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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못된 남자라면? 여자를 울릴 남자라면? 물러나는 게 좋아 다치기 전에, 거부할 수 없는 걸 알지만

동방신기 ‘Something’ 中

동방신기 ‘TEN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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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데뷔 10년, 그리고 일곱 번째 정규앨범이다. 동방신기의 역사는 국내 아이돌그룹의 중요한 지점(절대 팬덤, 일본의 케이팝 한류, 퍼포먼스의 진보)을 대변한다고 할 만큼 엄청난 존재감을 지닌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동방신기가 잘 생긴 것 뿐 아니라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는 실력파 아이돌의 출발점이었다는 것이다. 또한 SM엔터테인먼트의 프로덕션 능력 때문이겠지만, 5인조에서 2인조로 재편한 뒤로 오히려 음악적인 완성도는 점점 높아졌다. 새 앨범에서도 다채로운 시도가 돋보인다. 타이틀곡 ‘썸씽(Something)’의 경우 스윙 빅밴드 사운드가 제대로 매치가 됐다. 브라스 사운드 등 연주에서도 매우 신경을 쓴 모습인데, 아마도 아이돌그룹의 노래 중 이렇게 재즈기타 솔로가 직접적으로 삽입된 경우는 이 곡이 처음이 아닐까? 이제는 소년이 아닌 성인남자의 냄새가 자연스럽게 나는 것도 눈여겨볼 점. 최근 트렌드이기도 하지만 ‘너의 남자’, ‘오늘밤’ 등 전반적으로 밴드 사운드에 강점을 보이고 있으며, 이것이 음악의 완성도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 동방신기의 구력 정도면 뭔가 새로운 것을 제시하기보다는 성숙하고, 조금은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줘도 좋을 텐데, 새 음반에 그러한 면이 잘 나타나 있다.

비 ‘Rain Eff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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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9개월 만에 컴백한 비의 정규 6집. 비는 한 때 인기로 국내에서 정점을 찍었던 댄스가수다. 특히 혼자서 무대를 꽉 채우는 존재감은 대단했다. 솔로 퍼포먼스에서는 비가 군대를 간 뒤 비를 뛰어넘은 후배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아쉬운 면을 지적하자면 비는 ‘스타는 있는데 노래는 없던 시대의 대표 아이콘’이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즉, 가요계가 멜로디에서 퍼포먼스 중심으로 넘어가던 시대를 상징하는 인물인 것이다. 그런 비가 새 앨범에서는 화려한 퍼포먼스에 치중하기보다 좋은 음악을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이번 앨범은 음악적으로 비의 ‘어덜트 버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타이틀곡 ‘서티 섹시(30 Sexy)’에서 알 수 있듯이 안무는 격렬함보다는 섬세함을 살리고 있으며, 음악에서도 성인 풍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마치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섹시 백(Sexy Beck)’을 통해 어린 티를 벗은 것처럼 말이다. 이외에 ‘라 송(LA Song)’에서 라틴 댄스를 선보이는 등 예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비는 작곡 파트너 배진렬과 함께 전곡을 만들었으며 모든 가사를 직접 썼다. 소울 풍의 곡 ‘마릴린 먼로’에서 알 수 있듯이 흑인음악을 소화하는 것에 있어서는 나름의 강점을 보이고 있다. 음악적으로 나름대로의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는데, 다시 왕좌에 등극할 지의 여부는, 그래도 무대를 봐야 짐작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엠씨 더 맥스 ‘Unvei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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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만 안녕’, ‘그대는 눈물겹다’, ‘가슴아 그만해’, ‘사랑의 시’ 등. 이 곡들은 엠씨 더 맥스를 대표하는 곡들이다. 이처럼 엠씨 더 맥스는 록발라드 곡을 통해 큰 사랑을 받았다. 2000년에 데뷔한 문차일드를 전신으로 하니 무려 14년차 밴드가 됐다. 돌이켜보면 엠씨 더 맥스 말고도 록발라드를 통해 대중들에게 사랑받은 밴드들이 있었다. 그 중에서 엠씨 더 맥스가 아직까지 살아남은 것이다. 이번 7집 ‘언베일링(Unveiling)’에도 호소력 짙은 록발라드 곡들이 대거 담겼다. 보컬 이수는 여전히 복받쳐 오르는 감성으로 노래하고 있다. 거의 전곡이 록발라드로 이어져 있는데 그리 지루한 느낌은 주지 않는다. 놀라운 사실은 과거의 감성을 간직하고 있는 엠씨 더 맥스의 노래들이 현재 음원차트를 점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대가 분다’와 같은 록발라드 곡이 차트 정상에 오른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대중은 이런 감성을 은근히 그리워하고 있었던 것일까?

