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이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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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인터뷰를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가 그동안 자학적인 말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그런데 오늘은 빈정상할 정도로 제 자랑을 많이 하게 될 테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신곡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 中 이승환의 말)

가수 이승환이 역대급 음반으로 돌아온다. 완성된 10곡 중 7곡을 폐기했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고, 선공개곡 한곡에 약 1억 원의 투자금이 들어갔다. 음악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 그러나 이승환은 보란 듯이 해냈다.

21일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에 위치한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는 이승환의 신곡 ‘10억 광년의 신호’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이승환은 “프레스 행사가 익숙하지 않아 어색하다”면서도 자신의 신념을 곧고 굳게 관철시켰다.
이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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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했듯 ‘10억 광년의 신호’는 녹음과 뮤직비디오 촬영에 1억 원 이상의 금액이 투자됐다. 전작 ‘폴 투 플라이-전(Fall to Fly-前)’ 제작 당시에도 약 7억 2,000만 원이 사용돼, 이승환에게 경제적 어려움을 안기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자본의 미학’, ‘고비용 저효율적인 행동’이라며 질타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승환은 “당시 쓴 소리도 많이 들었다. 그러나 그 음반으로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음악인이라는 상도 받았고 주위 동료 음악인들에게 칭찬도 많이 받았다. 27년 차 선배가수가 나아가야할 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 같은 고집은 이번 음반 작업에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이승환은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신념 아래 완성된 10곡 중 7곡을 폐기시켰다. 심지어 살아남은 3곡 중 한 곡도 현재 발표를 보류 중이란다. 주진우 기자가 가사를 썼는데, 수위가 너무 세다는 게 그 이유이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남는 게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실제 이승환은 “돈을 벌려고 음반을 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음악을 취미처럼 하고 있다. 내가 꾸준히 음반을 낼 수 있는 경제적 원천은 팬들의 공연 입장료다. 그러니 더 좋은 노래를 들려드리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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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창작력에 기반을 두지 않은 투자는 고품질로 이어질 수 없다. 이 부분에 있어서도 이승환은 자신만만한 모습이었다. 그는 “음악인의 덕목 중 하나가 젊은 감각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새로운 트렌드의 음악을 할 수 있고 더 진화한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당차게 말했다.

올해 51세. 지천명을 넘긴 나이이지만 체력도 쌩쌩하다. 지난해에는 무려 6시간 21분 동안 ‘빠데이’ 콘서트를 이어가며 공연계에 한 획을 그었다. 이승환은 “팬들에겐 7시간도 가능하다고 얘기해뒀다”면서 “지난번 ‘빠데이’ 공연장이 1,20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였는데, 이제는 좀 더 큰 곳에서 하고 있다. 지금 2,000~3,000명 규모로 준비 중인데 음식물 반입이 안 된다고 해서 고민 중이다”고 귀띔했다.

안타까운 것은 이승환 새 음반 ‘폴 투 플라이-후’를 빠른 시일 내에 들을 수 없다는 점이다. 빽빽한 공연 일정이 가장 큰 이유다. 다만 앞으로 2~3장의 싱글 음반을 추가로 발매해 팬들의 갈증을 해소할 예정. 이승환은 “‘폴 투 플라이-후’는 좀 더 음악성에 치중해 작업했다”고 귀띔해 음반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루라도 빨리 이승환을 보고 싶은 사람들은 그의 공연장으로 달려가길. 이승환은 오는 클럽 투어 ‘퇴물’을 비롯해 ‘온리 발라드(Only Ballad)’, ‘공연의 기원 : 오리진(Origin)’ 콘서트를 통해 관객들과 뜨겁게 조우한다.

이은호 기자 wild37@tenasia.co.kr
사진. 드림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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