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ve Me Little More에서 공연할 때의 포스터. 저 사진 4년 전 사진이라 나도 나인 줄 몰랐다
Give Me Little More에서 공연할 때의 포스터. 저 사진 4년 전 사진이라 나도 나인 줄 몰랐다
Give Me Little More에서 공연할 때의 포스터. 저 사진 4년 전 사진이라 나도 나인 줄 몰랐다

마츠모토
1집의 ‘Pyne’(그리고 히든트랙 ‘Pine’)의 배경이 바로 마츠모토(松本)다. 첫 일본 공연지가 바로 마츠모토였고, 지금도 마츠모토의 대부분의 곳이 머릿속에 다 그려져 있을 정도로 좋아하기도 하고, 마치 살던 동네 같은 느낌이기도 했다. 어쩌면 지금 일본 투어의 모든 시작은 바로 이곳이 아니었을까. 오히려 이번 투어에서도 먼저 향하지 않고 중반부에 일정을 잡아 미안함 마저 느낄 정도였으니까. 마츠모토는 지금은 잠깐 중단되었지만, 외국 뮤지션들과 일본 뮤지션들의 좋은 교류가 될 수 있는 ‘나미 투 카미(Nami to Kami)’라는 정기 이벤트가 있었고, 고풍스런 건물을 개조한 라이브 하우스가 몇 곳 있는 말 그대로 조그만 지방 소도시다. 마츠모토 성이 유명하고, 크래프트 축제가 유명하고, 다양한 수제 종이, 옷, 자기 같은 뭔가 갤러리라는 말이 어울리는 멋진 물건들로도 유명했다. 그냥 도시 자체가 갤러리였다. 또 하나, 오움진리교의 본원이 있던 곳이기도 했는데, 당시 내가 오움진리교의 아사하라 쇼코처럼 하고 다녀서 친구들이 웃기도 했다. 음악씬으로써 마츠모토는 보통 열차로 1시간 거리인 나가노시와 함께 소개되기도 하는데, 실제도 마치 칸사이의 코베-오사카-쿄토가 그렇듯 마츠모토도 그냥 나가노현으로 묶여 서로 함께 활동하고 있는 듯 했다.

나나하리 보이즈의 기타리스트인 나가하시의 솔로 공연. 구수한 포크를 들려주고 있는 중
나나하리 보이즈의 기타리스트인 나가하시의 솔로 공연. 구수한 포크를 들려주고 있는 중
나나하리 보이즈의 기타리스트인 나가하시의 솔로 공연. 구수한 포크를 들려주고 있는 중

동네 자체가 고즈넉하고 여유가 있어서, 꼭 음악활동 말고도 그냥 방문자체가 위안이 되는 곳이었다. 작년 여름 투어 땐 카와라(瓦) 레코드에서 공연을 했었는데, 당시 카와라 레코드의 사운드 엔지니어를 해주던 니미씨가 새로이 ‘Give Me Little More’라는 라이브 하우스를 오픈한 것이었다. 그 오픈 시점과 맞물려, 라이브 하우스 오픈 라이브를 내가 하게 된 것이다. 작년 함께 공연했던 미미나리 보이즈의 기타리스트인 나가하시군의 솔로와 함께 공연이 만들어졌다. 한 번의 공연이었지만, 일부러 일주일을 머물렀다. 예전부터 공연 기획을 도와주고, 심지어 홈스테잉까지 흔쾌히 제공하던 친구 치후미씨가 이번 투어 때도 많은 도움을 주었다. ‘Give Me Little More’에서는 6월 공연 뒤에 7월에도 한 번 더 공연을 가졌다. 마스터인 니미씨는 인상부터가 사람이 정말 착하고 순박하게 생겼는데, 두 번째 만났을 때 정말 슬픈 눈을 하고 나를 쳐다보았다. “누가 그러던데 내 이름이 한국말로는 욕이라고 하던데 맞아요?”라고 물었었다. 솔직히 대답을 못했다. (미안)

