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인턴기자]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큰 사랑을 주셨던, 그리고 주시고 있는 노래에요. 사실 많은 분들이 사랑을 주실 거라고 생각을 못했던 노래였기 때문에 아직도 되게 당황스러운 때가 있어요. 이 노래가 발표된 지 거의 1년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까지도 차트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후배들도 자리가 있어야 되는데 미안한 마음도 너무 많이 들고(웃음).그래서 제가 옆에 부제를 붙이려고요, ‘불로초’로” ( 2014년 12월 열린 박효신 단독 콘서트 ‘해피투게더’ 공연 중)

28일은 야생화가 발표된 지 꼬박 1년 째 된 날이다. 2014년 3월 28일 발표된 ‘야생화’는 참으로 성실히 음원 차트에서 자리를 지켜 왔다. 심지어는 수많은 아이돌들을 꺾고 지난해 멜론 연간 종합차트에서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대중적인 멜로디도, 쉽게 공감할만한 사랑 이야기도 아닌 ‘야생화’가 이토록 오래 그리고 뜨겁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박효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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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의 미학

작곡가 김형석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야생화’를 두고 ‘모든 걸 내려놓고 절제함으로 비로소 자유로워진 창법’이라고 평했다. 그러나 ‘내려놓는다’는 말과 ‘절제’ 사이에는 상당한 어폐가 있다. 어설픈 내려놓기는 단조로움을 낳고 섣부른 감정 표현은 느끼함을 낳는다. 담담하나 단조롭지 않고 깊지만 느끼하지 않은 것. 바로 여기에서 박효신의 진가가 드러난다.

야생화를 듣노라면 참으로 다양한 목소리의 박효신을 만날 수 있다. 공기를 덜어내니 목소리의 질감이 살아났다. 장르는 전혀 다르지만 자레트 레토의 목소리가 연상되기도 한다. 그야말로 잘 ‘갈린’ 목소리. 덕분에 섬세한 톤의 변화가 보다 도드라졌고 담담한 멜로디도 단조롭지 않게 느껴진다.

박효신은 또한 세심하게 호흡을 조절해 곡의 흐름을 이끈다. 음의 길이며 두께, 파동 등을 다듬어 가장 듣기 편안한 멜로디를 구현한다. 때문에 깊은 감정도 느끼하지 않게 느껴진다. 이는 치밀한 계산일 수도, 날 것의 본능일수도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절제란 모든 걸 ‘내려놓음’으로써 도달할 수 있는 지점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각고의 정성이 더해져 절제를 만들었다. 목소리로 일구고 호흡으로 다스렸으니 가히 노래 장인이라 부를 만 하다.

박효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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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된 서사

전 소속사와의 지리한 결별의 과정에서, 박효신이 숨통을 틔우듯 불렀던 노래가 바로 ‘기프트(GIFT)'(2009)였다. 사실 ‘기프트’의 가사는 박효신 식 화법의 정점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를테면 ‘오늘의 하늘은 내겐 누군가가 두고 간 선물 같아. 어제보다 더 따뜻해’라든지 ‘또 다시 눈을 뜰 때면 잇츠 고너 비 올라잇(It’s gonna be alright)’과 같이 박효신은 그간 아픔보다는 희망을, 과거보다는 미래를 작사해왔다.

헌데 ‘야생화’는 조금 다르다. ‘봄이 오면 나 피우리라’는 다짐을 결론으로 두고 있기는 하나 대부분의 가사를 그간의 아픔을 고백하는 데에 할애했다. 담담하던 어조도 곡의 하이라이트에 이르러서는 ‘메말라가는 땅 위에 온 몸이 타들어 가고 내 손 끝에 남은 너의 향기 흩어져 날아가/ 멀어져 가는 너의 손을 붙잡지 못해 아프다’와 같이 거침없는 서술로 이어진다.

허나 이와 같은 어조의 변화는 어쩌면 내면의 단단함이 있기에 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진짜 콤플렉스는 콤플렉스라 밝힐 수 없는 것처럼 반대로 아픔으로부터 자유로워진 후에야 ‘아프다’고 노래할 수 있는 것은 아닐는지. 실제로 박효신은 과거 인터뷰에서 “지금은 어떤 것도 받아들이는 시점이 된 것 같다. 당시에는 그 상황이 내게 독(毒)이라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결국 그 경험이 약이 된 거다”고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말하자면 ‘야생화’에서의 고백은 아픔의 호소라기보다 삶에 대한 꾸밈없는 서사인 셈. 때문에 이러한 사정을 알고 있는 팬들에게는 ‘야생화’의 가사가 더욱 의미 있게 느껴질 것이다.

박효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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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를 향한 위로

지난해 12월, 2년 만에 개최된 단독콘서트 ‘해피투게더(HAPPY TOGETHER)’에서 박효신은 처음으로 ‘야생화’의 라이브를 선보였다. ‘야생화’ 무대가 시작되기 전, 공연의 스토리텔링을 맡은 두 아역 배우는 다음과 같은 편지를 낭독했다.

“(전략) 지금까지 걸어온 그 긴 길에 때론 슬픔도 두려움도 아픔도 걱정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분명 행복도 기쁨도 찾아올 거예요. 제가 세상 곳곳에 숨겨둔 선물들 처럼요. 기억해요. 당신은 혼자가 아니랍니다. 당신이 지칠 때 힘들어 할 때 당신의 마음을 제가 조용히 쓰다듬어 드리겠습니다. 바로 이렇게요.”

박효신이 ‘야생화’를 통해 전하고자 했던 궁극적인 메세지, 그것은 결국 모두를 향한 위로였다. 때문에 박효신의 자전적인 이야기에서 시작한 ‘야생화’가 ‘빗물에 젖을까 두 눈을 감’았던 모든 이들에게서 깊은 공감을 얻을 수 있었으며 ‘좋았던 기억만 그리운 마음만’ 간직하는 자세나 ‘잊혀질 만큼만 괜찮을 만큼만’ 인내하는 자세 역시 많은 이들에게 주효한 위안이 될 수 있었다.

박효신은 이날 공연에서 “나처럼 마음을 만져줘야 하는 사람들에게 ‘야생화’가 위로가 되고 힘이 되면 정말 좋을 것 같다”면서 “따뜻하게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노래가 끝난 뒤 관객들은 긴 박수로 그의 마음에 화답했고 박효신은 “여러분들과 내가 같은 감정을 느끼는 게 박수로 전해진다. 평생 못 잊을 박수다”며 감사를 전했다. 결국 ‘야생화’에 담긴 위로가 관객들과 박효신 본인에게 모두 닿았던 것이다.

진심을 심고 정성으로 돌보아 모두를 품는 꽃으로 피어났다. 그리하여 ‘야생화’는 1년 내내 꽃 피우는 ‘불로초’가 되었다.

이은호 인턴기자 wild37@
사진.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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