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정시우 기자]
맥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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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납치·살해를 소재로 한 남성잡지 맥심(MAXIM)코리아 화보 논란이 해외까지 날아갔다.

영국 코스모폴리탄은 성범죄를 미화한 역사상 최악의 표지라고 지적했고, 미국 허핑턴포스트도 “강력 성범죄율을 낮추기 위해 노력해야지 그것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맥심의 해외 본사까지 불편한 입장을 밝히며 논란에 불을 지핀 상황.

그 중심에 표지모델이었던 배우 김병옥이 있다. 일단 문제가 된 9월 화보를 보자. 해당 화보에는 ‘The Real Bad Guy’(진짜 나쁜 사내) 문구와 함께 악역 전문 배우 김병옥의 연출 이미지들이 담겨 있다. 특히 표지사진에는 구형 그랜저 트렁크 앞에 서서 담배를 피우는 김병옥 뒤로, 청테이프에 의해 결박된 여성의 다리가 보인다. 해당 화보는 공개되자마자 성범죄를 미화한 것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하루아침에 성범죄 미화 논란의 중심에 선 배우. 그는 가해자일까. 촬영을 거부하지 않고 그대로 응했으니 비난받아야 마땅할까.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가장 큰 피해자일 수도.

월간 맥심 측이 논란에 휩싸인 9월호 표지에 대해 공식 사과한 가운데, 배우 김병옥 측이 텐아시아에 입장을 전했다.

김병옥은 현재 소속사 없이 홀로 활동하는 상황. 이에 김병옥의 전 소속사 도레미엔터테인먼트를 통해 그의 입장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김병옥의 전 매니저는 4일 텐아시아에 “선배님이 여러모로 당혹스러워하고 계신다”고 말문을 열었다. 매니저는 “인기 있는 잡지이고, 젊은 층에게 인지도를 넓힐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서 김병옥 선배님이 기쁜 마음으로 맥심 화보 제의를 수락하셨다”고 밝힌 후 “악인 콘셉트이고, 교도소 느낌이 나는 곳에서 찍는 다는 것 외에 구체적인 화보 촬영 방향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어 “촬영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다만 문제가 된 해당 장면을 찍을 때 선배가 ‘너무 강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셨다. 하지만 현장 분위기가 좋았고 스태프들도 강한 걸 원하다보니 촬영에 임하셨다. 무엇보다 문제의 해당 장면이 표지로 쓰일지, 상상도 못하셨던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오랜 시간 김병옥을 지켜 본 매니저는 “선배님이 작품에 악인으로 많이 나오시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착하고 소심하시다. 이번 일로 충격을 많이 받으신 것 같아 안타깝다”고 전한 후 “오해를 일으킨 부분에 대해서는 죄송해 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김병옥이 논란의 장면 촬영 때,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임한 것은 피할 수 없는 잘못이다. 하지만 과연 자신의 사진이 “여자들은 나쁜 남자를 좋아하잖아? 이게 진짜 나쁜 남자야. 좋아 죽겠지?”라는 문구와 함께 전국 서점에 깔리게 되리라고 예상했을까. 몰랐던 게 죄라고 하면 할 수 없지만, 그렇게만 치부하는 건 김병옥에겐 다소 억울한 일이다.

한편 4일 맥심 편집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발행된 2015년 9월호 뒷면과 해당 기사란에 부적절한 사진과 문구를 싣는 실수를 범했다”며 “지금까지 맥심을 사랑해주신 많은 독자님들께 이번 일로 인하여 실망감을 안겨드렸다고 생각한다”고 공식 사과했다.

또한 맥심 측은 현재 전국에서 판매 중인 9월호를 전량 회수하여 폐기하겠다는 입장도 전했다. 아울러 이미 판매된 9월호로 인해 발생한 판매수익은 전액 사회에 환원하고, 수익금 모두를 성폭력예방 또는 여성인권단체에 기탁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김병옥에 대한 언급은 어디에도 없었다.

정시우 기자 siwoorain@
사진. 맥심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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