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정랑, 배장은, 토쿠마루 슈고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조용필, 정랑, 배장은, 토쿠마루 슈고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조용필, 정랑, 배장은, 토쿠마루 슈고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널 먹이는 내 버릇은 내 뱃속을 채우는 일, 속았다 생각하면 늦은걸 알길 바래.
정란 ‘나의 용서’ 中

조용필 < Hello >
1
1
조용필의 새 앨범에 대한 반응은 음원차트 1위를 넘어 이제 하나의 사회현상으로까지 분석되고 있다. 음악만 놓고 보면 밝고 경쾌하다. 아마도 조용필의 디스코그래피 중 가장 힘을 뺀 앨범이 아닐까 한다. 조용필의 전작인 18집 < Over The Rainbow >만 들어봐도 상당히 스케일이 크고 심각했다. 그런데 조용필의 공연장을 찾거나 앨범을 구입하는 열성 팬이 아닌, 그냥 조용필의 왕년의 히트곡을 좋아하는 정도인 일반적인 한국사람 중에 18집 수록곡 하나라도 제목을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사람들이 조용필의 신곡을 즐기고 있다. 조용필이 내심 바랐던 것은 ‘군림하는 가왕’이 아니라 ‘사랑받는 가수’가 아니었을까? 거장이 컴백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것이다. < Hello >는 거장이 자신을 낮추고 대중의 기호에 맞게 돌아왔다는 점에서 기념비적인 컴백으로 기억될 것이다.

정란 < Nomadism >
04_ 125 X 150
04_ 125 X 150
정란의 데뷔앨범. 대선 전날인 작년 12월 18일에 운 좋게도 이 앨범을 발매되기 전에 미리 들어볼 수 있었다. 정란과 몇몇 음악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있었다. 음악을 들었으니 정란에게 뭔가 말해줘야 할 텐데, 딱히 떠오르는 비교대상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007 제임스 본드 OST의 느낌”이라고 말해줬더란다. 실제로 이 앨범은 마치 007 제임스 본드의 역대 음악처럼 어떠한 일관된 색은 지니고 있으며 상당한 스케일, 그리고 놀라운 완성도를 지니고 있다. ‘일관된 색’은 정란의 것이며, ‘놀라운 완성도’는 프로듀서 루베 사마마의 것일 것이다. 정란의 색은 “머리를 만져주고 쓰다듬으면 간지럽게 느낄 거야”라고 노래하는 가사처럼 매혹적이고, 듣는 이의 얼굴에 홍조를 띠게 한다.

배장은 < JB >
364056
364056
지난 19일 재즈 피아니스트 배장은이 ‘ Donna Lee ’를 연주하는 것을 보고 정말 아이디어가 풍부한 연주자라는 사실을 다시금 하게 됐다. 수많은 연주자들이 연습하는 닳고 닳은 스탠더드가 배장은에 의해 하나의 스토리를 내재한 곡으로 다시 태어나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배장은은 앨범에 대해 “전보다 조금 더 과감해지고 용감해진 연주를 만나볼 수 있다. 한국인이 미국의 재즈를 연주한다는 일반적인 개념을 떠나보내고 나라는 아티스트의 음악은 과연 무엇인지 본격적으로 선보이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한국에서 재즈를 연주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극복하려 하는 지점일 것이다. 그리고 그 극복을 잘 보여주는 곡이 ‘테헤란 로’가 아닐까 한다. ‘JB’라는 그녀의 이름이 앨범 타이틀과 너무도 잘 어울린다.

토쿠마루 슈고 < In Focus? >
infocus_cover
infocus_cover
캐스커 이준오는 이 앨범에 대해 “코넬리우스를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이라고 말했다. 어쩌면 이 말이 토쿠마루 슈고의 음악을 가장 잘 정의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토쿠마루 슈고의 다른 점이라면, 그가 꽤 열심히 노력한 기타리스트이며, 장난감 악기, 실제 장난감, 깡통 등에 이르기까지 사물을 통해 다양한 소리를 들려준다는 것. 홍대에서 우연히 만나 인사 나눈 토쿠마루 슈고는 미남에 어수룩한 천재 타입으로 보였다. 무대에서 갖가지 악기들이 잡다하지 않고 앙상블을 이루며 하나의 완성된 멜로디를 들려줬다. 그 전체 편곡이 슈고에 의한 것이라면 천재적이라고 말해도 될 것 같았다. ‘Katachi’, ‘Circle’를 비롯해 전 곡이 소녀들에게 어필할 만큼 좋고도 좋다.

램넌츠 오브 폴른 < Perpetual Immaturity >
자켓_2~1
자켓_2~1
헤비니스 신의 기대주 램넌츠 오브 폴른의 데뷔앨범. 결론적으로 말해 ‘미완의 대기’가 아닌 완성도 높은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헤비메탈 중에서도 멜로딕 데스, 메탈코어를 구사하고 있으며 북유럽의 스타일과 같이 처절하게 포효하면서도 서정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마치 울면서 폭주하는 느낌이랄까? 메탈의 기본에 충실해 나이 많은 골수 헤비메탈 팬들에게도 사랑받지 않을까 한다. 아치 에너미, 앙그라, 카멜롯 등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과 작업한 엔지니어 댄 스와노가 마스터링에 참여했다.