이런 고즈넉한 풍경이 마츠모토에는 정말 많다. 어찌 위안이 되지 않겠는가
이런 고즈넉한 풍경이 마츠모토에는 정말 많다. 어찌 위안이 되지 않겠는가
이런 고즈넉한 풍경이 마츠모토에는 정말 많다. 어찌 위안이 되지 않겠는가

마츠모토 공연이 끝나고 도쿄로 가는 일정이었는데, 어쩌면 도쿄에서 그렇게 힘들었던 이유가 이 도시에서 진지하게 휴가의 기분을 낸 탓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모든 곳이 걸어서 가능했기에, 정말 맛있는 음식이 제공되는 치후미씨의 홈 스테잉이 있었기에 돈 걱정도 하지 않았고, 공연이 없어도 아무런 걱정없이 동네 백수처럼 한가롭게 이곳저곳을 한량처럼 구경하기도 했었다. 마츠모토를 떠나 도쿄에 도착했을 때 “아…잘 못하면 죽겠구나”라는 생각이 든 것도, “집에 가고 싶다”라는 약한 마음이 생긴 것도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가노
이번 투어에서 처음으로 방문하게 된 도시였다. 어렴풋이 동계 올림픽의 이미지만 갖고 있었고, 나가노에서 유일하게 신칸센을 탈 수 있는 곳 정도의 이미지 정도였다. 네온 홀(Neon Hall)이라는 곳에서 공연을 하게 되었는데, 나무로 된 천장, 나무 벽, 나무 바닥으로 만들어진 꽤 오래된 라이브 하우스였다. 주인이 여러 번 바뀌었다고 했는데, 지금은 뮤지션이기도 한 테츠로씨가 운영하고 있었다. 6월 공연은 주인장 테츠로씨의 솔로와 블루스를 연주하던 나카지마씨와 함께 공연을 했다.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듯 사운드도 깜짝 놀랄 만큼 좋았는데, 네온 홀은 대부분의 공연을 소화할 만큼 나가노에서도 꽤 유명한 곳이라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 마츠모토처럼 뮤지션들은 대부분 서로 잘 아는 사이었고, 또 마츠모토와 마치 한 동네처럼 서로 왔다갔다 하며 공연을 한다고 했다.

나가노에서 즐긴 진짜 노천 온천. 외부에서 못 보도록 담을 쳐놓은 게 아니라, 그냥 옷 다 벗고 저기에 몸을 담그는 거다
나가노에서 즐긴 진짜 노천 온천. 외부에서 못 보도록 담을 쳐놓은 게 아니라, 그냥 옷 다 벗고 저기에 몸을 담그는 거다
나가노에서 즐긴 진짜 노천 온천. 외부에서 못 보도록 담을 쳐놓은 게 아니라, 그냥 옷 다 벗고 저기에 몸을 담그는 거다

아무래도 처음 방문한 곳이어서 공연이 끝난 후에도 3일 정도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이곳 저곳을 둘러볼 생각이었다. 사실은 시간을 넉넉하게 잡은 게 아니라 6월은 시간이 넉넉할 수 밖에 없었다. 일주일에 공연 한 번 부킹하는 것도 어려웠으니까. 하여튼 운 좋게도 나가노에서 밴드를 하는 타자와(田?)라는 친구를 알게 되었는데, 자기가 차가 있으니 내일 하루는 가이드를 해주겠다고 하는 것이다. 다음날 타자와의 차를 타고 나가노시 뿐만 아니라 외곽으로 여행을 떠났다. 바로 온천과 소바 체험! 나가노의 일본 알프스 첩첩한 산을 해쳐 자가용이 없다면 갈 수 없는 산 한 가운데의 노천에서 산을 내려다보면서 온천을 했다. 온천이 끝나고 또 차를 타고 아주 유명하다는 소바가게에 들러 소바를 먹었다. 해질 무렵 나가노 시내를 둘러보고, 또 다음날은 혼자 천천히 나가노의 유명한 젠코지(善光寺)에서 하루 종일 앉아 있기도 했다. 물론, 고급 별장지로 유명한 가루이자와 같은 곳은 안 갔다. 아니, 못 갔다….