걸스데이 ‘Everyday 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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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걸스데이의 세 번째 미니앨범. 섹시 콘셉트에 대해서는 삼태기처럼 많은 기사가 넘쳐나니 여기서는 음악 이야기만 하도록 하자. 음악으로 섹시함을 표현하는 것이 무조건 노출을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걸스데이 측은 타이틀곡 ‘썸씽(Something)’에 대해 엄정화의 ‘초대’, 박지윤의 ‘성인식’을 말하고 있는데, 이 곡들은 노래가 가지는 메시지와 멜로디, 안무, 농염함을 표현한 편곡 등이 조화를 이룸으로써 섹시함을 제대로 표현해낸 대표적인 곡들이다. 걸스데이는 ‘썸씽’을 통해 이 곡들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걸그룹이 섹시 콘셉트를 시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강한 임팩트를 남기기 위해서다. 때문에 간혹 음악에 소홀한 경우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걸스데이의 경우 음악적 완성도에도 상당히 신경 쓴 모습이다. 이 곡은 이전의 걸스데이에게서 보기 힘들었던 음악적인 세련됨이 묻어나고 있다. 음악 자체는 90년대 메인스트림 블랙뮤직의 질감을 들려주는데 이것이 걸스데이의 새로운 콘셉트와 잘 맞아떨어지고 있다.

자이언티 ‘미러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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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뮤직으로 한정을 지어서 2013년 가요계에서 다이나믹 듀오가 대중에게 가장 큰 사랑을 받은 힙합 팀이라면, 평단에서 가장 호평을 받은 이는 바로 자이언티다. 자이언티는 래퍼가 아닌 R&B 싱어송라이터이자 프로듀서다. 작년에 나온 자이언티의 정규 1집 ‘레드 라이트(Red Light)’는 소울 뮤직의 다양한 매력을 매끄럽게 이끌어낸 수작이었다. 버벌진트, 빈지노 등의 참여도 눈길을 끌었지만, 무엇보다도 다양한 콜라보를 자신의 스타일로 체화시킨 자이언티의 센스가 돋보였다. ‘레드 라이트’가 미국 소울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었다면 ‘미러볼’은 소울과 가요의 결합이 돋보인다. 자이언티의 섹시한 목소리는 여전하지만, 은근히 ‘뽕끼’도 느껴진다. 대개 소울과 가요를 접목하게 되면 촌스러워질 수 있다는 위험이 있는데 자이언티는 그러한 위험을 가볍게 비껴나간다. ‘미스김’은 우리네 어르신들도, 10대 아이들도 좋아할만한 곡. 친근함이 신선함으로 승화된 좋은 예다.

정연승 ‘Wint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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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정연승의 음반. 정연승은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국립음악원 출신의 작곡가로 EP ‘Cross’와 같이 연주곡이 담긴 소품집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앨범은 공일오비, 유희열의 토이처럼 객원보컬 체제로 레코딩이 됐다. 클래식 작곡가가 만든 가요앨범이라고 하면 흔히 클래식 반주 위로 가요를 부르는 일종의 크로스오버 형태의 음반을 상상할 수 있겠다. 정연승은 양쪽의 장점을 잘 살리고 있다. 클래식의 관성에서 벗어난 친근한 멜로디를 쓰면서도 클라리넷, 바이올린, 첼로 등 관현악의 편곡을 능숙하게 사용함으로써 음악에 우아함을 더한다. 가령 소속사 파스텔뮤직의 에피톤 프로젝트가 노래로 참여한 ‘원스 어폰 어 드림 인 윈터(Once Upon A Dream In Winter)’의 경우 곡 후반에 콰이어를 절묘하게 삽입함으로써 드라마틱함을 전하고, ‘보이스 코리아’ 출신의 장재호가 보컬로 참여한 ‘니가 좋아한 노래’의 경우 전자음악과 첼로가 번갈아 나오며 안개가 뿌옇게 낀 심상을 전한다. 이외에 곡과 곡사이에 등장하는 ‘Scene Ⅰ, Ⅱ, Ⅲ’도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기주 ‘Run Run 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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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넷 여성 재즈 보컬리스트 기주의 데뷔EP 앨범. 기주는 독일에서 태어나 10대 이후에 네덜란드에서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유러피언 재즈를 접해왔다고 한다. 작년에 귀국한 기주는 재즈 기타리스트 박용규 등 국내 베테랑 연주자들과 협연해왔다. 네 곡이 담긴 이번 앨범에는 피아니스트 한충완이 직접 작곡, 연주, 프로듀서를 맡았으며 박용규(기타), 이순용(베이스), 이창훈(드럼) 등이 연주를 맡았다. 흔히 재즈 보컬이라고 하면 스윙 감과 화려한 스캣을 가진 보컬을 떠올리기 쉬운데, 기주는 그보다는 선율적인 면에 강점을 보인다. 특별히 유럽이라는 지역의 색이 느껴지기보다는 곡의 매력을 잘 살린 노래가 돋보인다. 아직 어린 나이의 보컬리스트지만 의외로 과거 1950~60년대 블론드 재즈 보컬리스트들처럼 따듯한 음색도 느껴진다.

