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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권석정 기자] “지난 25년 간 100%는 아니겠지만, 99%는 제가 아는 음악을 틀었어요. 제가 모르는 음악을 ‘한 번 들어볼까’하는 생각으로 튼 적은 없습니다. 제가 모르는 음악을 청취자에게 들으라고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배철수)

배철수는 매일 4시가 되면 MBC 스튜디오에 나와서 그날 ‘배철수의 음악캠프’(음악캠프)에 나갈 곡들을 미리 들어본다. 지난 25년간 쭉 그래왔다. 이런 성실함이 하루 2시간씩 만 25년, 총 1만8000시간의 장수 프로그램을 있게 했다.

12일 상암동 MBC에서 열린 ‘배철수의 음악캠프’ 25주년 기자회견에서 배철수는 “음악캠프는 25년 전에도 20~30대가 주로 듣는 젊은 프로그램이었다. 지금은 10대부터 프로그램과 함께 나이 든 60대 청취자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듣는다. 자부심을 갖는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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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듣는 방식도, 라디오도 많이 바뀌었지만 ‘음악캠프’는 여전히 좋은 음악을 소개하는 통로가 돼주고 있다. 정찬형 PD는 “음악을 파일로 듣는 시대가 됐고, 라디오도 수다로 채워지는 경우가 늘었지만 ‘음악캠프’만은 고집스럽게 음악 위주로 진해되고 있다”며 “청취자 분들은 음악캠프에서 들려주는 음악은 왠지 다르게 들린다고 말씀해주신다. 바로 배철수의 연륜 덕분”이라고 말했다.

25주년까지 온 원동력은 뭘까? 배철수는 “처음 방송을 시작할 때에는 밴드(송골매)를 병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길어야 1년 정도 하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하다 보니 음악을 하는 것보다 음악을 소개하는 게 더 재밌더라”고 말했다. “사실 전 당시 방송 환경에 잘 맞지 않는 진행자였어요. 당시 위에서는 ‘저 친구 방송 하다가 사고 한 번 칠 거야’라며 오래 못 갈 거라고 했고, 청취자들끼리는 6개월 넘길까 1년 넘길까 내기를 하기도 했죠. 그런데 여기까지 왔네요. 솔직히 너무 오래 했다고 생각은 합니다.”

배철수는 허심탄회하게 “더 하고 싶은 생각은 딱히 없다. 개편 때 살아남으면 6개월의 시간이 더 주어졌으니 재밌게 해보자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후임자를 묻자 “욕심대로라면 내가 그만두면 프로그램을 영구 폐지시켰으면 한다. 운동선수들도 은퇴하면 영구결번 시키지 않나?”라고 말했다. 정찬형 PD는 “배철수가 없으면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존재할 수 없다. 영구결번 주장에 한 표 보탠다”라고 말했다.

‘음악캠프’는 배철수에게 삶 자체다. 배철수는 “‘음악캠프’는 제 삶이고, 가장 친한 친구이기도 하고, 또 애인이기도 하다. 저에게서 ‘음악캠프’를 떼어내면 과연 남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배철수는 디스크자키 이후의 삶도 생각한다. “디스크자키 이후를 매일 생각해요. ‘음악캠프’ 그만 두면 여행을 갈까도 생각해보고. 이런저런 계획을 세우곤 합니다. 그런데 계획뿐이죠. 결국은 방송 생각뿐이에요. 지금도 ‘조금 있다가 위에 올라가서 방송해야지’ 생각하고.”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매력은 배철수 특유의 말투에서도 나온다. 그의 말투는 부드럽지 않고 딱딱 끊어지지만, 솔직담백하다. 라디오 중간에 ‘광고 듣겠습니다’라는 멘트도 배철수가 유행시켰다. “제가 입에 발린 소리를 못해요. 맞으면 맞다 틀리면 틀리다 돌려서 이야기하지 않죠. 덕분에 청취자와 다툰 적도 있어요. 그런데 진행자와 청취자가 비슷해져 가는 것 같아요. 제가 까칠한 이야기 많이 하는데, 우리 청취자들도 까칠해요. 제가 실수 하면 봐주는 거 없이 게시판에서 지적을 하시죠. 재밌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음악캠프’의 또 다른 재미는 배철수가 읽어주는 따스한 글들이다. 김경옥 작가는 20년 넘게 ‘음악캠프’와 함께 해오며 오프닝과 ‘철수는 오늘’ 등을 쓰고 있다. 김 작가는 “배철수의 성실함이 25주년을 있게 했다. 목소리는 처음 시작 할 때와 조금 변한 것 같은데 점점 갈수록 좋아진다”라고 찬사를 보냈다. 배철수는 “김경옥 작가의 원고를 볼 때마다 매번 공감한다. 난 원고가 이해가 안 되거나 내 생각과 다르면 방송을 할 수 없다. 25년 가까이 함께 하면서 원고를 방송 못하겠다고 한 적이 열 번이 안 될 정도로 훌륭한 작가”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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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음악을 전문으로 틀어주는 프로그램도, 디스크자키도 점점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배철수는 “디스크자키라는 직업은 거의 소멸되고 있는 직업이라 볼 수도 있다. 물론 라디오는 계속 될 것이고 진행하는 진행자들을 디스크자키라고 부르지만 진정한 의미의 디스크자키들이 앞으로 나오겠느냐 하는 것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배순탁 작가는 “팝을 전문적으로 소화하는 프로그램은 ‘음악캠프’가 거의 유일하다”며 “최근 팝의 위상이 낮아지고 있다지만 배철수 선배를 도와서 최대한 좋은 팝 음악, 그리고 지금 유행하는 곡들을 소개하려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팝(Pop)’이 지니는 의미에 대한 배철수의 생각은 확고하다. 배철수는 “늘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팝음악을 단순히 영국, 미국의 대중음악으로 생각하는 것은 정말 옛날 생각이다. 팝은 20세기에 가장 중요한 문화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영화산업이 잘 되고 있는데, 이는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서 ‘우리도 저렇게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갖기 때문에 우리 영화가 발전하는 것”이라며 “음악도 마찬가지다. 현재 활동하는 뮤지션, 연주자, 작곡가들은 팝을 듣고 자란 세대다. 때문에 우리 음악도 발전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음악캠프’로 인해서 배철수도, 청취자도, 또 우리나라 대중음악계도 함께 성장했다. “배철수는 무엇보다도 25년 전보다 내가 더 나은 인간이 된 것 같다. 청취자에게, 또 출연자들에게 많이 배운다. 이 프로그램이 인간 배철수를 만든 것”이라며 “내 인생에서 ‘음악캠프’를 만난 것이 최고의 행운이다. 두 번째는 와이프”라고 말했다.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3월 19일로 25주년을 맞는다. 3월 13일부터 15일까지 사흘간 상암 MBC 골든마우스홀에서는 25주년을 축하하는 특별 생방송 ‘라이브 이즈 라이프(Live is Life)’를 연다. 아바, 퀸, 사이먼 앤 가펑클 등의 명곡을 담은 6장짜리 기념 앨범도 발매된다.

텐아시아=권석정 기자 moribe@
사진제공.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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