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기를 바꿔버리는 드린지 오의 음악" src="https://imgtenasia.hankyung.com/webwp_kr/wp-content/uploads/2013/04/AS10e8XrDa1P1iT7pVg.jpg" width="555" height="555" align="top" border="0" />
통기타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 드린지 오(Dringe Augh)의 정규 2집 < Drooled and Slobbered >가 발매됐다. 드린지 오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지난 2011년 여름 스페인 여가수 러시안 레드(Russian Red)와의 인터뷰 덕분이었다. 그녀의 노래 중 ‘닉 드레이크(Nick Drake)’라는 곡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그녀는 난데없이 드린지 오라는 한국 뮤지션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그녀는 “오늘 아침에 드린지 오라는 뮤지션의 노래를 들었는데 ‘한국의 닉 드레이크’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환상적이었고 좋았다”고 말했다. 그녀는 한창 위상을 떨치던 한류 가수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

러시안 레드의 말이 허언이 아님을 알게 된 것은 작년 홍대 일대에서 열린 ‘잔다리페스타’에서였다. 당시 카페 ‘핑크 문’에서 드린지 오가 기타를 치며 ‘Pyne’을 노래하자 일순간 카페의 공기가 바뀌었다. 그것은 실제로 보지 못한 닉 드레이크의 공연을 상상케 했다.(흥미롭게도 닉 드레이크의 유작인 3집의 이름도 <핑크 문(Pink Moon)>으로 드린지 오는 그 앨범을 상당히 좋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심연으로 침잠하는 음울함이 주는 마력이라고 할까? 아니, 음울함보다는 조금 밝은 느낌이었다. 어쨌든 통기타 한 대와 노래가 주는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다시금 알게 해준 공연이었다.

드린지 오의 ‘공기를 바꿔버리는 힘’은 7곡이 담긴 데뷔 EP < Individually Wrapped >(2009), 정규 1집 < Between The Tygh >(2011), 그리고 새 앨범 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홍대에 널리고 널린 통기타 싱어송라이터들과 무엇이 다르냐’고 물으면 간단하게 ‘목소리와 기타연주가 다르다’고 대답할 수 있다. 드린지 오의 노래와 연주는 1940~60년대 영국의 ‘포크 리바이벌’ 피어난 브리티시 포크에 가깝다. 더 구체적으로는 당시 활동했던 포크음악의 거장들인 버트 잰쉬(Bert Jansch), 존 랜번(John Renbourn)의 음악을 연상케 한다. 이러한 연주 스타일은 홍대는 물론이고 국내 프로 연주자들에게서도 찾아보기 힘든 성격의 것이다. 그 위로 드린지 오의 목소리가 얹어지면 요술과 같은 음악이 완성된다. 결과적으로 드린지 오의 음악은 독특하고, 고즈넉하며, 편안하다.

, 공기를 바꿔버리는 드린지 오의 음악" src="https://imgtenasia.hankyung.com/webwp_kr/wp-content/uploads/2013/04/AS10LbXbpf7LJoflaz8cQDPrr6.jpg" width="300" height="450" align="left" border="0" />< Drooled and Slobbered >는 일렉트릭뮤즈 스튜디오에서 녹음됐으며 드린지 오의 음악적 파트너들인 김민규가 프로듀서로, 김목인이 피아노 연주로 참여했다. 드린지 오는 일상에서 느낀 이런저런 심상들을 노래에 녹여냈다. 거창한 무언가가 소재가 아니다. 사랑, 이별, 군 입대, 이직 등에서 느낀 감정들이 노래로 만들어졌다. 첫 곡 ‘Picknick’은 ‘닉 드레이크(nick)를 틀어주세요(pick)’라는 뜻을 가지고 있고, ‘Sea’는 옛 연인을 잊지 못하는 친구를 위해 쓴 곡이다. 이에 대해 드린지 오는 “나쁜 기억들도 있고, 후회도 있고, 걱정도 있다. 어떤 곡은 비아냥거림도 들어있고, 어떤 곡은 진심으로 걱정을 해주기도 한다”며 “곡을 만든다는 게 이래서 좋다. 나 혼자 이런 감정들을 정리할 수 있으니까”라고 밝히고 있다.

드린지 오가 음악에 담은 감상들은 지극히 일상적인 것들이지만, 그 음악에는 일상에서 쉽게 들을 수 없는 깊이가 있으며 짐짓 우아함도 느껴진다. 가령, 드린지 오가 “군 입대 할 때 끝까지 연병장에 서있던 그 상황이 뜬금없이 꿈에 나타나서 만들게 됐다”고 말하는 ‘Finite’를 듣고 ‘군대’라는 단어를 떠올릴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이 곡에서는 ‘크고 아름다운 무언가’가 연상된다. 이처럼 드린지 오의 음악은 청자가 마음대로 상상할 수 있는 음악의 장점이 십분 살아있기도 하다. 조경래의 비올라 연주가 사운드를 더욱 풍성하게 해주고 있으며 강예진과 듀엣으로 노래한 곡들은 더욱 친숙하게 다가온다.

사진제공. 일렉트릭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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