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최보란 기자]
‘붕어빵’은 가고 ‘동상이몽’이 왔다.

가족 예능이 변화하고 있다. 영유아 중심의 육아 예능에서 청소년 및 청년기 자식들과 부모들의 이해를 중심으로 하는 가족 소통 예능으로 그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지난 26일 SBS 장수 예능 프로그램이자, 육아 예능의 원조라 불리던 ‘붕어빵’이 6년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붕어빵’은 스타와 스타 2세가 함께 출연하여 게임과 토크를 펼치는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과 다르지 않은 부모로서 스타들의 모습을 통해 공감을 얻어왔다.

특히 ‘붕어빵’은 스타와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색다른 시도가 눈에 띄었던 프로그램. 이에 동사의 ‘오 마이 베이비’를 비롯해 MBC ‘아빠 어디가’,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스타 2세 예능 전성기가 가능하게 만든 원조 육아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육아 예능의 인기는 여전히 강세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일요일 오후 동시간대 정상을 지키고 있고, 스타 2세들이 각종 광고를 섭렵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안방에는 어린 스타 2세 대신 청소년기 혹은 장성한 자녀들의 이야기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붕어빵’의 종영을 즈음해 등장한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이하 ‘동상이몽’)와 ‘아빠를 부탁해’, 종합편성채널 JTBC ‘엄마가 보고 있다’ 등이 그것. 이는 새로운 형태의 가족 예능을 보여주고 있다.

# 1. ‘동상이몽’, 몰랐던 내 가족의 모습 재발견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동상이몽’은 사춘기를 겪고있는 자녀와 부모의 고민을 동시에 풀어보는 관찰 예능 프로그램. 서로 팽팽한 의견차로 갈등을 겪는 가족들이 VCR을 통해 서로의 입장을 지켜본 후, 출연진이 이들과 함께 토론하면서 갈등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해결법을 고안한다. 방송 전부터 유재석과 김구라의 만남으로 화제가 됐다. 지난달 31일 파일럿 방송된 뒤 호평을 얻으면서 토요일 오후 9시대 자리에 정규 편성 됐다.

지난 25일 정규 첫 방송에서는 이승기를 빼닮은 미남 아들의 연애를 극구 반대하는 광주의 한 엄마와 아들, ‘사’자 직업을 강요하는 안양의 치킨집 아빠와 딸이 동상이몽 가족으로 출연했다. 치킨가게를 운영하며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이새봄 양 아빠의 하루를 보며 “아빠 치킨 쏟을 때 나도 눈물 쏟음”, “아빠편 보면서 엄청 울었내용”, “재밌고 눈물나고 반성하게되고 훈훈하고” 등 시청자들의 공감과 호평이 이어졌다.

‘동상이몽’은 가족들은 녹화된 영상을 통해 미쳐 몰랐던 서로의 모습을 발견했고, 쌓여만 갔던 그간의 오해를 풀고 대화를 시작했다. 아이들의 편 부모의 편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서로 무엇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지’와 ‘서로가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라는 사실적인 이야기를 끄집어 내는 것. 이를 통해 ‘소통의 가치’ 또는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 2. ‘아빠를 부탁해’, 서먹서먹한 부녀관계 회복 프로젝트

SBS ‘아빠를 부탁해’
SBS ‘아빠를 부탁해’
SBS ‘아빠를 부탁해’

‘아빠를 부탁해’는 서로 사랑하지만 함께 하는 시간이 어색하기만 한 아빠들과 그들의 20대 딸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공감 프로젝트. 강석우, 이경규, 조재현, 조민기 등 장성한 딸을 둔 연예인들이 출연해 딸과의 일상을 공유하고, 아빠로서 대화를 나누면서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고 있다.

아빠 앞에서는 무뚝뚝하기 그지 없지만 남자친구와 전화통화에서는 애교가 넘치는 조민기 딸 윤경, 아빠의 사랑에 목말라하며 함께 보내는 시간을 기다리는 조재현의 딸 혜정, 넷 중 가장 다정다감한 강석우의 딸 다은, 아빠의 건강을 걱정하는 이경규의 딸 예림 등 서로 성격도 스타일도 다른 네 딸의 모습을 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 이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부녀관계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뜨거운 공감을 이끌어 내고 있다.

특히 성인이 된 딸들을 내세운 점은 기존 육아 예능과 확실히 차별화 된 재미를 주고 있다. 육아 예능은 어린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을 보는 재미, 아이들의 돌발 행동에 진땀을 빼는 아빠들의 모습이 자아내는 웃음이 있었다. 반면 ‘아빠를 부탁해’는 이제는 너무 멀어진, 너무 커버린 딸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는 아빠들의 모습, 아빠와 친해지고 싶지만 선뜻 다가서지 못하는 딸들의 모습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아빠를 부탁해’는 방송을 거듭할수록 처음엔 서먹서먹하기만 했던 부녀가 싸우고 화해하면서 가까워지는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때로는 아빠 앞에서 직접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카메라 앞에서 털어놓기도 하고, 그런 딸의 이야기를 VCR로 확인한 뒤 웃고 웃는 아빠들의 모습은 다시금 대화와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 3. ‘엄마가 보고 있다’, 엄마가 지켜보는 내 자식의 하루

JTBC ‘엄마가 보고 있다’
JTBC ‘엄마가 보고 있다’
JTBC ‘엄마가 보고 있다’

24시간 내 새끼 라이브쇼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엄마가 보고있다’는 소개 그대로 엄마가 자녀의 생활을 관찰하는 프로그램이다. 방송을 통해 엄마는 자녀가 살아가는 고단하고 치열한 하루를 지켜보고 그들의 좌절과 극복의 과정을 공유하고, MC들과의 진솔한 대화를 통해 궁금했던 자녀들의 하루를 이해하고 공감해나가는 과정을 담는다.

지난 25일 첫 방송한 ‘엄마가 보고있다’에서는 홀로 상경해 친구 집에 얹혀살고 있는 38세 취업 준비생이 첫 번째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주인공은 2,500원짜리 도시락으로 하루를 버티고 수혈한 뒤 받은 영화표로 영화를 본다는 아들의 모습에 엄마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고단한 하루는 취업과 결혼 문제로 몸살을 앓는 우리 시대 청춘들의 모습을 대변하며 프로그램의 몰입도를 높였다.무뚝뚝한 경상도 아들은 학생식당에 깜짝 등장한 엄마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것으로 감사함과 미안한 마음을 표현해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엄마가 보고 있다’는 바쁜 현대 사회에서 따로 떨어져 지내거나, 혹은 밤에만 잠시 만났다가 헤어지는 내 자식이 어떤 하루를 보내는지 궁금한 부모의 마음을 캐치해 낸 프로그램이다. 가장 가까운 사이이지만, 또 한없이 멀어보이기도 한 부모와 자식사이. 그들의 대화의 물꼬를 트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줬다는 점에서 뜨거운 공감과 호평을 얻고 있다.

최보란 기자 ran@
사진. ‘동상이몽’, ‘아빠를 부탁해’, ‘엄마가 보고 있다’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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