솔튼 페이퍼 < Saltn Paper >
M146646_P
M146646_P
솔튼 페이퍼(본명 김윤민)는 본래 MYK라고 하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지난 10년 동안 힙합 뮤지션으로 명성이 자자했다고 한다. 그 와중에 노브레인의 기타리스트로 영입제의를 받았다고 하니 독특한 이력이라 할 수 있다. 앨범에 담긴 음악은 최근 유행하는 브릿팝, 모던록 스타일로 수렴된다. 최근 국내 인디 밴드들이 가장 많이 시도하는 사운드다. 이처럼 많은 팀들이 시도하다보면 그 장르가 어느 때 부터인가 ‘가요 화’되는 시점이 있다. 이러한 가요화는 오리지널리티로 귀결될 수도 있지만,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음악이 되기도 한다. 솔튼 페이퍼의 미덕이라면 가요라기보다는 팝송을 듣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것. 최근 삼태기로 나오는 동종 장르의 음악들에 비해 확실히 다른 점이 느껴진다. 이것이 이승환의 ‘촉’인가?

M.I.B < Money In The Building >
커버_1~1
커버_1~1
4인조 힙합그룹 M.I.B의 두 번째 미니앨범. 힙합레이블 정글엔터테인먼트이 키워낸 팀으로 같은 소속사 선배인 타이거JK가 프로듀싱과 랩 메이킹으로 참여했으며, 윤미래, 비지 역시 힘을 실어줬다. 정글엔터테인먼트의 막내로서 확실히 여타 ‘랩을 하는 아이돌그룹’에 비하면 출중한 랩을 들려준다. 앨범의 완성도는 그리 나무랄 데가 없지만 힙합 팬들이라면 5곡의 수록곡 중 4곡의 가사를 M.I.B 멤버들이 쓰지 않았다는 사실이 찝찝하게 느껴질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M.I.B 멤버들이 직접 만든 ‘M.I.B가 나.가.신다’의 가사가 가장 재미있고 자연스럽게 들린다.

시오엔 < Crusin’ >
Sioen_Cruisin'(web)
Sioen_Cruisin'(web)
시오엔(벨기에 발음으로 시운)의 한국 팬들을 위한 베스트앨범. 시오엔의 이름은 몰라도 ‘Crusin’’이란 노래는 귀에 익숙할 것이다. 최근에 인터뷰 차 만난 시오엔은 이 노래를 틀자 지겹다는 듯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한국에서도 2000년대 중반쯤 이 노래가 라디오에서 상당히 많이 흘러나왔고, 광고에도 쓰였다. 시오엔의 매력은 단지 ‘Crusin’’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이 곡은 시오엔이 ‘Autumn Leaves’를 피아노로 연주하다가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게 됐다고 한다) 베스트앨범을 들어보면 단박에 알 수 있듯이 시오엔은 클래식, 월드뮤직, 뮤지컬음악 등을 아우르는 재능이 보여준다. ‘Crusin’’의 스산함은 시오엔이 가진 매력 중 극히 일부일 뿐이었다.

마이클 부블레 < To Be Loved >
093624944959_branded_sml
093624944959_branded_sml
이번 앨범에서도 마이클 부블레는 연미복을 입고 말끔한 크루너 보컬을 들려준다. 그는 그러지 않은 적이 없었다. 트집 잡을 하등의 이유는 없다. 그는 프랭크 시나트라, 빙 크로스비, 토니 베넷 등의 크루너 보컬 스타일을 이어받은 적자가 아니던가? 그가 다른 스타일의 음악을 시도하는 것이 더 이상할 것이다. 이번 앨범에는 특히 ‘You Make Me Feel So Young’, ‘Come Dance With Me’, ‘Young At Heart’ 등 프랭크 시나트라의 곡들이 많이 수록됐다. 프랭크 시나트라가 딸 낸시 시나트라와 듀엣으로 부른 1967년 곡 ‘Somethin’ Stupid’는 마이클 부블레와 리즈 위더스푼의 버전으로 들어볼 수 있다. 영화 <물랑루즈>에 삽입된 로비 윌리엄스와 니콜 키드먼의 듀엣 버전과 비교 감상해보면 재밌을 듯.

본 조비
UMG_cvrart_00602537331192_01_RGB300_800x800_108772777768
UMG_cvrart_00602537331192_01_RGB300_800x800_108772777768
본 조비가 대단한 것은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보다, 오랫동안 타협 없이 자신들의 색을 고수한다는 것이 아닐까 한다. 물론 그 색이 다분히 팝 적이라서 메탈 팬들의 미움을 샀을 것이다. 새 앨범의 긍정의 에너지로 가득 차 있으며 가사만 보자면 일부 건전가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본 조비의 숙성된 팝 월드(록 월드가 아닌)는 여전하며, 외모만큼이나 목소리도 동안을 유지하고 있다. 첫 싱글 ‘Because We Can’, ‘What About Now’도 매력적이지만, ‘Pictures Of You’의 질주하는 느낌은 본 조비가 여전히 젊은 밴드임을 잘 보여준다.

글.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사진제공.포니캐년, 파스텔뮤직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