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디 팽현준
지오디 팽현준
그룹 god가 마침내 한 무대에 섰다. 지난 7월 12일 god는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god라는 이름으로 9년 만에 컴백 무대를 가졌다. 윤계상이 포함된 5인조 ‘완전체’로는 12년 만 데뷔 15주년을 맞이한 ‘god 15주년 기념 리유니온 콘서트(god 15th Anniversary Reunion Concert)’의 포문을 열었다. god의 팬들은 물론 대중은 다섯 명으로 선 그들의 무대에 기대를 표했다. 이런 기대에 힘입어 god 콘서트는 티켓 오픈과 동시에 예매 사이트의 서버를 다운시켰으며 30분 만에 전석 매진됐다.

공연에 앞서 공개된 음원의 성적도 좋았다. 지난 5월 공개된 선공개곡 ‘미운 오리 새끼’, 지난 7월 8일 발매된 정규 8집 앨범 ‘챕터8(Chapter 8)’은 공개와 동시에 음원 차트 1위에 오르는 등 식지 않은 저력을 보였다. 팬들이 얼마나 god의 컴백에 목말라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드디어 god 다섯 남자의 무대가 공개됐다. god와 함께 잠실은 하늘색 물결로 넘실댔다. god 음악이라는 ‘열쇠’는 추억을 현재로 돌려놓았다. 추억을 열어준 열쇠인 god 콘서트에는 세 가지 코드가 담겨있었다.

무대 위의 god
무대 위의 god
무대 위의 god

# CODE 1. 이어지는 ‘추억’
god 콘서트는 추억의 향연이었다. 오랜만에 돌아온 god인만큼 15년 동안 다섯 남자가 걸어온 하늘색 추억은 이야기와 노래로 이어졌다. 오프닝 영상에서 god는 지난 1999년 1월 13일 데뷔부터 지난 2005년 12월 28일, 잠시의 이별 시점까지 추억을 되새겼다. 등장과 함께 멤버들은 “안녕하세요! god입니다”고 15년 전 모습 그대로 밝게 인사했다. 팬들은 ‘안녕 참 오랜만이지’라는 문구가 새겨진 종이로 화답했다. 즐거운 재회였다.

god 멤버들은 데뷔 15주년이 된 이제야 ‘우리가 왜 떴을까?’라는 귀여운 의문과 함께 데뷔곡인 ‘어머님께’를 불렀다. “30명의 팬이 응원하러 와 줘서 잊을 수 없었다”는 데니안의 소개로 흘러나온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는 팬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추억은 ‘거짓말’ 무대에서 최고조로 올랐다. ‘거짓말’은 당시 최고의 히트곡이었으며 god를 국민그룹이란 타이틀로 올려준 일등 공신이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알 정도의 파급력을 가진 ‘거짓말’의 응원 구호도 또 다른 재미였다. ‘천의 얼굴 윤계상/천상 미소 손호영’ 그리고 지금은 ‘별에서 온 그대’가 된 전지현의 “싫어! 싫어”까지 팬들은 노래와 하나된 응원 구호를 외쳤다. 2014년 잠실에서도 ‘거짓말’의 응원은 여전했다. 간주 부분 ‘g! o! d! 짱!’이라 외치는 부분에서는 1만 5,000명 관객이 서로를 뭉클하게 한 순간이었다.

god 멤버들은 ‘관찰’, ‘애수’, ‘니가 있어야 할 곳’, ‘프라이데이 나이트(Friday Night)’ 등 댄스곡 무대에서도 예전 그 안무 그대로의 모습을 선보였다(god 멤버들은 ‘애수’ 포인트 안무에서만 김태우의 몸이 따라주지 않아 수정됐다고 토로했다). god는 ‘관찰’ 속 핸들 춤, ‘애수’ 속 ‘육아일기’ 재민이가 좋아했던 간주 안무 등을 그대로 표현하며 흘러간 시간이 무색한 모습을 보였다.

멤버들은 공연 중간마다 그 동안 풀지 못했던 자신들만의 이야기와 컴백 소감을 들며 자연스럽게 무대를 소개했다. 무대 전체가 시계로 꾸며지며 팬들과의 시간 여행을 의미하듯 지금까지 지나온 god의 시간과 이야기는 곧 그들의 노래였다.

