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완 밴드
김창완 밴드
김창완 밴드

“과거 ‘해피스트’까지 김창완 밴드의 음악은 태생적 한계가 있었어요. 막내(김창익)의 죽음 이후 분노랄까? 몸부림이 있었죠. 이전의 앨범들이 산울림 계승이었다면 ‘용서’는 명실 공히 김창완 밴드 앨범입니다.”

김창완 밴드(김창완, 강윤기, 최원식, 이상훈)은 5일 서교동 KT&G상상마당에서 정규 3집 ‘용서’ 발매 기념 기자회견을 가졌다.

‘용서’는 새해를 맞으며 오늘을 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전하는 위로의 메시지를 담은 앨범이다. 김창완 밴드는 독창적인 신곡과 함께 후배뮤지션과의 협업, 영국 레코딩 엔지니어 아드리안 홀과의 작업 등 의욕적인 시도를 펼쳤다.

앨범 타이틀곡은 ‘중2’다. 김창완은 희망과 소통만을 강조하는 현 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함축적으로 느껴지게 하는 단어로 ‘중2’를 선택했다. 김창완은 ‘중2’에 대해 “힐난이 아니라 중2에게 내미는 화해의 손길”이라고 말했다.

“중2야 미안하다. 너희가 어쩌다가 이지경이 됐니?”라고 말하며 웃은 김창완은 “우리도 거쳐온 못 말리는 한세상 살면서 가장 유아독존적 시기가 있지 않나? 사람들이 그 사회화 과정을 너무 몰인정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중2에 대한 어른들의 오해를 그대로 전달하려 했다. ‘나는 당신을 정말 모르겠다’고 말하는 것도 또 다른 소통이 아닐까 한다”라고 말했다.
김창완밴드_[용서]쇼케이스 7
김창완밴드_[용서]쇼케이스 7
김창완은 새 앨범에서 퓨전국악그룹 잠비나이와 함께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를 리메이크했다. 김창완은 “데뷔 때부터 질문을 받아온 한국 록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떤 게 한국 록인지에 대한 전범을 보이기 힘들었다”며 “산울림 때에도 국악을 도입했지만 미흡했다고 생각됐다. 이번에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서 한국 록의 정체성에 대해서 조금이나 답을 찾은 것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를 다시 들어보면 무모했다는 생각도 든다”라며 “미래지향적인 면도 있고, 프로그레시브한 면모를 다른 각도에서 접근한 것 아닌가 한다. 1978년의 원곡을 재발견하고자 하는 노력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김창완이 생각하는 용서의 의미는 뭘까? 김창완은 “전에 싱글로 발표한 ‘노란리본’도 용서를 말하고 있지만, 이번 곡을 통해서는 ‘용서’ 그 자체의 내용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를 만들어보려했다”라며 “진정한 용서는 그냥 잊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너를 용서한다’는 식의 용서는 오히려 폭력적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불통이 되더라도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낫다. 용서를 새로 정리해보자는 뜻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김창완이 ‘용서’를 만든 것은 작년 말이다. 김창완은 “특별히 세월호를 모티브로 해서 만든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청춘에 대해 주로 노래해온 김창완은 이번 앨범에서 사회로 눈을 돌렸다. 김창완은 “이번 앨범은 사회적인 메시지, 그리고 내 또래의 생각들을 성실하게 담았다”라며 “난 이 전 앨범까지만 해도 내 나이와 상관없이 소구점을 ‘청춘’에 뒀다. 이번에는 그런 걸 내려놓고. 내 나이에 맞는 옷을 입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김창완밴드_[용서]쇼케이스 12
김창완밴드_[용서]쇼케이스 12
이번 앨범은 밴드 멤버들이 한 곡씩을 맡아서 편곡을 했다. ‘중2’는 군대를 간 기타리스트 염민열이, ‘아직은’은 베이시스트 최원석이 편곡을 했다. 리드기타를 맡았던 염민열이 군대에 가 김창완 밴드는 당분간 4인조로 활동한다. 최원식은 “멤버 각자가 편곡을 했지만 모든 것은 녹음 당일에 결정됐다. 우리들은 코드의 구성이나 리듬의 종류나 템포 악기의 음색, 장비의 선택 유무에는 별로 상관하지 않는 밴드다. 곡이 가진 정서에 집중했다”라고 말했다. 김창완은 “‘뭘해야겠다’보다 ‘뭘 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더 많이 했다”며 “그런 생각들을 통해 자연스러운 음악이 나온 것 같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작업에는 영국 메트로폴리스 스튜디오의 하우스 엔지니어 출신인 아드리안 홀이 참여해 더 기대를 모은다. 김창완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내가 영어가 유창한 것이 아닌데 우리가 원하는 소리를 알아서 실현해줬다. 결국 음악으로 소통을 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술만 마셨다”라고 말하며 특유의 편안한 웃음을 지었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이파리엔터테이니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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