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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흔들어, 세상을 흔들어, 가짜는 탄로나, 진짜는 달라
지드래곤 ‘세상을 흔들어’ 中

지드래곤 ‘쿠데타(COUP D’ET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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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드래곤은 자기 자신을 깨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목표라서 앨범 이름을 ‘쿠테타’라고 지었다고 말했다. 올해를 대표할만한 히트곡을 만들고자 했다고 한다. 지드래곤의 이런 말들을 자신만만하게 던질 수 있는 위치에 도달한 것일까? 음악적으로 보면 전작 ‘One Of A Kind’에 이어 새 앨범 역시 ‘지드래곤이 해석하는 힙합 월드’의 연장선에 있다. 전작이 지드래곤의 랩 스타일을 보여주는 포트폴리오였다면, 이번 앨범은 지드래곤의 음악이 다른 아티스트들과 합쳐졌을 때 일어나는 화학작용이 잘 나타난다. 미시 엘리엇, 디플로, ‘할렘 쉐이크’ 열풍의 주인공 바우어 등의 참여로 인해 지드래곤은 동시대 팝 트렌드까지 소화를 하고 있다. 과거 서태지와 아이들의 경우 1995년에 나온 4집에서 동시대 미국에서 유행하는 힙합, 록 스타일을 골고루 선보였는데(그것을 대중적으로 히트시키는 데까지 성공했고 올타임 리퀘스트로 남겼다), 지드래곤 역시 그러한 시도를 행하고 있다. ‘쿠데타’, ‘R.O.D.’, ‘세상을 흔들어’ 등의 곡들이 동시대 트렌드를 보여주고 있다. 마이클 잭슨에 대한 오마주 정도로까지 들리는 ‘너무 좋아(I LOVE IT)’는 근래 보기 드문 섹시한 곡으로 멜로디와 함께 가사의 센스도 상당하다. 지드래곤은 전 곡의 작사, 작곡에 참여했는데, YG 프로덕션 팀에서 지드래곤의 참여 비중이 어느 정도일지 많은 이들이 궁금할 것이다.

박진영 ‘Half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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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박진영의 10집. 첫 싱글 ‘사랑이 제일 낫더라’를 들었을 때에는 역시 박진영은 R&B를 할 때가 가장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Halftime’에서 자신의 업적을 써내려간 가사를 봤을 때는 경악을 감출 수 없었다. 이런 식의 가사는 본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자세히 반복해서 들어보니 그것은 일종의 ‘간증’이더라. 순수한 자기 고백이라고 생각하니 앨범 전체가 단숨에 지나갈 정도로 듣기 편했다. 장르 앨범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블랙뮤직이 중심을 이루고 있으며 ‘그녀는 몰라요’에서는 꽤 고전적인 소울에 접근을 하기도 한다. ‘그녀는 예뻤다’ 이후로 블랙뮤직에 방점을 찍고 자신의 음악, JYP의 음악을 해온 박진영은 드디어 소울의 고향이라 할 수 있는 가스펠에까지 도달한 것일까? 음악인생의 분기점에서 내놓는 새 앨범에서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음악을 시도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참고로 CCM 코너에 넣어도 어색하지 않은 앨범.

윤영배 ‘위험한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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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배의 행보가 꽤 빠르다. 2010년에 마흔셋의 나이로 데뷔앨범 ‘이발사’를 발표해 존재감을 드러내더니 작년에 나온 ‘좀 웃긴’ 이후 약 1년 반 만에 세 번째 앨범을 들고 나왔다. 그간 윤영배는 앨범을 통해 비교적 개인적인 이야기를 꺼내왔다. 새 앨범은 ‘위험한 세계’라는 제목에 걸맞게 사회에 대한 말을 거침없이 던진다. ‘자본주의’, ‘선언’, ‘점거’라는 제목만 보면 민중가요 노래패의 앨범 같은데 실제로 민중가요로 분류해도 상관이 없을 것 같다. 사실 윤영배는 해방촌, 팔당 두물머리 등 집회현장을 돌면서 노래를 만들고 부른 전형적인 프로테스트 포크 뮤지션의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에둘러 표현하는 가사의 비중이 높았기 때문에 메시지보다 서정성이 더 먼저 들리는 경향이 있었다. 이번 앨범은 메시지가 보다 과감해졌다. 성격 좋아 보이는 그지만 제주도에서 편하게 있을 수만은 없었던 모양이다. 윤영배를 필두로 이상순, 김정렬, 이덕산, 박용준이 함께 한 밴드의 사운드 질감은 과거 조동익의 음악과 닮은 듯 달라 보인다. 윤영배는 소리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는 뮤지션이다. 가령 ‘빈 마을’의 경우 보다 입체적인 사운드 공간감을 들려준다. 귀가 행복하고, 가슴이 뜨거워지는 음반.

