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수지X백현 '드림'
수지X백현 '드림'
지난 7일 발표된 ‘드림(Dream)’은 국내외 인기 최정상을 달리고 있는 그룹의 엑소 백현과 미쓰에이 수지의 콜라보레이션이라는 점에서 큰 화제를 모은 곡이다. ‘꿈의 듀엣’이라는 수식어가 기사 제목을 장식했고, 홍보사 측은 SM과 JYP의 콜라보레이션임을 여러 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할 사람이 또 하나 있다. 바로 ‘드림’의 작곡가 박근태다.

박근태는 지난 20여 년간 대중가요를 작곡하며 수많은 히트곡을 만들어낸 인물. 이효리, 신화, 이선희, 신승훈, 백지영, 샵, 룰라, 아이유 등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의 손을 거쳐 간 가수들이 많다. 여기서 궁금한 것 한 가지. 박근태가 쓰고 신화가 부른 ‘브랜드 뉴’는 박근태 색깔의 곡일까, 신화 색깔의 곡일까. 박근태 작곡, 백지영 가창의 ‘사랑 안 해’는 어떨까. 아마 열 중 아홉은 가수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물론 작곡가마다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고 또 그것이 브랜드화되기도 하지만, 음반 제작의 핵심은 결국 가수의 색깔을 만드는 데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공일오비, 토이, 김도훈, 황프로젝트 앨범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공일오비, 토이, 김도훈, 황프로젝트 앨범
작곡가 중심의 음반이 더욱 신선하게 느껴진 것도 그 때문이다. 가수 중심의 음악 시장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것. 그룹 015B나 유희열 원맨밴드 토이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작곡가가 주체가 되어 음반을 만들고 객원가수에게 가창을 맡긴다. 작곡가 스스로가 가창자가 되어도 무방하다. 황세준, 황성제, 황찬희는 황프로젝트를 결성해 색다른 음악을 선보였으며, 조영수의 ‘올 스타(All Star)’ 시리즈 앨범, 김도훈의 ‘도쿤 프로젝트(DOKKUN PROJECT)’, 권태은의 ‘런치송 프로젝트’ 등 역시 작곡가가 중심이 된 음반의 좋은 사례다.

이 같은 시도가 유의미한 건, 흥행을 위한 자기 복제 혹은 기획사의 요구에서 벗어나 색다른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적지 않은 작곡가들이 자기 복제, 심지어는 표절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사라진다. 박근태의 홈페이지에도 “어떤 곡이 히트하면 그와 비슷한 곡을 만들어달라는 제안이 줄을 잇는다. 그러나 한 번 그 맛에 길들여지면 점점 나태해질 테고, 나중에는 벗어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의 글이 게재돼 있다. 그러나 작곡가 음반은 음악을 위한 음악이다. 황세준은 황프로젝트 결성 당시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아티스트에게 상업적 메리트를 가지도록 하는 게 음악의 역할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황프로젝트는 음악을 음악으로서 들어주길 바라는 기획”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수지X백현 '드림'
수지X백현 '드림'
박근태 작곡의 ‘드림’도 같은 선상에 위치한다. 한 관계자는 “박근태 작곡가에게 아직 트렌디한 감성이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그의 색깔을 보다 직접적으로 드러내고자 시도된 기획”이라고 설명했다. 박근태 작곡가 역시 “내가 주도가 돼서 판을 짜보는 작업이었다. 내 시각에서 바라보는 가수의 매칭 등을 통해, 프로듀서로서의 역량을 발휘해보고 싶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박근태의 ‘드림’이 특히 고무적인 것은 성적 때문이다. 흥행은 작곡가 중심 음반의 태생적 한계일수도 있을 터. 그러나 ‘드림’은 7일 발매 직후 8개 음원 사이트의 실시간 차트를 올킬했으며 12일 오전 9시 기준, 5개 사이트에서 실시간 차트와 일간 차트 모두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박근태는 “가장 좋은 것은 솔로 가수로서 수지, 백현의 가능성을 대중이 알아줬다는 점이다. 서로 윈윈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작곡가의 개성과 대중적 성공, 여기에 보컬리스트로서 수지와 백현의 가능성까지 재조명한 ‘드림’. 가히 세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할 만하다. 한 관계자는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최고의 아티스트들과 협업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박근태가 가수 중심의 음악 시장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미스틱엔터테인먼트, 각 앨범 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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