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수정 기자]
세븐틴
세븐틴
하나의 콘서트를 제대로 완성하기 위해선 객석을 꽉 채운 관객도 중요하지만, 그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내용물을 채우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데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신인 그룹에게 3시간에 가까운 공연을 준비한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세븐틴은 보란 듯이 콘서트를 해냈다. 약 180분, 26곡의 세트리스트. 지난 해 5월 데뷔해 두 개의 미니앨범을 발표했던 그룹이 어떻게 해낼 수 있었을까. 콘서트는 13명의 인원, 3개의 유닛이 1팀이 된다는 세븐틴의 진가가 빛났던 순간이었다.

세븐틴은 지난 13~14일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데뷔 첫 앙코르 콘서트 ‘라이크 세븐틴-보이즈 위시(LIKE SEVENTEEN-Boys Wish)’를 개최했다. 이는 지난 해 12월 24~25일 개최한 첫 콘서트의 앙코르 콘서트다. 세븐틴은 지난해 첫 콘서트 당시 800석의 비교적 작은 규모로 개최해 팬덤의 갈증을 일으켰다. 두 달 만에 3,500석 규모의 공연장으로 무대를 넓히면서 세븐틴의 상승세를 증명했다. 세븐틴은 5분 만에 티켓을 매진시켜 양일간 7,000관객을 모았다.

오프닝부터 강렬했다. 대부분 아이돌 무대는 본무대에서 화려하고 웅장하게 등장한다. 반면 세븐틴은 멤버들이 본무대, 돌출무대, 2층 객석에서 각각 등장해 친근감을 선사했다. 교복 콘셉트로 인기를 끌었던 ‘만세’로 첫 곡을 선사하면서 학교 책걸상을 이용한 퍼포먼스로 팬들을 오감만족시켰다. ‘만세’는 평소 음악방송에서 보여준 퍼포먼스가 아닌 콘서트만을 위한 퍼포먼스와 편곡으로 새롭게 바꿔 콘서트를 찾는 즐거움을 배가시켰다.
세븐틴 무대1
세븐틴 무대1
콘서트는 데뷔 때부터 3개의 유닛을 내세운 세븐틴의 장점이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13명 멤버들이 펼치는 군무, 보컬팀 섹션, 퍼포먼스팀 섹션, 힙합팀 섹션 등이 차례로 펼쳐지며 세븐틴의 정체성을 확실히 드러냈다. 힙합팀에 호시, 우지, 디노가 지원군으로 나서고, 퍼포먼스팀 준의 ‘벚꽃엔딩’ 무대에 보컬팀 조슈아가 기타 반주를 치는 등 유닛간 콜라보도 마련됐다.

음악적 장르도 한계를 두지 않았다. 데뷔앨범 ‘17캐럿’과 두 번째 앨범 ‘보이즈 비(Boys Be)’ 수록곡을 모두 들려줬고, ‘마이 에브리씽’(브아솔), ‘덤덤’(레드벨벳), ‘내 귀에 캔디’(백지영) 등 다양하고 재미있는 커버곡들로 실력과 매력을 동시에 드러냈다. 유닛 무대에 다른 유닛의 멤버가 참여하면서 경우의 수를 늘렸고, 다양한 음악적 장르를 동시에 선보인 것. 세븐틴이 스스로 얼마나 무궁무진한 색깔이 만들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세트리스트 중에 미발표곡이 대거 포함된 점도 세븐틴의 다채로움을 증명했다. 세븐틴은 이날 ‘플레이 백’(에스쿱스), ‘세이 예스’(승관, 도겸), ‘빠른 걸음’(완전체) 등 여러 곡의 미발표곡 무대를 선보였다. 기존 ‘아낀다’와 ‘만세’에서 보여준 세븐틴 특유의 소년미(美)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모습이었다. 수록곡 ‘노 펀’, ‘록’을 비롯해 커버곡 ‘빈대떡신사’, ‘뱅’(애프터스쿨)에서 세븐틴은 소년이 아닌 남자였다.
세븐틴 무대5
세븐틴 무대5
반면 귀여움으로 가득찬 시간도 마련됐다. ‘세븐틴 유치원’이란 코너로 멤버들이 유치원생으로 변신한 것. 막내 디노가 선생님 역할을 맡아 야자타임 아닌 야자타임으로 웃음을 자아냈고, 멤버들은 각종 상황극을 통해 만화 ‘나루토’ 패러디, ‘까탈레나’(오렌지캬라멜), ‘심쿵해’(AOA) 등 각종 재기발랄 무대로 즐거움을 안겼다. ‘세븐틴 유치원’을 마무리하는 ‘올 유 니드 이즈 러브(All You Need Is Love)’에서는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객석에 초콜릿을 선물했다.

세븐틴은 지난 1년간 가장 눈부신 성과를 얻은 신인 그룹 중 하나다. 2015 데뷔 남자아이돌 그룹 음반판매량 1위, 제 25회 ‘하이원 서울가요대상’ 신인상, 제30회 ‘골든디스크 어워즈’ 음반부문 신인상 등을 휩쓸며 슈퍼루키로서 자신을 입증했다. 이를 두고 많은 이들이 성공비결을 묻기도 한다. 그 비결을 콘서트에서 제대로 확인했다. 13명 완전체 무대의 볼거리, 3개 유닛 무대로 증명한 실력, ‘세븐틴 유치원’으로 보여준 반전 매력 등 성공할 수밖에 모든 요소가 콘서트에 담겼다.

세븐틴은 콘서트 기자회견에서 콘서트 타이틀을 ‘보이즈 위시’라고 지은 것에 대해 “데뷔 전부터 공연이나 콘서트를 많이 했는데 그때 빨리 데뷔해서 저희 곡과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앙코르 콘서트에서 보여주게 돼 꿈을 이룬 것 같다”고 전했다. 소년들이 꿈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 그 진가를 콘서트에서 알게 됐다.

박수정 기자 soverus@
사진. 조슬기 기자 kelly@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