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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의 큰 별이 졌다.

‘재즈 기타의 스승’으로 오랫동안 칭송받아온 미국의 재즈 기타리스트 짐 홀이 10일(현지시간) 향년 83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주요 외신은 짐 홀이 뉴욕 맨해튼의 자택에서 짧은 투병생활을 하다가 숨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재즈타임스’는 홀에 대해 “수많은 작품을 남겼으며 모험심이 강하고 존경받는 기타리스트였다. 재즈 음악에서 기타의 역할을 바꿔놓았다”라고 평가했다.

재즈 기타의 영원한 스승
짐 홀은 기존의 비밥 재즈 기타의 정수를 총망라해 학구적인 접근을 취함으로써 재즈기타의 교과서와 같은 존재로 자리해왔다. 그는 100여년이 넘는 재즈의 역사에 있어서 찰리 크리스찬, 장고 라인하르트, 웨스 몽고메리, 조 패스 등과 함께 가장 영향력 있는 기타리스트로 평가받는다.

1930년 뉴욕에서 태어난 짐 홀은 어린 시절 재즈와 쇤베르크 등 현대음악에 경도됐다. 정규교육을 통해 음악학 학사학위를 받은 그는 1955년 웨스트코스트 재즈 신의 치코 해밀튼 퀸텟을 시작으로 지미 쥬프리 트리오를 거쳐 프로로 데뷔한다. 지미 쥬프리 트리오는 지미 쥬프리의 다중관악기와 밥 브룩메이어의 베이스, 짐 홀의 기타로 이루어진 변칙적인 트리오로 스윙을 억제하고 여백을 살린 채 집단즉흥연주를 시도하는 등 파격을 연출했다. 이때부터 짐 홀은 특유의 투명하면서도 범상치 않은 재즈 코드 보이싱을 선보였다.

짐 홀은 재즈 보컬리스트 엘라 핏츠제럴드와 작업하면서 더욱 이름을 알려나갔다. 60년대로 접어들면서도 재즈 색소포니스트 소니 롤린스의 밴드에 합류하면서 음악적으로 한 단계 도약하게 된다. 이후 짐 홀은 사이드맨 및 공동리더로 소니 롤린스의 ‘브릿지(Bridge)’, 폴 데스몬드의 ‘테이크 텐(Take Ten)’, 아트 파머의 ‘투 스웨덴 위드 러브(To Sweden With Love)’, 빌 에반스와의 ‘언더커렌트(Undercurrent)’ 등 수많은 명반에 참여하는 왕성한 활동을 보인다.

주목할 것은 위 레코딩들에서 짐 홀의 연주가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소니 롤린스와는 빠른 템포에서 키(key)를 넘나들며 허를 찌르는 연주를, 폴 데스몬드, 아트 파머와는 실내악과 같은 정교한 쿨 재즈를, 그리고 빌 에반스와는 듀오로 심연의 이야기를 끌어내며 고결함을 전한다. 다양한 활동반경, 상대방에 자신을 맞추는 비범함이 바로 짐 홀의 힘이었다.

짐 홀은 유난히 듀오 앨범을 많이 녹음했다. 빌 에반스, 론 카터, 밥 브룩메이어, 미셸 페트루치아니, 엔리코 피에라눈지, 팻 메스니, 빌 프리셀, 아틸라 졸러, 바니 케슬, 찰리 헤이든 등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연주자들이 짐 홀과 함께 듀오로 연주했다. 이 중 빌 에반스와 함께 한 ‘언더커렌트’, 론 카터와의 ‘얼론 투게더(Alone Together)’, 팻 메시니와 함께 연주한 ‘짐 홀 & 팻 메시니(Jim Hall & Pat Metheny)’ 등에서 상대를 감싸고, 또 이야기를 끌어내는 짐 홀의 말솜씨는 정말 탁월하다. 이 앨범들은 국내 연주자들 사이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짐 홀은 조 패스와 함께 수많은 재즈 기타리스트들에게 영향을 준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현존하는 최고의 재즈 기타리스트들인 팻 메시니, 존 스코필드, 빌 프리셀, 존 애버크롬비 등이 짐 홀에 대한 존경심을 나타내고 있다. 2006년에는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문화예술공로훈장 슈발리에 훈장을 받았다. 짐 홀의 죽음에 대해 소니 롤린스는 “짐 홀은 훌륭한 음악가이자 좋은 친구였다. 그는 내가 만난 사람 중 가장 고결한 사람이었다”라고 말했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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