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호칭이 부담스러운 데뷔 35년차 가수 인순이
선생님 호칭이 부담스러운 데뷔 35년차 가수 인순이
“전 어느 순간부터 사람을 노래하고 가슴을 노래하는 그런 사람이 돼 있었어요. 이현승 작곡가가 ‘선배님은 대중가수’라고 말했는데, 전 정말 순수한 대중가수예요. 대중의 가슴을 파고들어서 기쁨은 두 배로, 슬픔은 반으로 해드리는 가수로 남고 싶어요.”

정규 18집 ‘Umbrella’를 발표하는 가수 인순이는 2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에서앨범 발매 및 전국투어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제 데뷔 35주년. 미니앨범, 리메이크 앨범, 가스펠 앨범 등을 제외하고 순수한 정규앨범으로만 열여덟 번째 앨범을 맞았다. 뮤지컬과 공연으로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작년부터 새 앨범 작업에 들어간 인순이는 “꾸준히 활동을 해오면서 18집까지 발표한 나는 정말 복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새 앨범 작업을 하면서 혼자 감격하고, 감동한 순간들이 있었는데 여러분들도 많이 들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4년 만에 발표하는 새 앨범에는 17집에서 ‘아버지’를 히트시킨 이현승 작곡가가 프로듀서를 맡았다. 타이틀곡 ‘아름다운 Girl’은 소녀시대의 ‘The Voice’의 작곡에 참여한 외국 작곡가 도미닉이 함께 한 프로덕션팀 ‘레드 로켓’이 만들었다. 인순이는 “‘아름다운 Girl’에서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해봤다. 결혼 이후에 꿈을 접고 가족에게 모든 것을 맞추는 여성들에게 꿈을 놓지 말자고 외치는 노래”라고 소개했다.

이외에 새 앨범에는 인순이 특유의 에너지 넘치는 소울 넘버를 비롯해 발라드, 일렉트로니카 등 다양한 장르가 담겼다. 인순이는 “전작의 ‘아버지’는 나에게 너무 무거운 노래였다. 녹음할 때 도망 다니다가 가사에 아버지라는 단어가 들어가지 않는 조건으로 노래했는데 그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줄 몰랐다”라고 말했다. 새 앨범에 대해서는 “전작보다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노래들이 많다. 사랑과 희망을 주제가 너무 아름답게 들어갔다”며 “음반 처음부터 끝까지 한 곡도 그냥 넘기고 싶지 않은 음반”이라고 말했다.

매 앨범마다 젊은 감성의 곡에 도전했던 인순이는 새 앨범에서 신진 록밴드 로맨틱펀치와 공동 작업을 하기도 했다. 로맨틱펀치가 작곡과 연주로 참여한 노래 ‘Yes, Yes, Yes’는 인순이가 설립한 대안학교인 해밀학교를 위해 만들어졌다. 인순이는 “로맨틱펀치와는 우연히 한 무대에 서게 돼 친해졌다. 내가 학교를 위해 써놓은 가사가 있었는데 로맨틱펀치의 곡과 잘 어울려서 함께 작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새 앨범에는 희망을 노래한 곡이 특히 많다. 인순이는 “내가 처음으로 희망을 노래한 것은 ‘Higher’였던 것 같다. 이후 ‘열정’, ‘친구여’, ‘거위의 꿈’에서도 희망을 노래했다”며 “나에게는 슬픈 것보다 화려하고 역동적인 음악, 희망을 주는 것이 잘 어울린다. 이미지가 한쪽으로 굳어지는 것 같아서 걱정도 조금 되지만 희망을 노래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인순이는 오는 10월 4일과 5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평화의 광장에서 앨범 발매 기념공연 ‘삼삼오오’를 연다. 공연을 연출한 노성일 연출가는 “원래 연초까지는 ‘35주년 콘서트’로 준비를 하다가 인순이 선생님이 35주년이라는 숫자에 얽매이는 것 같다고 하셔서 함께 손을 잡고 가자는 의미로 ‘삼삼오오’라는 이름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인순이는 “최근 한 공연에서 나를 데뷔 35주년 맞은 인순이 선생님이라고 소개하더라. 그런 소개가 내 어깨를 무겁게 하고 제약으로 다가왔다”며 “난 공연에서 여전히 초미니 스커트도 입고 화려한 퍼포먼스를 하는데 35주년이라는 타이틀은 맞지 않는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노 연출가는 “인순이는 10대부터 노년층까지 거의 전 연령층을 만족시킬 수 있는 가수”라며 “아이돌 가수, 록 뮤지션의 공연을 보여드리면 자기의 무대에서도 해보고 싶다고 욕심을 내신다. 그런 욕심을 낼 수 있는 것은 소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선생님 호칭이 부담스러운 데뷔 35년차 가수 인순이
선생님 호칭이 부담스러운 데뷔 35년차 가수 인순이
노성일 연출가는 “인순이 선생님이 ‘나 요새 노래 늘었다’는 말씀을 하시더라”며 “35년을 노래하신 분이 노래가 늘었다고 말하는 것은 어떤 의미일지 고민해봤는데 ‘나는 가수다’를 보면서 선생님의 노래가 한결 편안해졌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자신의 노래에 대해 인순이는 “예전보다 목소리가 가벼워졌다. 통성으로만 노래하지 않고 코에다 걸기도 하고 가성도 예전보다 자연스럽게 나온다”며 “30년 동안 해온 발성에 뮤지컬 발성, 지금 시대에 맞는 트렌디한 발성까지 세 개가 합쳐지면서 노래할 때 애를 먹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런 스타일이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인순이는 10월 4일 전쟁기념관 공연을 시작으로 춘천, 부산, 창원, 수원 등으로 이어지는 전국투어에 돌입한다. 내년에는 미국 뉴욕, 워싱턴, 호주 시드니, 중국 베이징 등을 도는 해외투어에도 나선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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