런치송 프로젝트 ‘Acoustic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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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감독 권태은이 싱어송라이터로서 발표한 솔로앨범. 런치송 프로젝트이란 명칭을 쓴 이유는 편안하게 휴식이 될 수 있는 음악을 들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권태은이 감독한 무대를 실제로 처음 본 것은 작년 1월 MBC MUSIC 개국행사 ‘음악의 시대’에서였다. 무려 37명의 가수들이 무대에 나왔다. 23곡이 40여 분간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방대한 편곡을 멋지게 해낸 이가 바로 권태은. JYP의 수석 프로듀서로 활동하며 박진영, 방시혁과 함께 JYP 황금기를 일궜으며, ‘나는 가수다’, ‘보이스 코리아’ 등의 음악감독으로 활동해 실력을 뽐냈다. 그런 그는 런치송 프로젝트로 지극히 편안한 음악을 들려준다. 마음만 먹으면 꽤나 실험적인 음악을 들려줄 법한 그지만, 그는 상업음악의 기본에 충실하다. 주목해야 할 것은 국내 최고의 연주자들의 손으로 빚어낸 악기의 질감. 이러한 고집은 오랫동안 가까이 곁에 두고 들을만한 ‘웰 메이드’ 음악들로 귀결됐다.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 같은 음악.

정상이 퀄텟 ‘Inner E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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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시스트 정상이의 첫 리더 작. 이제 삼십대를 갓 넘긴 정상이는 슬슬 한국 재즈를 이끌어갈 주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영라이언이다. 그간 여러 선배, 동료들과 연주해온 정상이는 윤석철 트리오를 통해 힙합, 일렉트로닉을 차용하는 등 흥미로운 행보를 보였다. 자신의 색을 보여주는 첫 리더 작으로는 기타-피아노-베이스-드럼으로 구성된 퀄텟을 택했다. 색소폰이 아닌 기타를 중심으로 한 퀄텟을 택한 것이 흥미로운데, 어느 하나의 악기가 도드라지기보다는 조화로운 앙상블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현명한 선택으로 여겨진다. 앨범의 포문을 여는 ‘The Line of Fate’, ‘Target 9’ 등이 전통미와의 조화라면 ‘Inner Eyes’와 같은 곡은 윤석철 트리오 당시 작업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베이시스트의 리더 작이지만 연주에 있어서 정상이는 전면에 나서지 않으며 자신이 쓴 곡의 윤용에 충실하다. 무엇보다도 정상이의 작곡에 대한 재능을 볼 수 있는 앨범으로, 더불어 젊은 연주자들의 안정된 기량을 엿볼 수 있어서 즐겁다.

송나미 앤 리스폰스 ‘타향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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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나미 앤 리스폰스(Songnami & The Response)는 재즈 피아노 트리오인 신관웅 트리오의 베이시스트로 활동 중인 송남현이 중심이 된 프로젝트다. 송남현은 자신의 키보다 큰 콘트라베이스를 놓고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하고 있다. 앨범에는 재즈가 아닌 모던록, 어쿠스틱 팝, 그리고 트립 합 계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색이 담겼다. 재즈 뮤지션이 앨범으로는 다소 의외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데 사실 국내에는 재즈 뮤지션들이 록밴드나 가요를 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가령 순이네 담벼락의 베이시스트 최동일이 재즈 기타피스트 민영석 트리오에서 연주하기도 한다. 우리는 그런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송남현은 검정치마, 라즈베리필드의 베이스로도 활동했다. 자신의 앨범 ‘타향살이’에서는 지극히 개인적인 내면의 이야기들을 노래하고 있다. 소리의 공간감이 꽤 입체적으로 잡혀 있어서 재미있게 들어볼 수 있다. 위로가 되는 가사들이 담겼다. 그런데 팀 이름이 왜 송나미 앤 리스폰스일까?

