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장진리 기자]
'치즈인더트랩'
'치즈인더트랩'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치즈인더트랩’이 막을 내렸다.

tvN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의 행보는 마치 ‘배틀로얄’을 방불케 했다. 승자는 없고, 패자만 있는 게임에서 제작진은 아군인 배우들을 하나씩 희생시켜 나갔다.

웹툰에서도 이해가 힘들었던 유정의 심리를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납득시켰던 박해진은 중반부터 길을 잃은 캐릭터 때문에 열연이 빛이 바랬고, 캐스팅 논란을 딛고 사랑스러운 홍설을 연기했던 김고은의 노력도 허무해졌다. 백인호 역을 맡았던 서강준은 최고의 수혜자인 동시에 최대의 피해자다. 백인호 역을 맡아 ‘서강준의 재발견’이라는 극찬을 이끌어내며 2D를 뛰어넘는 3D 백인호의 매력을 선보인 서강준은 극 전체가 산으로 가면서 어이없는 루머에 휩싸이기도 했다.

지난 1일 방송된 ‘치인트’ 마지막회는 ‘내딸 금사월’을 뛰어넘는 막장 결말로 시청자들을 실소케 했다. 홍설을 밀어 교통사고를 낸 백인하(이성경)는 정신병원에 갇혔고, 유정은 아버지 유영수(손병호)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며 모든 문제가 자신에게 있음을 깨닫고 홍설에게 이별을 고한다. 백인호 역시 홍설을 떠났다. ‘열린 결말’이라는 이름으로 정리됐지만, ‘내딸 금사월’을 뛰어넘는 고구마 결말에 해피엔딩은 없었다.

달콤하면서도 어딘가 섬뜩한 유정은 드라마 ‘치인트’의 해석에 의해 그냥 섬뜩한 남자로만 남았다. 웹툰에서 오래 다뤄진 유정의 고민과 서로를 닮은 유정과 홍설이 서로를 알아보고, 서로의 내면에 다가가게 되기까지가 불친절한 설명 속에 대부분 생략됐기 때문. 제작진이 제시한 ‘치인트’의 세계에서, 유정에게 ‘진짜 나’를 이끌어주는 역할을 했던 홍설은 사랑스러움만 남은 캔디형 여주인공으로 전락했고, 백인호 역시 진부한 삼각 로맨스의 희생양이 됐다. 여백으로 시청자들에게 자의적 해석을 허용했던 원작과 달리, 시청자들의 해석을 철저히 차단한 결과인 것.

‘치인트’를 둘러싼 논란이 다소 과열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란에 불을 붙인 것은 제작진의 안일한 대처다. 산으로 가는 드라마 스토리에 시청자들이 분노했고, 여기에 원작자 순끼가 대본 공유 문제를 지적하며 결말에 대한 불만을 터뜨림으로써 드라마와 원작의 갈등이 수면 위로 불거지며 ‘치인트’를 둘러싼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지나치게 커진 논란에당황한 제작진은 급기야 결말을 앞두고 “남은 이야기와 감정을 잘 마무리하도록 노력했으니 편견 없이 봐주시길 부탁드린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으나, 홍설이 교통사고를 당한 후 백인하가 정신병원에 갇히고, 유정과 백인호가 차례로 홍설을 떠난 ‘소시오패스급 결말 탄생’으로 제작진들의 약속마저 허무해졌다.

웹툰을 뛰어넘는 드라마의 탄생으로 극찬받았던 드라마 ‘치인트’의 결말은 너무도 씁쓸하다. 결국 배우들도, 원작도 모두 훼손된 ‘배틀로얄’의 이 처참한 결말은 과연 누가 책임질 수 있을까.

장진리 기자 mari@
사진.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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