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따뜻한 말이나 행동으로 괴로움을 덜어 주거나 슬픔을 달래주는 것, 위로. 그 방식은 실로 다양하다. ‘괜찮아’라는 한마디가 될 수도 있고, 가만히 어깨를 토닥여 주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그리고 또 하나, 귓가에 흐르는 노래가 누군가의 말과 손짓보다 더 따뜻할 때가 있다. 길을 걷다 무심코 듣게 된 음악이 마치 내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을 때, 우리는 멜로디로 치유받고, 가사로 위로받는다.

2016년 봄, 가요계에도 ‘위로’의 바람이 분다.
정은지 (15)
정은지 (15)
◇ 4월 18일, ‘드림(Dream)’ by. 정은지

최근 데뷔 후 첫 솔로 음반을 내놓은 에이핑크 정은지는 음반의 전체적인 흐름을 ‘위로’로 삼았다.

특히 타이틀곡 ‘하늘바라기’는 아버지에게 전하는 말을 녹여냈다. 듣는 내내 푸른 들판을 떠올리게 하는 청량감을 지니며, 하림의 하모니카 연주까지 더해져 한층 서정성을 띤다. 따뜻한 햇살, 푸른 하늘, 꽃이 피는 봄, 익숙한 골목 등 자연 친화적인 단어로 구성된 가사는 듣는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가장 행복했던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정은지는 이 곡을 두고 “이 노래를 들었을 때 문득 예전 생각이 들었다. 그리워하는 모든 걸 회상했을 때, 그것 자체만으로도 위로가 될 때가 있다”며 “따뜻한 기억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족이 될 때가 있다. 이 노래가 그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십센치
십센치
◇ 4월 1일, ‘봄이 좋냐??’ by. 십센치

십센치는 위로의 대상을 정확히 했다. 꽃놀이 생각에 부푼 연인들을 시샘하는 ‘솔로’가 그 주인공이다.

‘봄이 좋냐??’는 멜로디만 들어서는 전혀 떠올릴 수 없는 가사가 특징이다. 어쿠스틱 기타 반주에 십센치의 감미로운 목소리, 여기에 ‘꽃이 언제 피는지 그딴 게 뭐가 중요한데’ ‘봄이 그렇게도 좋냐 멍청이들아’ ‘꽃잎도 떨어지지 니네도 떨어져라’로 이어지는 스토리텔링은 기가막힌다. 끝으로, ‘몽땅 망해라’의 여운은 꽤 오래 남는다.

만우절 장난처럼 등장한 이 곡은 ‘벚꽃엔딩’을 위협하는 ‘봄 송’으로 떠오르며, 각종 음원차트에서 정상을 꿰찼다. 나들이를 가고 싶게 만드는 따뜻한 선율에, 거짓말같이 ‘통쾌한’ 가사는 솔로들에게 각광받았다.
안녕바다
안녕바다
◇ 3월 23일, ‘밤새, 안녕히’ by. 안녕바다

밴드 안녕바다는 3년 만에 정규 4집으로 돌아왔다. 음반을 망라하는 제목은 수록곡인 ‘밤새, 안녕히’. 이 곡은 지난 2014년 4월 세월호 사고 당시 만들어졌다.

‘가엾은 그대여 밤새, 안녕히’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묵직한 멜로디에 담담하게 읊조리는 보컬의 힘이 더해져 가슴을 저리게 한다.

곡을 만든 멤버 나무는 “‘세월호’는 감히 위로도 할 수 없을 만큼 아팠지만, 그래도 함께 나누고자 했던 곡”이라며 “모든 이들이 다 그랬겠지만, 굉장히 무기력했을 당시 썼다. ‘밤새 안녕히’란 글을 메모해뒀고, 그렇게 시작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안녕바다는 이 곡을 세월호 공연 때, 유가족들 앞에서 불렀다. 조심스럽게 써 내려간 ‘밤새, 안녕히’는 듣는 이들은 물론, 부르는 이들에게도 위로가 됐다.

2016년의 봄, 위로해주는 음악들이 있어 대중들의 마음은 포근하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사진. 플랜에이,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플럭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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