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주의 10음반 l “난해하다 자극없다 안섹시하다”
요주의 10음반 l “난해하다 자극없다 안섹시하다”
넌 말해, 난해하다, 자극 없다, 안 섹시하다.
난 말해, 억울하다, 편견이다, 이해는 한다.

선우정아 ‘알 수 없는 작곡가’ 中

선우정아 < It’s Okay, Dear >
요주의 10음반 l “난해하다 자극없다 안섹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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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정아는 독특한 이력의 뮤지션이다. 2NE1의 ‘아파’, GD&TOP의 ‘Oh Yeah’를 만든 작곡가임과 동시에 뉴올리언스 재즈 밴드 러쉬 라이프의 보컬을 맡고 있다. 이쯤 되면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극과 극에 위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러한 음악적 오지랖은 출중한 음악으로 귀결된다. 선우정아는 장르에 구애 받지 않고 자신만의 노래를 만들어 부를 줄 아는 아티스트다.

어린 소녀가 나를 봐 달라고 조르는 듯한데, 그 음악적 완성도는 대단하다. 가령 ‘Purple Daddy’와 같은 선우정아가 아니고서는 국내에서 만들어내기 힘든 음악일 것이다. 퓨어킴, 정란과 함께 최근 등장한 한국 여성 싱어송라이터 중 가장 주목해야 할 뮤지션.

고래야 < Whale Of A Time >
요주의 10음반 l “난해하다 자극없다 안섹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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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과 팝의 크로스오버는 그동안 꽤 시도돼왔다. 고래야(Coreyah)가 특별한 점이라면, 한국의 전통음악인 국악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살리면서 삼바, 집시음악, 록 등 세계의 음악을 곳곳에 결합했다는 것. 가령 ‘어드로가꼬’는 마당극의 해학적 요소를 지니면서 언뜻 켈틱 음악의 미감이 느껴진다.

브라질의 유명 작곡가 루이즈 곤자가의 곡 ‘Asa Branca’를 번안한 ‘하얀 날개’는 브라질에서 먼저 알려지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곰팡내 나는 경구를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앨범.

최희선 < Another Dreaming >
요주의 10음반 l “난해하다 자극없다 안섹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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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기타리스트로 만 20년째 활동 중인 최희선의 첫 솔로앨범. 최희선의 연주는 ‘조용필의 기타리스트’라는 직함을 뛰어넘을 정도로 묵직하다. 앨범을 채우고 있는 열두개의 연주곡은 각기 다른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뱀이 똬리를 트는 듯한 멜로디의 ‘뱀’, 최희선 본인이 “AC/DC의 앵거스 영이 백킹을 하고 에디 반 헤일런이 솔로를 한 것”이라 언급한 ‘파워게이트’의 강렬한 로큰롤 연주는 특히 인상적이다. 화려함보다는 짜임새가, 테크닉보다는 감정이 잘 살아 있는 연주. 이중산, 엄인호, 김마스타, 이성열이 최희선과 블루스 잼을 나눈 마지막 트랙 ‘Jam Fest(Just Friends)’는 앨범의 백미이자, 소중한 기록이다.

곽윤찬 < 49 >
요주의 10음반 l “난해하다 자극없다 안섹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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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하게 이야기할 필요 없다. 좋은 사운드를 들으면 마냥 기분이 편해진다. 재즈 피아니스트 곽윤찬의 새 앨범 가 그렇다. 지난 2005년 한국인 최초로 미국 재즈의 명가 블루노트(Bluenote)에서 앨범 < Noomas >를 발표한 곽윤찬. 정통 피아노 트리오 편성에 중심을 뒀던 그가 새 앨범에서는 대중적이 스무드재즈를 들려주고 있다.

폴 잭슨 주니어(기타), 에릭 마리엔탈(색소폰), 비니 콜라이유타(드럼)가 참여한 올스타 밴드는 역대 한국 재즈 앨범뿐 아니라 가요를 통틀어 가장 화려한 라인업이 아닐까? 거기에 브라이언 맥나이트가 보컬로 참여한 것은 굉장히 큰 ‘덤’이다.

참깨와 솜사탕 < 속마음 >

요주의 10음반 l “난해하다 자극없다 안섹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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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는 봄에 어울리는 편안한 음악이 필요하다. 봄노래를 찾는다면 참깨와 솜사탕의 어쿠스틱 음악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참깨와 솜사탕의 최기덕(보컬, 기타)과 박현수(퍼커션)은 한때 십센치, 조문근 등과 함께 버스킹을 하던 사이. 거기에 여성 보컬 유지수가 합세해 차분한 포크음악을 들려준다. 기타 연주 사이로 살며시 들리는 피아노 연주가 노래에 따스함을 더한다. 데미안 라이스를 좋아하는 당신에게 추천.