제프 버넷 ‘Modern Renaiss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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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R&B 싱어송라이터 제프 버넷은 최근 한국에서 대세로 떠오른 뮤지션이다. 미국에서도 인기가 많지만 그보다 한국에서 대세라는 사실이 더 흥미롭다. 2012년에 데뷔앨범을 발표한 그는 오는 11일 단독공연까지 벌써 세 번째 한국을 찾는다. 한국은 R&B, 소울, 펑크(Funk) 등 블랙뮤직의 불모지이기 때문이다. 가요로 변형된 R&B의 분위기가 나는 음악은 인기가 있을지 몰라도, 정통에 가까운 R&B는 어스 윈드 앤 파이어를 제외하고는 국내에서 대중에게 널리 주목받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 면에서 제프 버넷의 최근 약진은 눈여겨볼만하다. 버넷은 폭발적인 가창력을 구사하는 보컬리스트는 아니다. 대신 맥스웰과 같이 나긋나긋하면서도 블랙뮤직 특유의 섹시한 매력을 잘 살리고 있다. 정규 2집인 ‘모던 르네상스(Modern Renaissance)’에서는 어반한 네오소울부터 보사노바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타일을 버넷의 목소리로 만나볼 수 있다. 공연장에서 즐거워할 여성들이 모습이 눈에 선하다.

원 디렉션 ‘Midnight Memories’
(스탠다드 커버) One Direction_Midnight Memories-w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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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출신의 보이밴드 원 디렉션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아이돌그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에는 정규 3집 ‘미드나이트 메모리즈(Midnight Memories)’를 발매 첫주에 빌보드 앨범차트 정상에 올리며 빌보드 역사상 최초로 1~3집을 발매 첫주 1위에 올린 가수가 팀이 됐다. 원 디렉션의 이러한 인기를 ‘브리티시 인베이전’이라 부르기도 한다. 비틀즈로 시작된 ‘브리티시 인베이전’은 이후 조지 마이클, 듀란 듀란, 스파이스 걸스와 같은 대형 스타들에게 허락된 표현이었다. 일단 차트성적으로만 보면 원 디렉션은 선배들인 테이크 댓, 웨스트라이프 등에 비해 미국에서 커다란 팬덤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인기의 비결은 뭘까? 데뷔 때부터 오디션 프로그램 ‘엑스펙터’를 통해 이슈몰이에 나선 것도 원동력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음악의 다양성과 완성도. 원 디렉션은 ‘베스트 송 에버(Best Song Ever)’와 같은 트렌디한 곡도 잘 부르지만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Story of My Life)’와 같은 컨트리풍의 곡도 소화해낼 줄 안다. 그 외에 앨범 전반적으로 밴드의 사운드가 중심을 이루고, 감상에 피로도가 적다는 것이 국내 아이돌그룹과의 큰 차이다.

디멘션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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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퓨전재즈 밴드 디멘션의 26집. 디멘션은 카시오페아, 티스퀘어와 함께 ‘J-퓨전’을 대표하는 밴드다. 1992년에 데뷔했으니 이제 데뷔 20주년을 훌쩍 넘겼다. 일반 대중에게는 낯설 수 있겠지만, 연주자들 사이에서는 교과서와 같은 밴드 중 하나로 자리하고 있다. 카시오페아와 티 스퀘어가 일본 세션 스타일의 개성을 살려내 미국의 스무드재즈와는 또 다른 J-퓨전의 토대를 다졌다면, 디멘션은 그 토대 위에서 첨단의 연주를 들려주고 있는 현재진행형 밴드다. 디멘션은 오노즈카 아키라(건반), 카츠타 카즈키(색소폰), 마스자키 타카시(기타)의 3인조 체제로 구성됐다. 이번 앨범에는 노리타케 히로유키, 반도 사토시 등 일본 정상급 드러머들이 세션으로 참여했다. 연주력은 말할 필요가 없을 만큼 훌륭하며 펑키한 리듬과 록적인 질감, 그리고 청량감 넘치는 사운드는 여전하다. 전반적으로 J-퓨전 팬들이 예상할 수 있는 음악이지만, 디멘션은 군데군데 흥미로운 시도로 관성을 피해가고 있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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