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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들의 세상에 포유류가 들어왔다고 비웃을지 모르지만, 결국 포유류가 세상을 차지했습니다. 빨간불도 모두 함께라면 건널 수 있습니다.”

시나위의 리더 신대철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왜곡된 음원유통 구조와 불합리한 한국 음악산업 구조 전반을 비판한 글을 올린 것이 지난 4월이다. 이 글은 폭발적인 공감대를 형성했다. 항상 문제 제기에 뒤따르는 것은 책임과 대안이지만, 이게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신대철의 말에 공감하는 이들이 늘면서 기존 음원사이트에 대안이 될 만한 움직임이 구체화됐다. ‘바른음원 협동조합’(이하 바음협)이 그것이다.

16일 국회헌정기념관에서는 바음협 출범식이 바음협 설립위원회 주최, 이원욱 의원실 주관으로 열렸다. 대표 발기인 신대철은 “난 음악인이다. 창작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왜 음악은 내팽개치고 갑자기 공정한 분배, 협동조합을 외치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계속 음악을 하고 싶어서다”라고 말했다. 이어 “바음협 설립 이전에 저작권법 개정, 음원 가격 현실화, 요율 문제 개선을 외치는 여러 투쟁이 있었고 소기의 성과도 있었다. 바음협은 생산자, 소비자가 모두 만족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일부 냉소적인 시각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우리는 전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출범식에는 김목경, 최이철, 신해철, 박상민, 리아, 엠씨 메타, 게이트 플라워즈, 해리빅버튼 등 여러 선후배 뮤지션들과 함께 국회의원들도 다수 참석했다.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음악계가 이렇데 어려운데 유명한 가수들은 왜 나서지 않을까 의문이었는데, 신대철이 나서줘 감격을 했고, 또 이렇게 빨리 실천에 옮길 줄 몰랐다”며 “ 많은 뮤지션들과 음악 소비자들이 바음협과 함께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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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출범식은 바음협의 사업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바음협의 사업은 ▲ 음원, 음반, MD상품 등의 유통 및 뮤지션의 홍보 ▲ 음악 크라우딩 펀딩, 해외 음원 유치 ▲ 소외지역에 공연, 교육, 악기 지원 등 사회적 기업 활동 등이 될 것이라고 신건웅 발기인은 설명했다.

바음협의 주력 사업은 음원사이트 플랫폼이다. 신 발기인은 “PC, 스마트폰 등에서 구동되는 총 4개의 플랫폼이 개발될 예정으로 약 6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운영은 일반 음원사이트와 똑같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모든 음원을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음협은 일반 음원사이트처럼 서비스하되 공정하고 균등한 노출을 위한 새로운 카테고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일반 음원사이트에서 불공정한 요소로 지적된 ‘추천 제도’는 없으며 음원차트도 과감하게 없앤다. 신 발기인은 “순위가 매겨지는 것은 옳지 않다. 기존의 음원사이트는 자사 유통 곡, 추천 곡 밀어주기 등으로 공평한 기회를 주지 않았다. 우리는 모든 장르의 음악이 동일하게 노출되도록 하는 사이트를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바음협은 비난을 받았던 무제한 스트리밍, 묶음상품 등을 배제하고 음악을 들은 만큼 돈을 지불하는 종량제를 실시한다. 요율에 대해 바음협 측은 생산자에게 수익의 80%를 돌려주는 것이 목표다. 신건웅 발기인은 “바음협이 전체 음원시장에서 5%를 점유하면 생산자에게 80%를 돌려주는 계산이 가능하다”며 “이제 올바른 생태계를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됐다. 음악을 사랑하는 분들의 응원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출범식에는 박원순 서울 시장, 정병국 전 문광부 장관, 가수 조용필, 이승환의 영상 격려사도 이어졌다. 출범식에 참석한 신해철은 “과거 영국에서 레드 제플린이 아폴로 극장에서 공연할 때 수익 분배가 뮤지션1 대 극장 9였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거기 모인 관객은 레드 제플린을 보러 간 것이지 극장을 보러 간 것이 아니었다. 분배율이 정상화되면서 영국에 전업 뮤지션들이 늘어난 상징적인 사건이 있다”며 “이동통신사가 처음부터 착취하려 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파란불이어도 쓰러진 사람 밟고 가면 범죄”라며 음악 생태계의 정상화를 촉구했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바른음원 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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