환하게 웃는 윤계상
환하게 웃는 윤계상
환하게 웃는 윤계상

# CODE 2. 공감의 ‘감성’
god와 관객 모두는 콘서트를 통해 함께 웃고 또 울었다. god 멤버들은 등장과 처음부터 서로를 아저씨라 부르며 세월을 드러냈다. 김태우는 ‘신의 소리’, 윤계상은 ‘뇌수막염’, 손호영은 ‘무한긍정’, 데니안은 ‘피부’, 박준형은 ‘40대’를 god에서 맡고 있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또 15년 차 팬과 가수답게 그들은 공연장에서 서로를 유쾌하게 이해해줬다. ‘촛불하나’의 스핀 오프(Spin-Off) 곡인 ‘하늘색 약속’에서 윤계상은 실수를 하기도 했다. ‘촛불하나’와 유사한 ‘하늘색 약속’ 가사로 혼란스러웠기 때문이다. 윤계상은 실수에 대해 죄송하다고 말했지만 팬들은 “괜찮아~괜찮아~”하며 쿨한 모습을 보였다. 또 팬들은 바지가 내려간다는 데니안에게 “벗어라! 벗어라!”를 외쳤고 데니안은 “나이 들면서 이상해졌네”라고 말해 서로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처럼 편해진 god와 팬들은 유쾌하고 즐거운 콘서트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웃음과 함께 감동도 있었다. 지난해 좋지 않은 일을 겪고 공연 당일 졸피뎀 수사 보도로 인해 화제의 중심이 됐던 손호영은 “안녕하세요. 무한 긍정 손호영입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무언가 짠해진 느낌이었다. 팬들은 손호영에게 큰 환호와 함께 ‘천상 미소’라며 친한 여동생처럼 그를 토닥여줬다.

god 재결합의 중심이었던 윤계상은 편지로 관객과 멤버들의 눈물을 자아냈다. 윤계상은 지난 2002년 god를 탈퇴해 모두를 안타깝게 하기도 했다. 다시 돌아온 윤계상은 멤버들과 팬들에게 자신을 관대한 모습으로 받아줘서 고맙다는 영상 편지를 남겼다. 윤계상의 진심이 담긴 편지에 멤버들은 눈물을 보였다. 이에 김태우는 “여기까지 오기 얼마나 힘들었는지는 다섯 명 밖에 모른다”며 “정말 쉽지 않은 결정을 해 준 계상이 형한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무 이유 없이 아무 뜻 없이 god 그대로를 받아주는 여러분들에게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팬들에게는 떠났던 윤계상이 야속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돌아온 윤계상에게 더 큰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흥겨운 박준형과 윤계상
흥겨운 박준형과 윤계상
흥겨운 박준형과 윤계상

# CODE 3. 여름 밤 모두의 ‘열정’
떼창이라는 표현은 말 그대로 큰 무리의 구성원이 같은 노래를 동시에 부르는 것을 뜻하는 단어다. 떼창이라는 말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빛났던 순간 중 하나를 꼽자면 god의 콘서트가 아닐까 싶다. 팬들은 그동안 어떻게 기다렸는지, 그 마음을 어떻게 감췄는지 콘서트에서 모든 열정을 발휘했다. 첫 곡 ‘미운오리새끼’부터 마지막 곡 ‘보통날’까지 팬들은 흔들림 없는 떼창을 보였다. 영어 단어는 잘 안 외워져도 15년 전 god 가사는 왜 이리 잘 외워지냐는 말은 그냥 나온 말이 아니었다. 모두의 몸 속 깊이 내재된 기억력이 발동되며 god의 노래와 한 물결이 됐다. god 멤버들 역시 노래를 부르며 계속해 관객들에게 마이크를 건네는 등 떼창의 모습을 즐기고 함께 했다. 질서를 유지하며 점잖은 모습을 보였던 관객들이었지만 공연 말미 ‘하늘색 풍선’이 흐르자 끓어오르는 열정과 함께 일어서 음악을 그대로 즐겼다.

팬들과 함께 god 멤버들도 어마어마한 열정을 보였다. god는 공연 첫날에는 게스트나 영상, 쉬는 시간 없이 오로지 자신들만의 목소리로 약 3시간을 채웠다. “노래 하난 정말 잘해”라는 데니안의 칭찬처럼 김태우는 대화까지 음악으로 표현하는 가창력을 보였고 멤버들 모두 녹슬지 않은 퍼포먼스를 보였다. 특히 40대라고 귀여운 투정을 부렸던 맏형 박준형은 세월을 놀리듯 ‘꿈틀이 춤’을 선사했다. 공연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말했듯 god 멤버들에게 체력과 세월은 문제가 아니었다. 오직 열정만이 그들에게 가득했다.

앞으로 절대 헤어짐은 없고 god란 이름을 지키겠다는 윤계상의 말처럼 다시 만나게 될 god와의 새로운 재회가 기대된다. 우리가 다시, 다시 만나기를.

god가 돌아왔다(2) god의 재회, 하늘색 물결이 만든 기적 보러가기

글. 최진실 true@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나도 한마디!][텐아시아 뉴스스탠드 바로가기]
[EVENT] 뮤지컬, 연극, 영화등 텐아시아 독자를 위해 준비한 다양한 이벤트!! 클릭!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