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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새해 아이돌그룹 대결에서 가장 재미를 본 것은 걸그룹 걸스데이다. 올해로 데뷔 10년차를 맞는 양 강자 비와 동방신기를 제치고 주요 음원차트에서 ‘썸씽(Something)’ 1~2위를 오가고 있다. 절대 팬덤을 지닌 동방신기가 음반판매에서 압승을 거뒀다면 걸스데이는 MBC 뮤직 ‘쇼챔피언’ 1위를 시작으로 11일 MBC ‘쇼! 음악중심’ 1위, SBS ‘인기가요’ 1위 등 공중파 순위 프로그램을 재패했다.

걸스데이 소속사 드림티 엔터테인먼트는 타이틀곡 ‘썸씽’을 발표하기 전 동방신기의 곡 이름이 겹치는 것에 대한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현재 걸스데이의 썸씽은 전 음원차트에서 동방신기 노래 위에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필시 놀라운 광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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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5년차를 맞은 걸스데이는 차근차근 커리어를 쌓아왔다. 음악적으로 나름의 색을 보여준 것은 ‘반짝반짝’부터. 멜로디와 리듬에서 번갈아가면서 펀치를 날리는 이 곡은 삼태기처럼 많은 걸그룹 사이에서 걸스데이에 개성을 부여했다. 이후 청량감 넘치는 사운드의 ‘한 번만 안아줘’, ‘뽕끼’가 느껴지는 업비트 곡 ‘오 마이 갓(Oh My God)’ 친숙한 옛 가요를 리메이크한 ‘너의 마음을 내게 준다면’, 오락게임 BGM으로 시작하는 귀여운 곡 ‘텔레파시’, 강한 일렉트로 사운드에 섹시함을 선보인 ‘기대해’ 등을 통해 꾸준히 눈도장을 찍었다.

존재감이 뚜렷해진 것은 지난 앨범 타이틀곡인 ‘여자대통령’부터다. 이 곡은 손발이 오글거리는 가사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이 걸스데이의 인지도를 급격히 높이는데 공헌했다. ‘여자대통령’의 가사는 여차하면 그룹의 이미지가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곡이 그룹의 인기에 이롭게 작용한 것은 행운과 같은 일이었다. 소속사 드림티 엔터테인먼트도 ‘여자대통령’의 히트가 행운이라는 것을 알았을까? 걸스데이는 2014년 1월부터 그룹 역대 가장 섹시한 퍼포먼스의 곡 ‘썸씽’을 들고 나오는 공격적인 행보를 펼쳤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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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썸씽’과 같은 섹시 콘셉트는 모든 걸그룹이 시도하는 단골 아이템이다. 걸스데이가 터질 수 있었던 이유는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타이밍과 완성도. 2013년에 소녀시대, 씨스타 등이 뮤지컬, 라스베이거스 쇼와 같은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크레용팝과 같은 콘셉트 돌이 성공하는 사이에 섹시 콘셉트의 걸그룹이 한동안 뜸했다. 그러한 타이밍에 걸스데이는 의상부터 안무, 표정에 이르기까지 농염함을 가득 담고 있는 정통 섹시 콘셉트로 돌아왔고, 이것이 먹혔다.

무조건 노출을 한다고 섹시한 것이 아니다. 걸스데이 측은 타이틀곡 ‘썸씽(Something)’을 엄정화의 ‘초대’, 박지윤의 ‘성인식’과 비교했다. 이 곡들은 노래가 가지는 메시지와 멜로디, 안무, 농염함을 표현한 편곡 등이 조화를 이룸으로써 섹시함을 제대로 표현해낸 대표적인 곡들이다. 걸스데이의 ‘썸씽’ 역시 요염한 퍼포먼스와 함께 음악적인 완성도에도 신경을 쓰며 균형을 맞췄다. 이 곡이 음원차트에서 계속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균형감 덕분이다. 대중은 이제 야하기만 하다고 해서 애정을 주지 않는다. 섹시하면서 동시에 음악적인 성숙함이 동반돼야 비로소 손을 들어주는 것이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드림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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