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락비 박경
블락비 박경
블락비 박경

[텐아시아=홍보람 인턴기자] 그룹 블락비의 첫 유닛 블락비 바스타즈가 미니앨범 ‘품행제로’를 발표했다. 피오(P.O)와 유권, 비범이라는 낯설지만 신선한 조합이었다. 많은 이들이 이 조합에 대해 궁금해 했지만 정작 그들의 대답은 ‘뽑기’였다. 일곱 개의 공 중 세 개의 빨간색 공을 뽑은 사람들끼리 유닛을 결정하기로 했던 것. 일곱 멤버 중 누가 뽑혀도 상관없다는 블락비의 자신감이 드러나는 대답이었다.

그렇다면 나머지 멤버들은 이 뽑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음악적 욕심이 많은 블락비답게 아쉬워하는 멤버는 없었을까. 이에 바스타즈 멤버들은 “박경이 특히 아쉬워했다”라고 답했다. 바스타즈의 말을 증명하는 것처럼, 박경은 지난 8일 자신의 트위터에 “친구 만나러 춘천에 왔는데, 지코 웰던이 나온다. 두세 달 뒤엔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길”이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동안 다른 멤버들의 솔로곡이나 유닛 앨범이 나왔을 때 홍보에 앞장섰던 박경이 이젠 홍보가 아닌 음악으로 대중 앞에 나서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물론 박경이 솔로앨범을 낸다면 ‘얘가 누구?’하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고 ‘박경이 솔로?’라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아직까지는 박경을 비롯한 블락비 멤버 개개인의 존재감보단 그룹의 색깔이 강한 탓이기도 하고 박경이 음악적으로 자신을 적극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박경은 지코 못지않게 음악적 ‘과거’가 있는 멤버다. 박경의 과거는 2009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박경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친구였던 지코와 열여덟 살에 그룹 ‘하모닉스’를 결성하고 디지털싱글 ‘더 레터(The Letter)’를 발매했다. 타이틀 곡 ‘편지’에서는 풋풋하면서도 개성 있는 열여덟 살 박경과 지코의 감성을 엿볼 수 있다. 또한 데뷔 전 ‘홀케’라는 이름으로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했던 박경은 하이톤의 목소리와 뛰어난 박자감각으로 두각을 나타내기도 했다.

사실 박경은 이미 선배 뮤지션들로부터 적잖은 러브콜을 받았다. 데뷔 전인 2010년 조PD와 버벌진트의 프로젝트 앨범 ‘2 The Hard Way’의 수록곡 ‘종의 기원’ 피처링을 시작으로 보컬리스트 지아의 ‘눈물이 툭’에서 그루브한 래핑을 선보이며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종의 기원’에서 ‘hater들에게 코웃음을 날리며’ 카리스마 있고 패기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눈물이 툭’에서는 ‘우리 사이는 컴퍼스 넌 나의 축 네가 쓰러지면 나까지 쓰러져’라는 가사로 감성적인 매력과 센스를 선보였다.

특히 김연우는 박경의 랩을 듣고 먼저 피처링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스틱89로 둥지를 옮긴 뒤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에 도전한 김연우가 그 시작을 함께할 파트너로 박경을 택한 것은 꽤 의미 있는 일이다. 김연우와 박경이 함께한 ‘Move’는 김연우의 그루브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로 기획된 노래로, 김연우의 리드미컬한 보컬과 박경 특유의 래핑이 환상적인 조화를 만들어 냈다.

래퍼는 물론 보컬로서의 가능성도 박경이 가지고 있는 무기 중 하나다. 블락비는 ‘헐(HER)’을 발표하면서 보컬 파트를 크게 늘렸는데, 이때 박경 역시 래퍼가 아닌 보컬에 도전했고 보컬 첫 파트를 맡아 노래의 시작을 이끌기도 했다. 지코는 평소 자신이 작곡한 곡을 녹음할 때 멤버 모두 한 번씩 시켜보고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에게 파트를 준다고 밝혔는데, 박경의 보컬이 깐깐한 프로듀서 지코를 사로잡은 것이다. ‘헐’은 기존 블락비의 악동 콘셉트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이 돋보이는 곡인데, 여기에 톡톡 튀는 박경의 하이톤 보컬이 어우러져 경쾌함과 리듬감을 배가 시켰다.

‘헐’ 이전에 발표된 블락비 세 번째 미니앨범에 수록된 박경의 솔로곡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는 박경이 가진 랩과 보컬 실력을 한 번에 보여준다. 이 곡은 끈적한 멜로디와 도발적인 가사가 매력적인 보사노바 풍의 노래로, 어반자카파 조현아가 피처링에 참여했다. ‘모닝콜 대신 날 깨우는 빗소리’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정말 잠에서 깬지 얼마 되지 않은 듯 나지막하고 나른한 박경의 목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힌다.

박경의 개성이자 매력 포인트인 하이톤의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호불호가 갈리기 쉬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에서 박경은 목소리에 무게감을 더하고 곡의 섹시한 분위기를 살렸다. 물론 랩 파트에서는 매력적인 래핑으로 곡의 지루함을 덜고 그루브를 더했다. 박경은 이 곡을 두고 “‘이런 것도 할 수 있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고백한 바 있는데, 그 시도는 대성공이었다.

박경은 그동안 피처링, 작사 작곡, 믹스테이프 등을 통해 묵묵히, 하지만 꾸준하게 내공을 쌓아왔다. 블락비로 데뷔한지 4년 차. 그동안 다른 멤버들은 솔로, 유닛 등 음악 활동은 물론 연기, 뮤지컬 쪽으로도 진출해 영역을 넓혔다. 그리고 이제 박경이다. 박경의 바람대로, 어서 박경의 목소리로 가득찬 노래를 들을 수 있길 기대해 본다. 바스타즈 멤버들을 향해 갔던 빨간 공이 다음번엔 박경의 손에 쥐어지기를.

홍보람 인턴기자 ram626@
사진. 세븐시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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