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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맘때면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이병우 콘서트에 가야 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하루가 행복하고, 이발을 잘하면 일주일이 행복하다. 이병우 콘서트를 보면 연말까지 행복할 수 있다. 진짜다.

2009년을 시작으로 이맘때 별다른 스케줄이 없으면 이병우 콘서트를 보러갔다. 같이 보러 가는 사람은 바뀌어도, 공연의 감동은 그대로였다. 이병우의 콘서트는 순서의 차이가 있지만 전개는 대개 비슷하다. 솔로 클래식기타로 시작해 분위기를 점점 고조시키고, 밴드 및 오케스트라와 함께 영화음악을 연주하면서 화려하게 종장을 맞이하거나, 아니면 그 반대다. 중간에 신디사이저 기타 및 이펙터를 통해 난해한 선율을 선보이기도 한다. 썰렁한 유머는 덤이다.

26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이병우 기타 콘서트 ‘기타중독’은 11년 만에 발표하는 솔로앨범 ‘우주기타’의 신곡을 처음 발표하는 자리였다. ‘거꾸로 매달린 바다’로 차분하게 연주를 시작한 이병우가 농담을 던지자 분위기가 환해졌다. 이병우는 6번 줄을 다운 튜닝하더니 ‘대모험’을 연주했다. 강렬한 스트로크 안에서 서정적인 멜로디가 가슴 어딘가를 건드렸다. 역시 이병우의 기타였다.

서정적인 멜로디는 이병우가 가진 일부에 불과하다. 이병우는 ‘기타바’로 바꿔 메더니 이펙터를 걸어서 기묘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부메랑 이펙터(연주를 즉석에서 녹음해 반복시킴)로 루프를 만들더니 그 위로 난해한 연주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마치 이병우의 작업실로 초대받아서 습작을 듣는 기분이었다.

신곡 ‘북극곰(Polar Bear)’에서 신디사이저가 신비로운 스트링을 깔자 실제로 북극이 펼쳐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병우 본인은 북극에 가보지 않았고, 객석에도 아마 북극에 다녀온 사람이 없겠지만, 이 곡을 들으니 왠지 눈앞에 북극이 펼쳐지는 듯했다. 이외에도 이병우는 신보 ‘우주기타’의 곡들을 연주했다. 이병우는 “우주라는 것이 우주 저 멀리에 있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우주는 우리 가까이에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병우 공연에서 영화음악이 빠지면 섭섭하다. 영화음악이 곧 이병우의 자신의 음악이기 때문이다. 이병우가 만든 영화음악은 영화를 위한 음악이면서, 이병우의 지문이 강하게 묻어있다. ‘마더’에서 김혜자가 춤을 출 때 흐르는 ‘춤’, ‘장화홍련’의 ‘자장가’를 윤건의 노래로 들으니 영화의 영상이 스쳐가다가 마지막에는 음악만이 가슴 속에 남았다.

이병우는 공연 중간에 관객을 웃기려는 의도로 ‘로망스’의 멜로디를 어긋나게 연주했다. 가히 하루 종일 기타만 잡고 사는 사람이 생각할만한 유머가 아닌가.(나름 웃겼다) 앵콜로 연주한 ‘애국가’는 이병우의 유머처럼 순수하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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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나승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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