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오프온오프, 댄싱킹, 빈티지박스, 젤리박스 / 사진제공=YG,SM,스타쉽,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오프온오프, 댄싱킹, 빈티지박스, 젤리박스 / 사진제공=YG,SM,스타쉽,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인디와 메이저의 경계가 눈에 띄게 사라져가고 있다.

두 신의 구분이 본격적으로 허물어져가기 시작한 것은 대형 기획사들이 인디신을 품기 시작하면서부터다. 2014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가 인디레이블 ‘발전소’를 설립하며 첫 선을 끊은 이후, 지난해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는 타블로가 수장으로 이끄는 레이블 ‘하이그라운드’를 설립해 밴드 혁오, 검정치마 등의 인디 밴드들과 계약을 맺었다. 로엔엔터테인먼트(이하 로엔)는 지난 6월 1일 인디레이블 ‘문화인’ 설립을 발표했다. 문화인은 우효, 신현희와 김루트, 민채 등 유망주로 떠오른 인디뮤지션과 전속 계약을 맺었다.

그렇게 대형 기획사들이 스스로 ‘메이저’의 수문을 열어 젖힌 이후, 흐릿해진 경계에서는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가진 아티스트와 시장이 피어났다. 지난 21일 하이그라운드에서 메이저 데뷔 프로젝트 싱글 ‘배쓰(Bath)’와 함께 새롭게 선보인 신예 오프온오프(offonoff)가 그 예다. 오프온오프는 싱어송라이터를 담당하는 ‘콜드(Colde)’와 프로듀서 역할을 담당하는 ‘영채널(0channel)’로 이뤄진 동갑내기 듀오로, 음악 뿐 아니라 비주얼디렉팅에도 심혈을 기울이며 실험적인 음악을 선보이는 뮤지션이다. 태생은 메이저지만 음악의 정체성은 그간 메이저 소속사의 아이돌이 보여줘왔던 그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하이그라운드 측은 “오프온오프가 추구하는 방향은 비주얼과 음악 두 가지 부분을 더욱 발전시킨 형태”라고 설명하며 “장르에 구분 없이 신선하고 좋은 음악들을 꾸준히 선보이기 위한 취지”라고 밝혔다.

SM이 ‘스테이션’을 통해 그 폭을 무한대로 넓혀나가고 있는 디지털 음원 사업도 활력을 얻었다. ‘스테이션’은 올해 초부터 1년동안 매주 금요일 새로운 음원을 공개하는 SM의 디지털 음원 공개 채널이다. 하나의 콘셉트 아래 묶여있을 수 밖에 없는 기존 정규 음반 포맷에서 벗어나 SM 아티스트들은 물론 외부 아티스트·프로듀서·작곡가 및 타 기업브랜드와의 콜레보레이션까지 그 범위를 규정짓지 않고 새로운 콘텐츠들을 만들어오고 있다. ‘스테이션’의 32번째 음원이자 엑소와 유재석이 협업한 ‘댄싱킹’은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지난 17일 음원 공개 직후 ‘댄싱킹’은 국내 음악사이트 7개에서 1위를 싹쓸이했으며, 중국 대표 음악 사이트 중 하나인 알리뮤직 산하의 ‘샤미뮤직’ 일간 종합 차트에서 19일, 20일 이틀 연속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통했다.

스타쉽엔터테인먼트(이하 스타쉽)와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이하 젤리피쉬) 또한 각각 ‘빈티지박스’, ‘젤리박스’라고 이름 지은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스타쉽의 빈티지박스는 그간 인디신에서 큰 사랑을 받았던 곡들을 스타쉽 아티스트들과 함께 재해석해 리메이크 음원을 발표하는 프로젝트다. 지난 23일 케이윌과 매드클라운이 재해석한 어쿠스틱듀오 ‘어쿠루브’의 ‘그게 뭐라고’가 첫 스타트를 끊었으며, 엠넷닷컴, 올레뮤직 등 주요 음원사트 실시간 차트 1위에 오르며 성공적인 출발을 알렸다. 브로콜리너마저, 가을방학, 스탠딩에그, 커피소년, 빌리어코스티 등과도 의사타진을 완료해 정기적으로 음원을 발매해나갈 예정이다.

스타쉽 관계자는 “빈티지박스는 단순한 리메이크를 넘어 음악 시장을 다각화하고자 하는 상생 프로젝트”라고 밝히며, “인디신의 좋은 곡들이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재발견되어 대중적인 사랑을 받으면 인디와 메이저 시장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다. 이는 곧 음악 시장 자체의 파이가 커지는 것을 의미하며, 국내 가요계에 장기적으로 또 다른 시장이 열리는 의미도 있다”라며 기획 의도를 전했다.

젤리박스는 소속 가수와 타 소속 뮤지션 간의 콜레보레이션 프로젝트로, 지난 6월 론칭됐다. 젤리박스의 첫 번째 주인공은 소속 아티스트 박윤하와 타 소속사 가수 유승우가 협업한 ‘여름밤 피크닉’이었다. 두 번째는 그룹 빅스 라비의 ‘댐라(DamnRa)’로 외부 프로듀싱 팀인 DJ SAM&AP3CK이 편곡에 참여해 새로운 장르를 선보였다.

젤리피쉬 관계자는 젤리박스를 하나의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폭넓은 콜레보레이션을 통해 대중의 다양한 입맛을 충족시킬 수 있는 소통 창구를 만들고자 출범하게 됐다는 것. 이는 젤리피쉬 소속 아티스트들의 음악적 역량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자발적으로 도전의 폭을 넓혀나가면 자연스레 내부 아티스트들의 음악적 색채가 자칫 ‘고인 물’이 될 수 있는 위험에서도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적으로도 영리한 시도다. 앞서 선보였던 와이버드프롬젤리피쉬, 젤리크리스마스 등의 프로젝트 음원 채널을 단일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 관한 희망도 녹아있다. 젤리피쉬 관계자는 “다채로운 콘텐츠는 결국 대중들이 지닌 선택의 폭도 넓혀줄 것이고, 이는 장기적으로 국내 음악 시장에도 긍정적인 부메랑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인디과 메이저의 결합은 독특하고 신선한 콘텐츠로 대중의 귀를 즐겁게 해줄 뿐만 아니라, 대형 기획사와 인디 뮤지션들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현상에나 이면이 존재하듯,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전문가들은 인디 신이 활성화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대기업의 자본 유입으로 인한 경영의 종속과 독과점, 메이저 소속사에 속한 인디 레이블과 그렇지 못한 인디 레이블간의 양극화 발생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표하고 있다. 인디와 메이저의 결합이 인디계의 잠식이나 메이저 기획사의 몸집 불리기에만 그치지 않으려면 결국 관건은 서로의 시스템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일 것이다. 인디와 메이저의 지속 가능한 상생이라는 시각에서 각 신의 건강한 소통과 탄력있는 체제 구축에 귀추가 주목되는 지점이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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