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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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의 성시원(정은지)은 토니안을 만나기 위해 몰래 상경했다가 아버지 동일(성동일)에게 머리카락을 잘린다. 은도끼(은지원이 자신을 찍었다고 생각하는 광팬)와의 몸싸움은 예삿일이고, 지역 팬클럽 임원이 되기 위해 혈서까지 쓴다. 드라마 속 얘기일 뿐이라고? 누군가에겐 현실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여성 독자의 절반 이상은, 소싯적 ‘강타 뷘(부인)’이나 ‘문희준 뷘’과 같은 별명을 스스로에게 하사한 적 있을 것이다. 한 학급 절반 이상이 클럽 H.O.T.(H.O.T. 팬클럽)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SNS 대신 음성 사서함을 통해 오빠들의 스케줄을 확인하고, ‘대포 카메라’ 대신 필름 카메라로 오빠들의 모습을 담던 시절. 벌써 20년 전의 이야기다.

그룹 H.O.T.의 컴백설이 또 한 번 불거졌다. SM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H.O.T. 멤버들과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는 소식이 보도되면서부터다. 관계자는 “사적인 자리였을 뿐, 컴백에 대한 논의는 오가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지만, 컴백을 향한 팬들의 염원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 1월과 작년 11, 12월에도 H.O.T. 복귀설이 제기됐다. 지난해 MBC ‘무한도전-토토가’를 통해 90년대 열풍이 몰아닥쳤을 때에도, H.O.T.의 이름이 자주 거론됐다. 그 때마다 소속사 측의 입장은 한결같았다. “멤버들이 만난 것은 사실이나, 컴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된 것은 아니다”는 것.
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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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H.O.T.의 컴백을 낙관적으로 기대하는 이유는 뭘까. 먼저 멤버들 간의 만남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지난 2011년 이재원 군 제대 당시, H.O.T 전 멤버들이 전역식 현장에 자리해 무려 7년 만에 완전체 모습을 보인 바 있다. 2013년에는 토니안이 문희준의 콘서트에 게스트로 나섰으며, 지난 1월에는 강타가, 3월에는 이재원이 문희준의 콘서트에 등장했다. 아울러 멤버 5인 전원이 연예계 활동을 이어 온 만큼, H.O.T.의 재결합 또한 다소 수월하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강타가 SM에 남아 있다는 것 역시 주목할 만 한 점. H.O.T.의 상표권이 여전히 SM에 남아있기에, H.O.T. 재결합을 위해서는 SM과의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 강타는 데뷔 후 20년 이상을 SM에 몸을 담고 있었던 만큼, 멤버들과 회사의 소통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올해는 H.O.T.가 데뷔한지 꼭 20년이 되는 해다. 지난 1월 “완전체 H.O.T.가 올해 20주년 콘서트를 개최하기로 결정하고 준비에 들어갔다”는 가요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한 보도가 다수 이어졌다.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강타에게 “H.O.T. 20주년인데 뭐든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단 이야기는 마치 전설처럼 떠다니고 있다.

팀 내부적으로는 재결합에 긍정적이라는 전언이다. 이재원은 과거 텐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 재결합은 멤버들도, 팬들도 원하는 바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라며 “지금은 멤버들이 각자 활동을 하는 중이다. 그래도 항상 통화를 하며 H.O.T.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고 말하며 재결합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멤버들 사이의 의견 조율이 핵심. 재결합 갈망에 대한 온도 차부터, 구체적인 컴백 방향 등 다양한 사안을 맞춰가야 할 필요가 있겠다.

최근 젝스키스가 ‘무한도전’을 통해 16년 만에 다시 한 자리에 모이면서, H.O.T. 컴백을 향한 관심 역시 최고조로 끓어오르고 있다. 과연 H.O.T.가 긴 공백을 깨고 팬들의 부름에 응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옷장 속 하얀 우비는 오늘도 조용히 바깥을 기다린다.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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