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싸이03
싸이03


“너무나 오래 걸렸다. ‘육갑’으로부터는 3년 5개월이 걸렸다. 사실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다.”

거두절미. 머릿속에 떠오르는 숱한 말들을 거두어들이고, 딱 한 마디만 한다면 ‘돌아와 줘서 고맙다’는 것만 남는다.

가수 싸이는 지난 1일 자정 정규 7집 ‘칠집싸이다’를 발표했다. 그의 말대로 2012년 내놓은 ‘육갑(6甲)’ 이후 3년 5개월 만이다. 그 사이 ‘젠틀맨(GENTLEMAN)’을 만들긴 했지만, 정확히 말하면 이 곡은 국내용이 아니라, 해외 활동을 목적으로 만든 노래였으니, 3년 하고도 5개월이 지나 제대로 된 복귀를 알렸다.

한때는 우등생들이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 하듯 ‘곡 쓰는 것이 가장 쉬운’ 시절이 있었던 싸이는 ‘칠집싸이다’를 내놓기까지 일곱 계절 동안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베토벤도 아닌데.

“베토벤도 아니고, 일곱 계절이 지났다. 3분 얼마짜리 댄스곡을 만드는데 말이다. 그만큼 많은 수정을 거쳤고, 고심했다.”

컴백이 늦어진 이유는 싸이는 물론, 대중들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강남스타일’은 전에 없던 히트를 기록한 곡이다. 국내에서 호응을 얻으며 음원 차트 정상에 몇 번 오른 것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례적인 기록을 세우며 빌보드 2위까지 오르는 쾌거를 달성했다. 모두 한국어로 된 가사의 곡이 해외에서 이 같은 대기록을 세우기란 확률적으로 ‘하늘의 별 따기’란 표현이 근접할 듯하다.

싸이의 가수 인생은 ‘강남스타일’ 전과 후로 나눠도 좋을 만큼 확실히 구별된다. 전에 없던, 이례적이다 못해 처음 있는 일을 겪었으니 어깨의 짐을 내려놓기가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동시에 싸이를 향한 대중들의 기대도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싸이의 부담과 대중들의 기대가 합해지니, 자연스럽게 ‘나팔바지’의 탄생은 3년을 훌쩍 넘었다.

“많은 분들이 이야기하는 중압감, 스트레스, 또 미국병 등이 있었다. 이렇게 쓰면 ‘강남스타일’보다 못할 텐데, 또 외국인들이 못 알아들을 텐데 같은. 곡이 한, 두 마디도 채 진행되기 전부터 사공들이 많아서, 그 사공을 한 명으로 정리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공이 많았다. ‘강남스타일’을 넘어서야 한다는 중압감이란 사공, 외국인들에게도 ‘먹혀야’ 한다는 스트레스란 사공, 2위를 한 김에 1위까지도 노려봐야 한다는 ‘미국병’이란 사공, 국내 대중들에게 인기도 얻고 인정도 받아야 하는 욕심이란 사공 등등. 싸이는 그 많은 사공을 정리하는데 3년 5개월이 걸렸다.

고심 끝에 얻은 결론은 하나, ‘내가 하고 싶은 걸 하자’.
싸이
싸이
“올 초 대학 축제 무대에 서면서부터 제정신이 들었다. 하고 싶은 걸 하려고 이 직업을 택했는데, 왜 다른 사람 눈치를 보면서 음악을 할까라는 생각을 깊이 했다. 이후부터 그동안 준비한 노래를 새롭게 재정비 하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리고 나온 곡이 ‘나팔바지’다. 전주부터 대중들이 이야기하는 ‘싸이스러움’이 묻어있다. 기타 리프는 펑키하고, 멜로디는 리드미컬하다. ‘나팔 나팔 나팔바지’라는 중독성 강한 후렴구도 빼놓지 않았다. 뮤직비디오는 더 ‘싸이답다’. 휘황찬란한 색상의 나팔바지를 입고 한껏 흥이 오른 채로 안무를 구사하는 싸이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어깨를 절로 들썩이게 하는, 전매특허 싸이의 매력이다.

“스스로 싸이스러움을 찾는다, 싸이다운 노래라고 말하는 게 오히려 싸이 답지 못한 것 같다. 누가 누구 답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때로 큰 무게가 된다. 이번 음반을 준비하면서 깨달은 건 ‘초심’의 대한 개념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이다. 뭘 말하는 건지 모호하다. 어렵게 찾은 초심은,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어서 ‘딴따라’가 된 ‘나’이다.”

왜 국내 팬이 아닌 해외를 의식하냐고 질타하는 대중도 있고, 또 다른 일부는 해외 반응 역시 신경 쓰고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내놓는다. 싸이는 180도 상반되는 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하고 싶은 걸 하자는 것으로 방향을 맞췄다. 결과 역시 순리대로 받아들이기로.

그런 의미에서 ‘대디(DADDY)’는 중원의 푸른 꿈에 부풀어 있던 시절 만든 곡이다.
싸이 대디
싸이 대디
“‘난 여전히 마돈나의 친구야’라고 생각하고 있던 지난해 어느 날 만들었다. 노래 가사에는 국외를 생각한 코드도 들어가 있고, 기본적으로는 한국말 가사지만 후렴구에 영어 반복구가 이뤄진다. 해외 활동 당시에 만든 것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지향하는 점이 국내 팬들이 원하는 예전의 노래와는 다르다.”

상반되는 두 가지 의견의 카테고리를 굳이 나누자면, 전자는 ‘나팔바지’이고, 후자는 ‘대디’인 셈이다.

겸허히 받아들이기로 한 결과는, 성공적이다. 두 곡 모두 국내 음원차트 1, 2위를 다투며 인기몰이 중인 것. 또 해외 반응도 뜨겁다. 미국, 중국 등 앞다퉈 싸이의 새 음반에 대해 소개하며 좋은 평가를 했다. 싸이가 중압감을 벗었고, 대중이 기대를 내려놓으니 모두가 웃을 수 있는 결과를 낳았다.

언제부터 우리가 싸이에게 ‘제2의 OO’을 바랐나, 또 언제부터 미국 음악차트인 빌보드 정상을 노렸나. 싸이는 그저 좋아하는 음악을 열심히, 열정적으로 했고 우리는 그 모습에 웃고 열광했을 뿐이다. 희박한 가능성에도 대한민국을 알리는데 큰 공을 세운 싸이에게 박수를 보내고, 버거운 무게를 겨우 내려놓고 다시 돌아온 그에게 또 한번 박수를 보낸다.

일곱 계절이 지났고, 그는 돌아왔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YG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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