터들인 경우에 더욱 그랬다.

9월 중순쯤 주요 음원 차트 1위를 석권한 볼빨간 사춘기의 ‘우주를 줄게’는 발매된 지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멜론 일간 차트 10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5일 공개된 헤이즈의 ‘이 별’은 5일 0시 발매된 직후 8대 음원 사이트 1위를 석권했다. 이진아 또한 온유와 컬래버레이션한 ‘밤과 별의 노래’로 엠넷, 올레뮤직, 지니 등 3개 차트에서 1위에 올랐다.

흥미로운 점은 이 세 곡이 가진 또 다른 공통점에 있다. 바로 ‘우주’다. 우주, 혹은 우주 속 별은 뮤지션에 따라 사랑의 감정으로도, 이별의 감정으로도 자유롭게 호환됐다. 볼빨간 사춘기는 우주를 통해 상대를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했으며, 헤이즈는 이별한 모든 대상을 밤하늘의 별에 비유했다. 이진아는 ‘나’의 희망이고 싶은 상대를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라고 표현했다.

이진아가 속해있는 안테나뮤직의 수장 유희열은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우주’가 들어가면 다 히트친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유독 女 음원 강자들의 곡에 우주가 자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그들은 지구 너머의 공간을 선택했을까.

볼빨간 사춘기와 이진아는 입을 모아 ‘아직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신비로움’을 이유로 밝혔다. 볼빨간 사춘기는 “사람들은 아직 못 가본 곳이나 새로운 곳에 대한 환상이나 호기심이 있지 않나. 우주도 많은 부분이 신비롭게 감춰져 있어 더 궁금하고 관심을 갖게 되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진아 또한 “모든 사람들이 별, 우주에 대한 신비감과 알 수 없는 것 같다. 나도 그렇다”고 말했다.

헤이즈는 별의 고유한 물리적 특성을 이유로 들었다. 헤이즈는 “별은 항상 눈에 보이지만, 닿을 수도 잡을 수도 없다. 하지만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그래서 항상 보여도 품에 안을 수 없는 별을 이별한 모든 대상에 비유하고 표현하고 싶었다”라며 “’내가 보고 있는게 지금의 너가 맞을까?’라는 가사를 ‘저 별’ 중 집중해 볼 만한 매력적인 가사인 이유다”라고 덧붙였다.

결국에는 사랑, 희망, 이별과 같은 아주 기본적인 감정들이 우주라는 공간 자체가 가진 신비로움, 혹은 신비로운 특성을 매개로 극대화됐다는 말이 된다.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 “우주, 별은 순수함과 동경 등을 다 내포하고 있는 좋은 소재다. 이를 잘 풀어내면 극대화된 감성을 잘 전달해줄 수 있다. ‘우주를 줄게’ 속 ‘인공위성처럼 네 주윌 마구 맴돌려 해’라는 가사도 그 예다. 결국은 ‘너를 좋아한다’는 표현이지만 ‘인공위성’이라는 우회적 표현으로 인해 감동과 극적 긴장감이 생겼고, 그 감정이 백 배, 천 배 극대화됐다”라고 설명했다.

우주와 별이 가사에 부여하는 극적 긴장감은 이 상징만이 지닌 추상성에서도 비롯된다. 헤이즈는 ‘저 별’을 작사할 때 바로 이 점에 주목했다. 그는 “’별’을 떠올렸을 때 굉장히 추상적이지 않나. 그토록 추상적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좋았다. 그만큼 많은 뜻을 빗대어 담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물론 우주나 별을 소재로 여자 뮤지션이 곡을 썼다고 해서 그 곡이 모두 차트 1위를 석권하거나 ‘역주행’을 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 “일상적 정서를 적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가사와 멜로디, 음색까지 모든 것이 듣는 이에게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것이 관건이다. ‘우주의 줄게’는 여기에 중독성까지 갖춘 경우였다”라고 강조했다.

볼빨간 사춘기와 헤이즈, 이진아는 모두 곡뿐만이 아니라 뮤직비디오에도 우주 콘셉트를 녹여냈다. 이는 우주의 신비롭고 독특한 매력을 여자 뮤지션들에게도 전이하는 효과를 자아냈다. 볼빨간 사춘기는 “앨범 자체에 저희만의 색으로 가득 채운 우주를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앨범부터 ‘우주를 줄게’ 뮤직비디오까지 우주를 표현할 수 있는 요소를 많이 넣었다. 여기에 저희만의 소녀다운 감성이 더해지니까 이미지들이 더욱 톡톡 튀고 상큼해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진아는 독특하게 2D 콘셉트로 ‘밤과 별의 노래’를 표현해 시선을 끌었다.

헤이즈의 ‘저 별’ 뮤직비디오 안에도 그의 매력을 배가하는 ‘별별 소품’들이 가득하다. 뮤직비디오의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하나 다 관여했다는 헤이즈는 “헤어부터 메이크업, 스타일링까지 모두 ‘별별별’이다. 머리에 별가루도 뿌렸고, 별을 바라보며 그리워하는 느낌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평소의 센 메이크업 대신 아련한 메이크업을 했다. 감독님도 제 의견을 잘 수렴해주셔서 상상했던 그림이 나올 수 있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한 편의 동화처럼 신비로움이 가득한 가사와 뮤직비디오로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줬던 음원 강자들이 다음에는 또 어떤 곡으로 설렘을 가져다 줄 지 기대되는 시점이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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