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 해외쇼케이스 참가뮤지션 기자간담회
K-POP 해외쇼케이스 참가뮤지션 기자간담회
K-POP 해외쇼케이스 참가뮤지션 기자간담회

[텐아시아=박수정 기자] 흔히 K-POP을 떠올리면 아이돌의 칼군무를 예로 든다. 일본 돔 투어, 아시아 몇개국 팬미팅 개최 등을 한류의 결과물로 자랑한다. 그러나 K-POP에는 아이돌 칼군무 외에도 다양한 음악이 있다. 그를 알리기 위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나서고 있다.

지난 23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연건동 한국콘텐츠진흥원 대학로분원 콘텐츠코리아랩에서 K-POP 해외쇼케이스 참가뮤지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세계적 음악마켓의 케이팝 쇼케이스 ‘케이팝 나이트 아웃(K-POP Night Out)’에 참가하는 뮤지션 12팀이 자리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 3월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개최된 SXSW 이외에 3곳의 세계적 음악마켓에 국내 뮤지션을 소개한다. 캐내디언뮤직위크(Canadian Music Week, 이하 CMW), 뮤직매터스(Music Matters), 미뎀(MIDEM)에서 각각 4팀씩 쇼케이스를 개최한다. CMW에는 루나플라이, 버벌진트, 술탄 오브 더 디스코, 일리네어레코즈가 뮤직매터스에는 글랜체크, 소나무, 이디오테잎, 킹스턴 루디스카가, 미뎀에는 고래야, 로로스, 로큰롤라디오, 바버렛츠가 참여한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한국콘텐츠진흥원 송성각 원장은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을 해외 관계자에 소개해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등용문 역할을 하고 있다”며 “SXSW에서 느낀 아쉬움을 반성해 CMW, 뮤직매터스, 미뎀에서 참가 뮤지션들이 실력을 120% 발휘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준비하겠다. 참가 뮤지션들은 전문가들이 직접 선정한 한국 대중음악계 국가대표다”고 소개했다.

아이돌, 힙합, 스카, 록 등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과 홍대와 음악방송을 넘나들며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뮤지션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다소 어색한 분위기가 감도는 기자간담회였지만, K-POP을 세계에 알린다는 자부심만은 모두 하나였다. 한국 스카의 대표 밴드 킹스턴루디스카의 이석율은 “우리가 11년 정도 됐는데 이런 형식의 외국 공연은 처음이라 설레고 떨린다. 스카를 처음 하게 됐는데 11년 했지만, 스카신, 레게씬을 활성화시켜서 우리나라에 있는 아티스트들이 세계에서도 많이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레게 페스티벌도 주최하게 됐다. 많은 관심이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최철욱은 “한국에서도 스카 레게가 주류 음악은 아닌데 굳건한 장르를 오래하는 팀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한국에 여러 장르가 공존하고 있다”고 국내 음악의 다양성을 알렸다.

지난해 영국 글래스톤베리를 비롯해 일본 섬머 소닉 등 유명 페스티벌에 참가했던 술탄오브더디스코도 “K-POP에 대한 인식은 아직 다르다. 글래스톤베리까지 K-POP 자체가 브랜드화돼있지 않지만, 자주 가게 되면 되지 않을까”며 K-POP 알리기의 필요성을 전했다.

K-POP을 두고 아이돌의 칼군무를 떠올리는 것은 칼군무가 해외 음악과 차별화를 이루는 가장 큰 특징이기 때문이다. 칼군무를 기반으로 한 퍼포먼스 아이돌은 국내가 ‘본토’가 됐을 정도다. 그렇다면 일렉트로니카, 힙합 등 본토 음악이 따로 있는 뮤지션의 경우, K-POP이라고 알릴 수 있는 경쟁력은 어떤 것이 있을까. 아이돌이 아닌 K-POP을 소개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쟁점으로 보인다.