축제 분위기인 슈퍼 네온 홀의 스테이지. 나중에 저 조그만 의자 다 치우고 이불 깔고 잘거니까 침 뱉지 마세요
축제 분위기인 슈퍼 네온 홀의 스테이지. 나중에 저 조그만 의자 다 치우고 이불 깔고 잘거니까 침 뱉지 마세요
축제 분위기인 슈퍼 네온 홀의 스테이지. 나중에 저 조그만 의자 다 치우고 이불 깔고 잘거니까 침 뱉지 마세요

나가노의 두 번째 방문은 7월이었는데, 네온 홀이 매년 페스티벌처럼 기념하는 ‘슈퍼 네온 홀’에 참여했기 때문이었다. 슈퍼 네온 홀은 토요일, 일요일 이틀 동안 진행되는데, 오후 4시부터 새벽 1시까지 일본 각지에서 밴드와 뮤지션, 만담가나 코미디언이 나와서 30분 씩 공연을 하는 네온 홀의 꽤 전통 있는 공연이었다. 나가노와 마츠모토, 인근 나가노 현의 뮤지션들도 많았지만, 도쿄나 칸사이의 뮤지션들도 꽤 참여했었는데, 함께 공연을 하고, 보면서 다양한 음악을 접할 수 있었다. 관객도 여러 도시에서 보러 와주어서 늦게까지 하는 공연임에도 관객들이 많아 에어컨이 무색할 정도였다. 특히 나가노쪽은 자연 환경도 좋지만, 칸사이나 도쿄와는 달리 음악과 일을 병행하면서도 여유 있게 살아가고 있어, 음악에도 그런 정서가 그대로 느껴졌다. 7월 20일 첫 날 섹션에 참가했는데, 29일 귀국을 앞두고 있어, 투어의 일정으로 치면 꽤 후반이었다. 내 순서가 꽤 뒤쪽에 배정되어 있었는데, 공연도 보고, 벽에 등을 기대 졸기도 하고, 산책도 하곤 했었는데, 관객들 중에 나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 놀랍기도, 당황스럽기도 했었다. “어느 도시 어디에서 했던 공연 보러 갔었다”의 대화는 처음이라 멋쩍기도 했었지만, 고맙기도 했었다.

슈퍼 네온 홀 포스터. 이번엔 나만 외국 뮤지션이었다고 한다
슈퍼 네온 홀 포스터. 이번엔 나만 외국 뮤지션이었다고 한다
슈퍼 네온 홀 포스터. 이번엔 나만 외국 뮤지션이었다고 한다

슈퍼 네온 홀은 먼 곳에서 온 뮤지션들이 많아 1시에 공연이 끝나면 짧게 뒤풀이를 하고, 청소를 한 후에 침구를 깐다. 네온 홀 악기 창고의 침구류를 보고 ‘뭐지?’ 했었는데 그 용도였던 것이다. 나도 다음날 카나자와의 “드론 코시엔(갑자원)!” 공연이 있어 아침 7시 열차를 타고 이동해야 했다. 첫날 함께 공연한 뮤지션 몇 명과 네온 홀 관객석 바닥에 이불을 깔고 누웠다. 마치 수학여행 온 기분으로 취한 친구들은 취한 채로 떠들고, 어떤 친구들은 엎드려 베개를 가슴에 끼고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사는 얘기, 음악 얘기, 그리고 한국으로 여행가고 싶다며 물어오는 한국과 관련된 질문들. 네온 홀에 마스터 테츠로 씨는 집에 가고 없었다. 주인은 없고, 객들만 남아 밤새 이야기꽃을 피운다. 그리고 나는 다음날 늦잠을 자버리는 바람에 7시 열차를 못 타고 8시 열차를 타게 되었다.

글. 드린지 오
편집.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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