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대한민국에서 아이돌 래퍼로 산다는 것은 고단한 일임에 분명하다. 아이돌로서 기대되어지는 환상을 깨지 않는 선에서, 래퍼로서 제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 뿐인가. 대중에게 아이돌은 여전히 기획형 아티스트에 불과하다. 아이돌이 랩을 한다니, 누가 써주는 가사를 읊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피할 수 없다.

이에 아이돌 래퍼들이 반기를 들었다. 엄격한 잣대와 가혹한 편견을 깨기 위해 믹스테이프를 세상에 내놓았다. 믹스테이프(Mixtape)란 비상업적 목적으로 제작해 무료 배포하는 곡을 말한다. 별도의 심의를 받지 않기 때문에 보다 솔직하고 거침없다. 3분짜리 음악방송 무대에선 들려줄 수 없던 진짜 이야기, 아이돌 래퍼의 믹스테이프로 들어본다.

블락비 박경 ‘오글오글’ 앨범아트 / 사진제공=박경 트위터
블락비 박경 ‘오글오글’ 앨범아트 / 사진제공=박경 트위터
박경은 남다르다. 말 그대로 ‘남들과 다르다,’ 얼마나 다르냐면 소속 그룹 블락비와도 전혀 다르다.

현재 tvN ‘문제적 남자’에서 ‘뇌요미’(뇌+귀요미의 합성어)로 활약 중인 박경은, 사실 홀케라는 이름으로 언더그라운드에서부터 활동해온 래퍼다. 래퍼로 살아 온 기간만큼 그의 믹스테이프 역사도 단연 길고 찬란하다. 지코, 피오, 송민호는 물론 수많은 래퍼들과 함께 작업한 믹스테이프들이 데뷔 전부터 줄지어 있다. 뿐만 아니라 데뷔 후에도 박경은 꾸준히 믹스테이프를 공개해왔다.

이 가운데 박경이 ‘남다른 래퍼’라 확신할 수 있는 것은 그가 믹스테이프를 통해 달달한 사랑을 노래하는 데 망설임이 없기 때문이다. 믹스테이프는 주제도 표현 방식도 자유롭다. 심의를 거치지 않는 만큼 더 센 이야기, 더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기대하는 것이 사실이다.

박경의 ‘오글오글’, 박경X피오의 ‘부끄러 웃지마’는 그런 의미에서 새롭다. 두 곡 모두 사랑에 빠져 어쩔 줄 모르는 남자의 모습을 노래하고 있다. ‘오글오글’은 “싸인해 줘, 내 볼에. 너의 빨간 입술이 볼펜. 알아, 알아, 오글거리는 거. 그래도 좋으니까 할래”와 같은 수줍지만 솔직한 가사가 주를 이룬다. ‘부끄러 웃지마’에서는 “더 뻔뻔히 얘기하고 싶어. 야, 사랑해”라며 돌직구 고백 법을 선보이기도 했다.

평균적으로 높은 인기를 끄는 드라마나 영화의 장르가 로맨스 혹은 멜로인 이유는, 사랑이라는 주제가 쉽게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음악 역시 마찬가지다. 박경은 사랑과 설렘을 주제로, ‘듣기 좋은’ 음악을 제공했다.

박경은 지난해 9월 가수 박보람이 피처링한 ‘보통연애’로 음원 차트 1위에 올랐다. 이어 올해 5월 여자친구 은하와 호흡을 맞춘 ‘자격지심’도 음원차트 정상 자리를 차지했다. 그간 ‘악동’으로만 비춰져왔던 블락비에서 로맨티스트를 발견한 순간이었다. 박경은 ‘보통연애’ 활동 당시 “블락비의 음악은 마니아적인 요소가 강한 힙합이다. 항상 마음속에 누가 들어도 좋다고 할, 서정적인 멜로디의 곡을 하고 싶었다”며 “나를 보여주고 싶어 이런 음악을 선택했다”며 자신의 음악 색깔에 대해 설명했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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