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스윗소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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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컬그룹 스윗소로우의 콘서트에는 없는 게 없다. “조증과 울증을 오락가락한다”는 인호진의 말처럼, 신나는 댄스곡도 있고 슬픈 발라드곡도 있다. 각종 OST와 CM송도 만나볼 수 있으며 ‘화음교실’을 통해 원 포인트 합창 레슨도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달콤한 슬픔, 즉 위로가 있다.

스윗소로우는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대현동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단독콘서트 ‘화음’을 개최했다. 팝송 메들리로 공연의 포문을 연 스윗소로우는 자신의 히트곡과 커버곡들을 부르며 약 200분 간 관객들과 호흡했다.

스윗소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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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2-44의 안쪽 지하. 달콤한 슬픔이 가득한 그 이름. 떠나야 했건 여기서 새 꿈을 시작했건 모두 행복하길” (‘아현동’ 中)

아현동 622-44번지는 스윗소로우가 4년 간 데뷔를 준비했던 곳이었다. 지금은 재개발이 진행돼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스윗소로우는 기억 속의 그곳을 소환해 노래로 남겼다. 지난해 발표된 ‘아현동’이 바로 그 곡이다. 이날 스윗소로우는 ‘아현동’과 ‘디어(Dear)’를 연달아 부르며 추억에 젖어들었다. 노래를 마친 김영우는 “멤버들 모두 가사 하나하나를 생각하며 부르는 듯하다. 그래서 더욱 짠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스윗소로우의 ‘추억 소환’은 유재하 음악경연 대회 참가 곡을 거쳐, OST와 CM송으로 이어졌다. 김영우의 피아노 연주에 맞춰 멤버들은 영화 ‘스물’, 드라마 ‘연애의 발견’, ‘냄새를 보는 소녀’, ‘연애시대’의 OST를 불렀다. 익숙한 곡이 나올 때마다 객석에선 탄성이 흘렀다. 특히 김치냉장고 CF에 삽입됐던 CM송 ‘김치 톡톡’이 연주됐을 때에는 곳곳에서는 폭소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스윗소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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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음 모아서 상상도 못할 축하를 너희에게 안겨줄게” (‘좋겠다’ 中)

소극장 공연의 별미는 뭐니 뭐니 해도 관객들과의 소통에 있다. 스윗소로우는 ‘화음교실’ 코너를 통해 관객들과 직접 화음을 맞추며 호흡했다. 멤버 김영우가 ‘뽀올’ 김 선생으로 변신해 관객들에게 합창 비법을 전수했다.

축가 이벤트도 진행됐다. 스윗소로우는 즉석에서 커플 관람객을 지정해 ‘좋겠다’를 불러주며 앞날에 대한 축복을 전했다. 이날의 주인공은 휴가를 나온 군인 커플. 스윗소로우는 이들 커플의 이름을 가사에 넣어 부르며 분위기를 달궜다.

스윗소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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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웃을 수 있도록, 지친 맘 쉴 수 있도록, 여기서 노래할게” (‘노래할게’ 中)

스윗소로우의 따뜻함은 이날 공연에서도 여전했다. “여러분에게 꼭 전해드리고 싶었던 이야기”라는 말과 함께 ‘그대에게 하는 말’이 시작됐고, 장내는 금세 조용해졌다.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잔잔하고 따뜻했다. 멤버들은 얼굴을 찌푸리며 열창하면서도 금세 잔잔한 미소를 띠며 노래를 이어갔다. 노래의 정신이 이들의 얼굴에서도 고스란히 들어나는 듯했다.

본 공연의 마지막 곡은 지난 2012년 발매된 3집 수록곡 ‘노래할게’였다. 무대에 앞서 성진환은 “가수로서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여러분을 만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우리가 이런 마음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마지막 곡으로 준비했다”고 곡 소개를 전했다.

성진환의 말처럼 ‘노래할게’는 이날 모든 무대를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를 품고 있었다. 바로 ‘위로’였다. 15년 전 “치기 어린 이방인들을 말없이 품어 주었던 작은 골목길”의 따뜻함을 스윗소로우는 잊지 않았고, 훗날 “그대 웃을 수 있도록 지친 맘 쉴 수 있도록 여기서 노래할게”라는 또 다른 위로를 낳았다.

슬픔(Sorrow)이 달콤할(Sweet) 수 있는 것은 어쩌면 그 슬픔을 달래줄 누군가가 존재하기 때문 아닐까. 스윗소로우의 음악처럼 말이다.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뮤직앤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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