이스턴 사이드킥 ‘추월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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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EBS ‘스페이스 공감’의 신인 발굴 프로젝트 ‘헬로루키’ 경연에서 이스턴 사이드킥을 처음 봤다. 다소 불량스러워 보이는 보컬, 훤칠한 몸매의 미남 베이시스트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두 명의 기타가 매끄럽게 접점을 이어가는 개러지 록 사운드가 귀를 사로잡았다. 외모와 실력 덕분인지 이스턴 사이드킥은 세상에 나온 후 인디 신에서 꽤 빠른 속도로 팬덤을 늘려갔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최근 장근석의 일본 투어에 오프닝 밴드로 참여했다가, 일본인 팬들도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일본 후지TV의 밴드 서바이벌 프로그램 ‘아시아 버서스(Asia Versus)’에도 나가 위클리 챔피언에 오르는 등 선전하고 있다. 네 곡이 담긴 새 EP에서는 이스턴 사이드킥 특유의 투박하고 단단한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2010년에 나온 데뷔 EP ‘흑백만화도시’가 보컬리스트 오주환의 목소리로 다시 녹음돼 담겼다.

자넬 모네 ‘The Electric La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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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 흑인음악계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뮤지션이 바로 자넬 모네다. 전작 ‘The ArchAndroid’가 중 충격은 실로 대단했다. 가히 혁명과도 같은 앨범이었기 때문이다. 마치 소울의 역사를 한 장의 앨범에 집대성한 느낌이랄까? 고전적인 향취를 취하돼 그것을 기존의 흑인음악보다도 더 진보적인 방법으로 풀어헤쳤다. 프로그레시브 록에 범접할만한 방대한 스케일은 마치 록의 역사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모습으로 보이기까지 하더라. The ArchAndroid’ 이후 3년이 넘게 흘렀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블랙뮤직 앨범은 들어볼 수 없었기에 자넬 모네의 차기작에 대한 기대가 대단했다. ‘The Electric Lady’은 전작에서 스토리가 이어지는 콘셉트 앨범으로 자넬 모네가 그려가고 있는 7부작 이야기 중 4~5부에 해당한다고 한다. 새 앨범에는 프린스, 에리카 바두, 미구엘, 에스페란자 스팔딩 등이 게스트로 참여했다. 깐깐한 프린스가 보기에도 소울을 진화시키는 자넬 모네가 예뻤나 보다. 가스펠부터 소울, 훵크(funk), 모타운 사운드부터 힙합에 이르기까지 흑인음악의 총체적인 요소를 버무려 현대적인 작법으로 색칠한 방법론은 전작에서 이어진다. 그리고 혁명도 계속된다.

백스트리트 보이즈 ‘In A World Like Th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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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스트리트 보이즈가 4년 만에 발표하는 8집. 앨범재킷을 펼치니 케빈 리처드슨의 다소 늙은 얼굴이 보인다. 1993년에 결성됐으니 이제 데뷔 20주년을 맞은 최장수 보이밴드인 셈이다. 데뷔 초기 지명도가 낮을 때에는 한국에 와서 쇼케이스도 하고 CF도 찍었다. 그러던 그들이 미국에서 정상급 인기를 누리는 모습을 봤을 때는 신기하기도 했다. 보이밴드가 단명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백스트리트 보이즈는 긴 세월을 이어왔다. 2005년 팀을 떠났던 케빈 리처드슨이 다시 합류해 발표한 이번 앨범은 발매 첫 주에 빌보드앨범차트 5위에 오르며 여전한 인기를 보여줬다. 여전히 히트작곡가로 잘 나가는 맥스 마틴이 만든 곡들은 기존 백스트리트 보이즈의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남이 없는 매끄러운 팝을 들려준다. 다시 뭉쳤으니 오랜만에 다시 한국을 찾아주면 어떨까?

The 1975 ‘The 1975’
앨범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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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빅 씽’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영국 맨체스터 출신의 밴드 The 1975의 첫 정규앨범. 2002년에 중학생 친구들끼리 모여 결성됐다. 덕분에 결성 10주년이 훌쩍 넘었지만 평균나이는 20대 초반. 인디 시절에는 수려한 외모 덕에 ‘인디 신의 원 디렉션’(기분 안 좋았을 듯)이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네 장의 EP를 거쳐 발매한 음악은 이번 앨범 ‘The 1975’에서는 젊은 혈기와 탄탄한 완성도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이 앨범을 통해서는 ‘스핀’에서 10대의 악틱 몽키즈부터 세련된 지미 잇 월드까지 모든 밴드를 만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에는 무려 롤링 스톤즈와 뮤즈의 서포트 밴드로 활동하며 지명도를 넓혔다. 이들의 음악은 신스팝이 적당히 섞인 트렌디한 록 사운드와 함께 대중에게 쉽게 어필할만한 멜로디를 지니고 있다. 스타서이 다분한 셈. UK차트 19위까지 오른 히트 싱글 ‘Chocolate’은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 삽입되기도 했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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