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JTBC ‘비정상회담’ 포스터 / 사진제공=JTBC
JTBC ‘비정상회담’ 포스터 / 사진제공=JTBC
대한민국 후미진 구석방, 자국에서 정식 파견한 적은 없지만, 지들 입으로 대표라 우기는 G들이 모여 세계 청년들을 평화와 안전을 위해 개최한 JTBC ‘비정상회담’이 지난 5월 30일, 100회를 맞이했다.

연예인보다 우리와 생김새가 다른 외국인들이 훨씬 많이 출연하며, ‘예능적인 장치’를 크게 활용할 수 없는 토론을 골자로 하는 프로그램이 ‘비정상회담’이다. 표면적으로 살펴보면, ‘비정상회담’은 시청자들의 구미를 자극할 만한 요소가 별로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어떻게 ‘비정상회담’은 100회까지 달려올 수 있었던 걸까. 지난 1년 10개월 동안 ‘비정상회담’이 꾸준히 개최될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 신선한 외국인 활용법
지난 9일, 97회에 출연한 배우 윤여정은 등장하자마자 ‘비정상회담’의 애청자임을 고백하며, “‘비정상회담’이 처음 등장했을 때 굉장히 신선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비정상회담’은 등장하자마자 많은 사람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그동안 외국인들이 출연하는 방송은 ‘외국인 노래자랑’ 같은 일회성 프로그램이었다. 대한민국의 이방인들이 한국말을 하며, 한국 노래를 즐겨 부른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비정상회담’은 한 단계 더 나아가 이들이 진지하게 토론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줬다. 국적도, 외모도 다른 외국인들이 유창한 한국말로 깊이 있고, 격렬한 토론을 펼친다는 점이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안겨줬다.

또한, ‘비정상회담’은 모든 출연자를 각국 대표로 치켜세웠다. 여러 나라의 비정상(非頂上)들이 모였다는 설정이 생기니 자연스럽게 각국의 문화와 특색 등에 관해 교류할 수 있는 시간이 만들어졌다. 그렇게 100회 동안 총 52개국 66명의 비정상 대표들이 ‘비정상회담’에 참석했고, 한국인 못지않은 유창한 한국어 실력으로 자기 나라를 소개했다. 시청자들은 매주 안방에 앉아 세계여행을 떠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비정상회담’을 빛낸 게스트 정우성, 배철수, 션, 표창원(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 / 사진제공=JTBC
‘비정상회담’을 빛낸 게스트 정우성, 배철수, 션, 표창원(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 / 사진제공=JTBC
# 게스트도 토론의 일원
매주 1명 이상의 게스트들이 ‘비정상회담’의 한국 대표로 출연했다. 그러나 ‘비정상회담’의 한국 대표들은 일반적인 토크쇼의 게스트와는 결이 달랐다. 게스트가 주인공인 일반적인 토크쇼들과 달리 ‘비정상회담’은 그날의 토론에 참여하는 주체로서 한국 대표들을 섭외했다.

‘난민 문제와 정책’을 이야기할 때는 유엔 난민기구 친선대사로 활동 중인 배우 정우성이 등장했으며, ‘정치적 무관심’이 안건으로 상정됐을 때는 국회의원 나경원이 G들과 진지한 이야기를 나눴다. 또, 지난해 ‘레전드 음악’과 관련된 토론에서는 가수 배철수가 한국 대표로 출연했고, ‘범죄 없는 세상’ 편에서는 프로파일러 표창원이, ‘기부 문화’에서는 가수 션이 출연해 G들과 뜨거운 토론을 나눴다.

이들을 포함해 그동안 총 109명의 한국 대표들이 ‘비정상회담’에 출연해 다양한 토론 주제를 제안했다. ‘비정상회담’에 출연한 한국 대표들은 어떤 목적으로 출연했든 간에, G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성실하게 토론에 참여해 시청자들을 흐뭇하게 했다.

전현무, 유세윤, 성시경(왼쪽부터) / 사진=텐아시아DB
전현무, 유세윤, 성시경(왼쪽부터) / 사진=텐아시아DB
# ‘비정상회담’의 무게중심 전·유·성

‘비정상회담’의 숨은 공신은 전현무·성시경 의장과 유세윤 사무총장이다. 세 사람은 지난 100회 동안 ‘비정상회담’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무게중심을 잡아줬다. 이들은 본인이 직접 1시간을 책임질 수 있을 만큼의 뛰어난 예능감을 소유하고 있는 방송인들이지만, 누구보다 ‘비정상회담’의 주역은 G들이며, 이들의 토론의 중심인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한 발 뒤로 물러나 G들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지난 5월 3일, 상암 JTBC에서 열린 ‘비정상회담’ 100회 기자간담회에서 김희정 PD는 “MC들이 가장 고생하고 있다. 녹화할 때마다 세 사람이 항상 고군분투하고 있다”며 MC들에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날 김 PD는 “유세윤은 G들의 이야기를 잘 듣고, 개그를 섞어서 분위기를 편하게 만든다. 유세윤의 유머가 있기 때문에 ‘비정상회담’이 ‘100분 토론’이 아닌 예능 프로그램의 길을 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김 PD는 전현무에 대해선 “깐족거림과 밉상이 부담스러울 텐데 잘 해주고 있다.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분위기를 잘 풀어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성시경을 언급하며 “제일 어려운 역할을 맡고 있다. 외국인들이 한국말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 때 설명을 잘 해주고 중간에 토론이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해준다”고 덧붙였다. 김 PD의 말처럼 이렇게 방송 감각이 출중한 세 사람이 없었다면 ‘비정상회담’은 그저 그런 외국인 출연 예능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비정상회담’은 충분히 100회까지 달려올 만한 저력을 가진 프로그램이다. 그렇다면 ‘비정상회담’은 과연 몇 번째 회담까지 개최될 수 있을까. 최근 JTBC 측은 ‘비정상회담’의 제작진과 일부 출연진의 교체를 단행하면서, 새롭게 변화할 ‘비정상회담’을 예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것은 초심이다. 앞으로도 세계적인 문화를 더욱 친숙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초심을 잃지 않는 ‘비정상회담’을 기대해본다.

아직도 ‘비정상회담’ 100회까지 방송한 것이 놀랍게 느껴지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비정상인 것이 확실하다.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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