힙합 대표주자인 더 콰이엇은 기본에서 찾았다. 더 콰이엇은 “가끔 외국에서 공연을 한다. 해외 팬들이 좋아해주셔서 뭐가 좋은지 궁금하기도 하고 되새겨본다. 우리는 단순히 세계적으로 잘하는 것이 목표고, 그것을 추구해왔다. 다른 무언가보다 실력과 공연에 대해 생각하고 노력하고 있다. 지금도 성장 중이다. 실력으로 증명하고 승부를 하겠다”고 말했다.

더콰이엇은 힙합에서 중요한 가사 전달력에 대해서도 상당한 자신감을 보였다. 더콰이엇은 “우리가 랩을 오래한 사람으로서 뭘 뱉어도 가사가 잘 들린다. 미국 랩으로 음악을 시작해 영어 공부를 많이 했다. 아마도 우리의 랩을 들으면서 한국말 공부를 하는 사람도 많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글랜체크는 지역성과 신선도로 구분 지으며 K-POP의 차별성을 설명했다. 글랜체크는 “일렉트로닉도 많은 장르가 있지만, 해외에서도 프랑스에서 나왔느냐 어디에서 나왔느냐에 따라 시선이 달라진다. 우리는 한국에서 왔다는 것으로 자부심을 가지고 프로모션을 하고 있다”고 지역성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일렉트로닉 장르는 신선도가 민감하다. 그 미묘한 차이가 차별을 이룬다”고 전했다.

이디오테잎도 글랜체크의 설명에 거들었다. 이디오테잎은 “우리와 글랜체크가 전자음악이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 있지만, 해외 기준에서 확연히 갈린다. 항상 어딘지 모르겠는데 매우 한국적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굳이 어떻게 하려고 억지를 쓰지 않아도 우리가 향유하는 여러 가지 음악적인 것들이 녹아서 다르게 들리는 것 같다”고 전했다.

로로스는 다른 시각으로 접근했다. 차별화나 독창적이어야 한다는 압박에 갇히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로로스는 “미뎀을 나가게 돼 ‘뭐 좀 보여주고 나와야 되지 않느냐’고 대화를 했는데 결론은 정말 우리가 하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생각하는 게 맞는 것이었다”며 “승부하겠다는 말 보다는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음악은 국경을 뛰어 넘는 언어다. 국악기를 이용해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하는 고래야의 경우, 에딘버러에서 처음 1~2명의 관객으로 시작한 공연이 나중에 만석이 됐다고 전했다. 고래야는 “세계에 없는 장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경이로운 시간이었다는 말을 들었는데 감사하게 다녀왔다”고 전했다.

2015년 신인걸그룹으로서 유일한 아이돌 참가자 소나무도 소감을 전했다. 소나무 리더 수민은 “뮤직매터스에 참여하게 돼 영광스럽고 감사한 일이다. 저희가 많이 접해보지 못했던 선배들과 무대에 올라갈 수 있어 기쁘다. 음악에 대한 시각이 넓어질 것 같아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음악에 대한 시각이 넓어질 것 같다”는 수민의 말처럼, 국내에는 정말 다양한 음악이 공존하고 있다. 세계 3대 음악마켓의 ‘케이팝 나이트 아웃’ 개최는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 리스너들도 K-POP이 많은 사람들에게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릴 기회다. 송성각 원장이 전한 취지를 되새겨 우리도 국내 음악의 다양한 소리를 들어볼 때가 왔다.

“한류로 나가 있는 K-POP은 아이돌 위주다 보니 국내외에서 한국엔 아이돌 음악밖에 없다는 인식이 있다. 한국의 다양한 음악을 소개시켜주는 것이 기본 취지다. 국내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소리나 감정을 외국인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큰 목적이다. 우리나라 3개 기획사는 콘진원이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자체적으로 해외 시장을 뚫을 수 있다. 재능과 실력은 좋은데 그 기회를 갖고자 하는 사람들을 발굴해 진흥시키는 것이 우리의 존재 이유다.”

박수정 기자 soverus@
사진. 한국콘텐츠진흥원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