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러블리즈/사진=조슬기 기자 kelly@
러블리즈/사진=조슬기 기자 kelly@
걸그룹 러블리즈가 새로운 3부작을 시작한다. 그간 보여준 소녀다운 모습에서 짝사랑에 아파하는 성숙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변신을 시도한 만큼, 데뷔 때와 같은 심정으로 심혈을 기울여 컴백을 준비했다.

러블리즈는 26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열린 새 음반 ‘어 뉴 트릴로지(A new trilogy)’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 참석, 타이틀곡 ‘데스티니(Destiny, 나의 지구)’와 수록곡 ‘책갈피’의 무대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타이틀곡 ‘나의 지구’는 윤상을 주축으로 한 프로듀싱 팀 원피스(OnePiece) 작곡, 전간디 작사 곡. ‘짝사랑의 짝사랑’이라는 안타까운 감정을 태양을 공전하는 지구, 지구를 공전하는 달의 관계에 비유했다. 윤상은 “애절하다 못해 처절한 느낌. 나도 처음 작업해보는 작사가인데 정말 놀랐다”고 혀를 내둘렀다.

베이비소울(왼쪽)과 케이가 신곡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베이비소울(왼쪽)과 케이가 신곡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공전’을 콘셉트로 한 만큼, 뮤직비디오와 무대 곳곳에서 ‘원’을 활용한 소품과 퍼포먼스를 확인할 수 있다. 멤버들의 아련한 표정 연기도 관전 포인트. 이미주는 “과거에는 통통 튀는 안무가 주가 됐다면, 이제는 원을 활용한 재밌고 흥미로운 안무를 많이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베이비소울 은 “지구 주위를 달이 도는 것처럼 표현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애틋함을 배가하는 것은 윤상이 쓴 마이너 코드의 멜로디. 과거 상큼함을 주로 내세웠던 것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지점이다. 짝사랑의 아픔을 보다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것이 윤상의 설명. 류수정은 “90년대의 감성도 엿볼 수 있다. 덕분에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곡이 탄생했다”고 밝혔다.

러블리즈
러블리즈
그러나 비슷한 시기 데뷔했던 걸그룹이 음원차트나 음악 방송에서 1위를 차지하는 동안, 러블리즈는 다소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던 것도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윤상의 성숙함이 러블리즈이 상큼함을 덮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이와 관련 윤상은 “나와의 나이 차에서 오는 분위기 때문에 러블리즈가 손해를 본다는 생각을 했다면, 처음부터 이 프로젝트를 맡지 않았을 것이다”면서 “당장 1등을 차지하는 것보다는 사람들을 설레게 만들고, 그 결과물들이 대중에게 조금 더 가깝게 다가가는 게 좋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진행했다. 나의 노쇠함이 러블리즈의 상큼함을 덮는다는 걱정은 기우”라고 힘줘 말했다.

실제 윤상의 진가는 감성의 영역뿐 아니라 신디사이저의 운용 면에서도 빛을 발한다. 윤상은 “러블리즈는 나와 원피스가 보여주고 싶은 색깔, 즉 완성도 높은 신스팝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오브젝트”라면서 “이 친구들 덕분에 나 역시 아이돌 음악 시장에 계속 머무를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감성과 음악 모두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당장의 1위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대중에게 점점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는 큰 꿈을 품고서. 어느덧 어엿한 숙녀로 자라난 러블리즈는 앞으로 어떤 음악을 들려줄까.

이은호 기자 wild37@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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