이무하 < 그리움 >

요주의 10음반 l “난해하다 자극없다 안섹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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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하는 1991년에 하나음악에서 데뷔앨범을 발표한 후 현재까지 CCM 신에서 활동해왔다. 다시 대중에게로 돌아온 이무하의 네 번째 앨범 < 그리움 >은 진중한 포크의 매력으로 가득 차 있다. 김민기, 조동진을 기억하는, 그리고 그리워하는 팬들이라면 이무하의 음악에 익숙함, 반가움을 느낄 것이다.

바위처럼 단단한 노래가 시냇물처럼 졸졸 흐른다. 내공이 담긴 깊이 있는 목소리, 통기타와 오케스트레이션의 적절한 조화, 그리고 풍경을 담고 있는 가사가 이 앨범의 매력이다. 요 근래 가요계에서 들어볼 수 없었던 한국적인 포크, 그래서 아름다운 앨범.

지오바니 미라바시 < VIVA V.E.R.D.I. >
요주의 10음반 l “난해하다 자극없다 안섹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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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부터 한해도 거르지 않고 한국을 찾고 있는 이탈리아 출신의 재즈 피아니스트 지오바니 미라바시의 스트링 오케스트라와의 첫 라이브 협연앨범. 지오바니 미라바시는 17세 때 쳇 베이커의 밴드에 피아니스트로 나서며 이름을 알렸다. 낭만적인 선율을 구사하는 미라바시는 “멜로디는 이탈리아의 특산품과 같다. 마피아처럼 말이다”라고 말할 만큼 위트도 예사롭지 않다.

그는 국내 공연에서 ‘아리랑’, ‘임을 위한 행진곡’을 연주할 정도로 한국에 특별한 애정을 나타냈다. 이정도면 ‘친한파’ 재즈 뮤지션. 이 앨범의 녹음도 한국에서 녹음됐다. 녹음상태는 오디오 마니아들이 듣기에도 만족스러울 정도이며 선율은 재즈 초보의 귀에도 편하게 감길 만큼 유려하다.

파라모어 < Paramore >
요주의 10음반 l “난해하다 자극없다 안섹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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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크록에도 공주님이 필요하다. ‘펑크록 프린세스’ 헤일리 윌리엄스가 이끄는 펑크록 밴드 파라모어의 3년만의 새 앨범. 2004년에 결성됐으니 이제 데뷔 10년차. 당시 열다섯 살이었던 헤일리 윌리엄스는 이제 겨우 스물네 살이 됐다. 외모는 아직도 공주님처럼 ‘샤방샤방’하지만, 짧지 않은 경력 때문일까 노래에서는 벌써부터 관록이 보이기 시작한다.

사실 파라모어의 음악에 공주님이란 단어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미국 음악잡지 얼터너티브 프레스의 ‘17개의 트랙이 담긴 64분짜리 괴물’이라는 평이 허투루 느껴지지 않는다.

스트록스 < Comedown Machin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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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록스는 2001년 앨범 < Is This It >으로 새로운 시대의 록 스타가 됐다. 너바나가 얼터너티브 록이라는 어정쩡한 단어로 불렸듯, 스트록스도 개러지 록이라는 안 어울리는 단어로 정의됐고, 이후 몇 년의 시간차를 두고 홍대에는 수많은 개러지 록 밴드들이 생겨났다.

최근 스트록스는 신스팝 비트 등을 과감하게 받아 들여왔다. 이것은 일렉트로니카의 유행과는 하등 상관이 없는 움직임이었다. 스트록스는 록 스타답게 자신들의 사운드를 들려주려 한 것일 뿐. 그런 움직임은 새 앨범에서도 이어지고 있으며, 스트록스 특유의 ‘스타일리시함’은 여전히 유효하다.

제이크 버그 < Jake Bug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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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대가 우주를 찌르는 영국 록밴드 오아시스 출신의 노엘 갤러거가 인정했다는 신인 싱어송라이터 제이크 버그의 데뷔앨범. 노엘 갤러거가 머리 굵어진 이후에도 누군가의 음악을 듣고 인정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이것보다 놀라운 사실은 바로 제이크 버그의 음악이다.

앨범을 플레이하면 밥 딜런, 더 나아가 우디 거스리와 같은 미국의 예스러운 포크음악이 떠오른다. 1994년생이 자신이 태어나기 거의 반세기 전의 음악을 단지 흉내만 낸다면, 그것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볼거리로 그칠 것이다. 하지만 제이크 버그는 과거의 유산을 바탕으로 출중한 음악을 만들어 들려주고 있다. 노엘 갤러거가 반할만하다.

사진제공. 미러볼뮤직, 소니뮤직, 트리퍼사운드

글.권석정 moribe@tenasia.co.kr

편집.홍지유 ji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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