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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인 DJ 이종환의 방송 50주년을 기리기 위해 한국 포크음악의 성지였던 ‘쉘부르’의 뮤지션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1964년 MBC에 입사한 이종환은 〈별이 빛나는 밤에〉, 〈디스크 쇼〉 등을 통해 꾸준히 DJ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음악을 알렸다. 그가 발굴한 가수들은 소위 ‘이종환 사단’이라 불렸다. 특히 70년대에는 해외에서 유행하던 포크음악이 국내에 정착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쉘부르는 이종환이 1973년 종로에 창업한 음악감상실. 이곳에서 김정호, 쉐그린, 어니언스, 하덕규, 남궁옥분 등 당대의 포크가수들이 등장했고, 세시봉과 함께 70년대 ‘청·통·맥’(청바지 통기타 생맥주) 문화의 산실이 됐다. 이수만, 허참, 주병진 등도 쉘부르를 거쳐 갔다.

임창제(어니언스), 쉐그린, 채은옥 최성수, 위일청, 강승모 등 쉘부르 출신 가수 12팀은 5월 11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과 평화의 광장을 시작으로 전국, 미주 총 10여개 지역에서 콘서트를 연다. 올해는 쉘부르가 탄생한지 4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뮤지션들에게는 이번 투어가 더욱 의미가 크다. 2일 신사동 인근에서 열린 ‘쉘부르 40주년 기념 콘서트 기자회견’에서 강승모는 “미국 팝이 주류를 이루던 시절 한국 뮤지션들의 음악을 대중들에게 소개한 이종환에게 헌정하는 공연”이라고 이번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1973년 종로 2가에서 음악감상실로 시작한 쉘부르는 1975년 명동으로 옮기면서 본격적으로 통기타 라이브를 시작했다. 종로 2가 시절에는 故김정호를 비롯해 당대 최고의 스타였던 어니언스, 쉐그린, 채은옥 등이 공연했다. 명동시대에는 권태수, 최성수, 위일청, 남궁옥분, 전영, 강승모, 강은철, 신형원, 박강성, 변진섭, 양하영 등이 무대에 올랐다. 쉘부르는 1966년 문을 연 세시봉보다 늦게 개장했지만 개방적인 분위기 덕분에 배출한 가수의 수는 훨씬 많다. 남궁옥분은 “당시 주말만 되면 전국 각지에서 기타를 든 젊은이들이 70평 남짓한 쉘부르를 찾았다”며 “대중 가요사에 획을 그은 문화공간이자 포크가수들의 요람”이라고 설명했다. 쉘부르는 아마추어 가수들이 프로 뮤지션으로 데뷔하기 위한 등용문 역할도 했다. 최고의 발라드 스타들이었던 이문세, 변진섭도 쉘부르 오디션에 응시할 정도. 이후 대마초 파동과 디스코 열풍을 거치며 포크음악은 다소 주춤했으나, 쉘부르는 최근까지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쉘부르 초창기부터 활동했던 쉐그린(이태원, 전언수)은 이번 기념콘서트 참가자 중 최고 고참이다. 현재 미국에서 살고 있는 전언수는 이번 공연에 참가하기 위해 자비를 들여 한국에 왔다. 전언수는 “쉘부르 40주년을 기념해 선후배 뮤지션들이 한 자리에 모여 감개무량하다. 당시 추억을 가진 가수와 팬들이 함께 즐기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12팀이 무대에 올라 각자의 히트곡을 노래한다. 마지막에는 다 같이 무대에 올라 ‘눈이 큰 아이’, ‘어디쯤 가고 있을까’ 등을 합창할 예정이다. 허참이 사회를 맡으며 이종환은 영상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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