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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저의 20대 시절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네요.”(박건)

24일 홍대 브이홀에서 열린 노이즈가든의 리마스터 앨범 발매 기념 공연에 모인 팬들도 박건과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이날 공연장에는 약 5년 만에 무대에 오른 노이즈가든을 환영하듯, 매 곡마다 수컷들의 우레와 같은 합창이 이어졌다. 노이즈가든과 함께 활동했던 밴드들, 그리고 노이즈가든을 실제로 처음 보는 팬들이 모두 한 마음으로 노이즈가든을 연호했다. 전설로 회자되던, 어쩌면 화석처럼 메말라있던 노이즈가든이 다시금 살아나는 순간이었다.

이날 브이홀에는 무려 500여 명 이상의 관객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입구까지 관객이 들어차는 바람에 공연장에 들어가기까지 애를 먹을 정도였다. 크라잉넛, 노브레인, 3호선버터플라이, 갤럭시 익스프레스, 조정치,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오지은, 한음파 등 동료들도 모여 마치 뮤지션들의 동창회를 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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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을 선 언체인드는 노이즈가든의 곡을 메들리로 연주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이어 무대에 오른 박건은 “다른 밴드가 노이즈가든의 노래를 연주하는 것을 처음 들어본다”며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었다. 첫 곡으로 ‘묻지 말아줘’가 시작되자 초장부터 감격의 합창이 시작됐다. 박건은 “7년 정도 노이즈가든을 하면서 멘트를 고민해본 적이 없다. ‘안녕하세요. 노이즈가든입니다. 마지막 곡입니다’ 이게 멘트의 전부였다. 하지만 오늘은 날이 날인만큼 말 좀 해야겠다”며 최근의 근황을 풀어놨다.

현재 캐나다에 살고 있는 박건은 시차 적응 때문에 목 컨디션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허나 시간이 점점 흐르면서 특유의 날카로운 음색과 그로울링이 터져 나오기 시작됐다. 여기에 윤병주의 헤비한 기타가 더해지자 앨범으로만 듣던 감동이 무대 우에서 재현됐다. 이번 공연을 위해 새로 합류한 양시온(베이스), 김태현(드럼)은 원곡에 충실한 연주를 선보였다. 노이즈가든 특유의 화려하고도 육중한 기타 연주를 선보이는 윤병주는 흐뭇한 표정이었다.

이날 공연에는 노이즈가든의 형제 밴드라 할 수 있는 언니네 이발관이 게스트로 나와 감동을 더했다. 이석원은 노이즈가든 2집에서 직접 노래했던 ‘향수 Ⅱ’를 이날 불러줬고, 이어 최근 공연에서 거의 하지 않는 언니네 이발관 1집에 실린 ‘동경’ ‘팬클럽’을 연달아 불러줬다. 이석원은 “1부 공연을 보면서 20년 전으로 돌아간 것처럼 감격스럽다. 오랜만에 박건의 노래를 들으니 가슴이 벅차오른다. 이렇게 모여줘서 너무 고맙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석원은 “윤병주는 언니네 이발관이 결성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노이즈가든과 언니네 이발관은 멤버를 공유하기도 했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이에 박건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공연에 게스트로 서준 언니네 이발관에게 감사드린다”라고 화답했다. 객석에는 언니네 이발관의 원년멤버인 정바비, 그리고 노이즈가든을 거쳐 간 멤버들도 있었다. 한 관객은 “1997년에 두 밴드가 함께 마스터플랜에서 공연하던 때로 돌아간 것 같다”라고 감격스러워했다.

2부에서 노이즈가든은 몸이 완전히 풀린 듯 더욱 뜨겁게 달렸다. 박건이 “1집 곡을 연달아 들려드리려 한다”라며 ‘그렇게 말하지 않았어’를 연주하자 객석에서는 반가운 비명이 들려왔다. 박건이 마이크를 객석으로 돌리자 1부 때보다 더 큰 합창이 이어졌다. ‘미련’ ‘타협의 비’ 등 주옥과 같은 1집 수록곡들이 이어지자 가슴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윤병주의 기타는 날카로우면서도 안정적인 기타는 그야말로 명불허전이었다. 빈틈이 없는 사운드, 그것이 바로 노이즈가든이었다. 앵콜에서는 마지막 곡으로 ‘나는’ ‘기다려’가 흐르며 여운을 남겼다. ‘기다려’ 말미에 특유의 헤비하면서도 서정적인 기타 연주가 쏟아지자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윤병주의 기타로 ‘우주꽃사슴’을 들을 수는 없었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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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공연장에는 노이즈가든을 추억하는 이들로 가득 차 마치 90년대로 돌아간 듯한 감흥을 주기도 했다. 노이즈가든의 1집 제작에도 참여한 바 있는 음악평론가 성우진 씨는 “정말 역사적인 날이다. 박건의 목소리도 무난했고, 왕년의 훌륭한 무대를 보여줬다. 정말이지 너무 반갑다”라고 말했다. 박건과 함께 록밴드 요호를 함께 했던 구자영 DH PLAY 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박건의 멋진 무대를 보니 가슴이 뛴다. 나도 다시 무대 위로 올라가고 싶다”라며 감격스러워했다.

게이트 플라워즈의 보컬 박근홍 씨는 노이즈가든이 대상을 수상했던 1994년 ‘톰보이 록 페스티벌’을 직접 보고 팬이 됐다. 박 씨는 “우리 연배 뮤지션 중에 노이즈가든의 팬이 아닌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그야말로 실력파 밴드의 상징이었기 때문에 무조건 열심히 들어야 하는 밴드였다”라고 회상했다.

노이즈가든의 오랜 팬인 음악평론가 조일동 씨는 “노이즈가든은 90년대 활동할 당시에 각자의 앰프를 들고 다니며 맥시멈의 사운드를 뽑아내는 밴드였다. 오늘 공연에서도 전성기 못지않은 사운드를 뽑아내 무척 반갑다”라고 말했다. 음악평론가 김작가 씨는 “그리 많은 앨범을 팔지도, 그리 많은 사람을 모으지도 못했던 밴드를 왜 15년 동안 애타게 그렸는지에 대한 명쾌한 해답. 디테일과 스케일, 테크닉과 텍스쳐 모두 압도적이었다”라고 전했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조선종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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