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AOA 지민, 설현 / 사진=텐아시아DB
AOA 지민, 설현 / 사진=텐아시아DB
공든 탑이 무너지냐고? 적어도 가요계에서는 ‘무너진다’.

아이돌 그룹으로 활동 중인 멤버들은 과거, 가수 데뷔만을 목표로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길게는 10년 가까운 시간을 연습생으로 지낸 이들도 있다. ‘데뷔’ 하나만을 바라보고 달린 끝에 꿈을 이뤘고, 왕성한 활동을 펼치며 눈에 띄는데 성공했다.

안도하긴 이르다. 무대 위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것 외에도 각종 예능과 리얼리티 프로그램, 라디오까지 소화해야 한다. 이 과정이 순탄하지 않다. 말이 많아지니 실언이 나오고, 경솔한 행동 등이 대중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내 과거의 모든 행적이 모두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다.

정성을 다한 일은 그 결과가 헛되지 않다는 게 속담의 본뜻이라면, ‘헛된다’는 것이 가요계의 순리다.

걸그룹 에이오에이(AOA) 지민, 설현은 지난 3일 방송된 ‘채널 AOA’에서 보여준 말과 행동으로 비난을 샀다. 역사 퀴즈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안중근 의사의 사진을 알아보지 못한 것. 이어 지민은 ‘이토 히로부미’라는 스태프의 힌트에 ‘긴또깡(김두한의 일본식 이름)’이라고 대답하며 웃었다.

역사에 대한 지식이 짧아 모를 수는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의 장난스러운 말과 행동이었다.

한국사 교과서 집필자협의회 공동대표인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주진오 교수는 자신의 SNS에 지민, 설현의 상황을 두고 “결코 그들이 잘 했다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연예인 지망생으로 학교 공부에 소홀했을 것이 뻔한 그들이 역사지식이 부족하다고 흥분할 일이 아니다”라고 짚었다. 이어 “여고생 6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을 보면, 도시락 폭탄을 던진 분이 윤봉길이 아니라 안중근이라고 대답한 학생이 40%나 된다. 현재 수능을 준비하는 고교 2학년의 실상”이라고 현실을 꼬집기도 했다.

안중근 의사의 얼굴을 몰랐다는 것만을 두고 향하는 비난의 화살은 잘못됐다. 문제는 지민이 SNS를 통해 사과했듯, 분명 ‘가벼운 태도’였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탓에 웃음을 주기 위함이었다고 묻어두기엔 지나치게 경솔했다는 반응이다.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지민과 설현이 안중근 의사의 얼굴을 몰랐다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보인 가벼운 언행이다. 단 몇 분의 영상으로, 두 사람이 데뷔 후 지금까지 무대에서 보여준 열정적이고 진솔한 모습은 금세 사라졌다. 순식간에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두 사람을 향한 비난은 쉬이 사그라들지 않았고, 거듭 사과를 한 뒤에야 잠잠해진 모양새다.

이번 일로 인한 이미지 손상은 지민, 설현이 감내해야 할 부분이다. 나아가 팀의 일원인 만큼 AOA의 전체 분위기에 대해서도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한동안 따라붙을 꼬리표를 떼어내기 위해 데뷔 전보다 더 열심히 뛰어야 할지도 모른다. 적어도 가요계는, 정성을 다해 쌓아도 공든 탑이 쉽게 무너진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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