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공감 900회 방송
스페이스 공감 900회 방송
스페이스 공감 900회 방송

“‘스페이스 공감’이 일주일에 2일 공연으로 축소되지 않고 4일 공연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이 났습니다. 원상복귀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기쁩니다. 뮤지션, 팬 여러분들이 도와주셔서 저희에게 너무나 큰 힘이 됐습니다. 더 좋은 무대로 보답하겠습니다.”

13일 홍대 라이브클럽 벨로주에서 열린 EBS의 음악프로그램 ‘스페이스 공감’의 축소 개편을 반대하는 공연 ‘공감을 지켜주세요’에서 ‘스페이스 공감’ 정윤환 PD가 낭보를 알렸다. 주 5일에서 주 2일로 반 토막이 날 뻔 했던 ‘스페이스 공감’이 주 4일 공연으로 유지된다는 소식에 공연장에 모인 뮤지션, 관객들은 자기 일처럼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지난달 27일 ‘스페이스 공감’이 제작진과 상의 없이 사측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공연 횟수가 주 5일에서 2일로 줄고 제작 PD가 3명에서 2명으로 감축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대중음악계 반발이 거셌다. SNS를 통해 뮤지션들의 반대 의견이 모아졌고, 축소 결정 기사가 뜬지 열흘도 안 돼 감축 반대 공연 일정이 잡혔다. 그리고 13일 ‘스페이스 공감’ 제작진은 사측과 주 4일 공연으로 최종 합의를 이뤄냈다. 3명이었던 제작 PD는 고정 2명과 프리랜서 1명 체제로 운영이 될 예정이다. 축소 개편 소식이 나온 지 17일만의 일이다.

공연이 주 5일에서 4일로 줄었지만, 방송 편성에는 큰 무리가 없다는 결론이다. 일주일에 2팀이 각각 이틀씩 공연하고, 그 이틀 분으로 방송 한 회분을 만들기 때문이다. 정윤환 PD는 “주 4일 공연을 할 수 있게 된 것도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뮤지션, 팬들이 발 벗고 나서서 목소리를 모아준 것이 내부 결정에 큰 도움이 됐다. 많은 분들이 ‘스페이스 공감’을 아끼고 사랑한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 것은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공감을 지켜주세요’ 공연 중인 나희경
‘공감을 지켜주세요’ 공연 중인 나희경
‘공감을 지켜주세요’ 공연 중인 나희경

‘스페이스 공감’ 축소 개편에 반대한 뮤지션들이 똘똘 뭉쳐 목소리를 모은 것이 프로그램의 유지에 큰 도움이 됐다. 축소 개편 반대 공연 ‘공감을 지켜주세요’를 기획한 재즈 베이시스트 최은창 씨는 “‘스페이스 공감’이 축소 개편된다는 기사를 보고 무슨 일이든지 해야 했다. 이슈화를 위해 공연을 기획했는데 정말 많은 뮤지션들이 서로 돕겠다고 나서서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이 됐다”며 “‘스페이스 공감’을 돕겠다고 줄을 선 뮤지션들 중 일부만 무대에 오르게 된 것이 아쉬울 정도” 라고 말했다.

12일과 13일 이틀간 열린 공연에는 나희경, 선우정아, 말로, 허소영, 로큰롤 라디오, 유발이의 소풍, 박주원, 웅산, 김혜미, 공감 재즈 프로젝트, 크라잉넛이 무대에 올랐다. 기타리스트 박주원은 “주 4일 공연이 열리게 돼 너무 다행이다”라며 “음원차트에서 높은 순위에 오르는 음악들은 쉽게 들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음악을 접할 수 있는 TV 프로그램은 우리나라에 ‘스페이스 공감’이 거의 유일하다. 우리에게 너무나 소중한 존재”라고 말했다.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은 “‘스페이스 공감’이 위험에 닥쳤을 때 그것을 지키기 위해 음악인들이 하나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이 너무 감동적”이라며 “‘스페이스 공감’은 우리 뮤지션들에게 고향과 같은 곳이다. 그곳에 가면 우리의 음악을 기다려주는 관객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록밴드 크라잉넛의 한경록은 “‘스페이스 공감’은 비주류 뮤지션들이 숨을 쉴 수 있는 통로와 같다. 축소가 아니라 오히려 확대를 해야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다.

말로, 오종대, 허소영(왼쪽부터)
말로, 오종대, 허소영(왼쪽부터)
말로, 오종대, 허소영(왼쪽부터)

2004년 4월 개관한 ‘스페이스 공감’은 “그곳에 가면 진짜 음악이 있다”라는 모토 아래 한국 대중음악을 담아오는 그릇 역할을 했다. 지난 약 10년의 세월 동안 많은 라이브 음악 프로그램들이 사라지는 가운데 ‘스페이스 공감’만은 그 자리를 꿋꿋하게 지키며 팬들과 뮤지션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가요 순위 프로그램은 아이돌 위주로 치우친 지 오래됐고, 그 균형을 잡기 위해 등장한 라이브 프로그램 ‘수요예술무대’ ‘라라라’ ‘음악창고’ 등이 저조한 시청률을 이유로 폐지됐다. 그러한 상황에 상업성을 담보로 하지 않은 실력파 뮤지션들이 브라운관에 설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바로 ‘스페이스 공감’이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스페이스 공감’은 ‘한국대중음악상 특별상’, ‘한국방송대상 예능콘서트 부문’을 수상했다.

‘스페이스 공감’은 오는 2월에 방송 1,000회, 4월에 개관 10주년을 맞는다. 축소 개편이 완화되면서 제작진은 마음 놓고 10주년 및 1,000회 기념행사를 준비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것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스페이스 공감’을 제작하는 EBS는 KBS 수신료 2,500원 중에서 2.8%에 불과한 70원을 할당받고 있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대로라면 ‘스페이스 공감’은 축소 개편 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정윤환 PD는 “현재 EBS가 배분받는 수신료로는 ‘스페이스 공감’과 같은 프로그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며 “EBS가 공영방송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안정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나승열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